타협의 대상은 나다
어제 천안, 아산 일대를 돌았다.
매도 잔금 때문에 내려갔지만 겸사해서 소장님들께 인사드리고, 현장 분위기도 볼 생각이 있었다.
천안, 아산 지역에 보유하고 있는 물건들은 총 6개 정도다. 천안, 아산 각각 한 분씩 총 두 분의 소장님들께 전부 위임해서 일 처리를 하고 있다. 7~8년간 쌓아온 인연이다. 예고도 없이 찾아간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신다.
서로 얼굴을 보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있는 중,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손님이 찾아온다. 소장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집 시설이 고장 났나 보다. 소장님께서는 확인하신 내용을 전달해 주신다. 대화가 끝나고 소장님이 말한다.
"젊은 사람이 참 딱해…"
아이가 자폐가 있다고 한다.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다고 한다. 남자는 혼자 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 밝은 인상의 남자 손님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안타깝다. 가벼운 수리는 금방 해결될 일이었지만, 그의 삶 자체는 어디 하나 가벼운 데가 없어 보인다.
같은 아파트에 내가 임대 주고 있는 세입자분들도 사정이 어렵다. 얼마 전 입주하신 분들인데 LH에서 지원받아 전세 계약을 했었다. 계약자는 49년생 할아버님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님과 같이 지내고 계신다.
가끔은 내가 너무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금수저는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굶거나 생활고로 힘든 적은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돈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벌고 있다. 나름 탄탄한 회사이기에 회사 동료들도 걱정 없이 살고 있고, 투자 모임 분들은 말할 것도 없겠다.
이런 환경 속에 살다 보니 어려운 이들이 곳곳에 많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나 싶다.
눈앞의 세입자들을 보고 나서야 다시금 깨닫는다. 이들에게는 한 달 30만 원의 월세도 버거울 수 있다. 수도세 몇만 원도 신경 써야 하는 삶일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게 임대료 인상도 참으로 쉽지 않다. 기계적으로 판단하고, 숫자대로 움직이다 보면 그분들의 삶에 어떤 파장이 생기는지를 잊기 쉽다. 마음 약한 임대인들은 운영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마음이 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독하지도 않기에 어느 정도 타협하며 임대업을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임대업은 숫자만 따지는 사업이 아니다.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고, 감정의 여지가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투자자이면서도,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힘듦이 많은 지역에서 8년 동안 잡음 없이, 공실 없이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타협에 있지 않나 싶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도와드리고, 적당히 타협했다. 덕분에 오래 임대해 주는 분들이 많았다. 그 안정감이 내게도 다시 돌아왔다.
타협이란 것이 필요한 세상이다.
그 타협의 대상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