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원은 퇴사가 쉽지 않다

안주할 것인가, 총알을 준비할 것인가

by 배부른기린

미국 출장 때의 일이다.


행선지는 우리 회사 출신의 사장님이 운영하는 조그마한 회사다. 작지만 탄탄한 회사로 당시 내가 하는 업무의 미국 창구 역할을 하는 회사였다. 사장님의 수완이 좋았는지 자리를 잘 잡으신 케이스다.


출장 업무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시차가 달라 본사에서의 지시가 많지 않았고, 같이 간 출장자들도 합이 잘 맞았다. 오히려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더 컸다. 약간은 여행 같았고, 약간은 탐방 같았다.


가끔씩 회사 사장님은 나를 포함한 출장자들에게 가끔 점심을 사줬다. 어떻게 보면 후배들이니 더 친근하게 대해주셨나 싶다.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를 했다.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다가도 가족 이야기가 나왔고,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로 이야기가 번지기도 했다.


출장자 중 누군가 어떻게 미국까지 오시게 되었는지 물었다. 사장님은 질문에 답을 하면서 마지막에 덧붙였다.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잘 들어서 회사에 들어왔는데, 그렇게 자라온 사람들이라 딴마음 먹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누군가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착실하게 자라온 사람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일이 많지 않았던 이들.

지금의 삶이 안정적일수록 새로운 길을 꿈꾸기 어려운 사람들.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퇴사하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부서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최소한 내 주변은 그렇다. 지금의 안락함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안락함을 포기하기 두렵다. 어떻게 보면 안주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점점 뜨거워지는 물에 데워지는 개구리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이 안에서 다른 무엇인가를 찾고 두드려야 한다.


투자가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될 것이고, 또 다른 시도들도 하나가 될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시도 중 하나다.


익숙한 업무, 익숙한 조직문화 외에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싶다.


총알은 아직 여러 발 남았다.


방아쇠를 언제 당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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