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있다면 그것은 후배 몫이다

후배를 띄우는 말 한마디의 힘

by 배부른기린

공은 후배에게, 말은 선배가 해야 한다


상사에게 보고할 일이 있었다.


사수와 같이 진행한 업무였고, 보고 역시 함께 드리게 되었다. 사수의 지침을 받아 자료를 만들었다.


업무 방향과 내용을 여러 번 조율했고, 몇 시간을 들여 정리를 마쳤다. 첫 결과물을 사수와 함께 리뷰했다. 부족한 부분은 다시 고쳤다. 시간을 들여 다듬고 다듬어 결국 완성했다.


임원 보고가 잡혔다. 회의실에 들어가 조심스레 설명을 드렸다. 임원께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자료 잘 만들었네.”


사수가 바로 대답했다.

“제가 지시해서 만들라 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쓴웃음을 삼켰다. 지금까지 함께 일했던 대부분의 선배들은 그런 순간에 이렇게 말했다.


“김 대리가 만들었습니다.”
“최 과장이 고생했습니다.”


그들은 공을 후배에게 돌렸다.




선배가 되면 상사에게 말을 건넬 기회가 많아진다. 하지만 후배는 그런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한다. 그렇기에 공을 나눌 수 있는 순간에 한 줄이라도 얹어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라고 나는 배웠다.


한마디 덧붙여주는 그 말 한 줄이, 후배에겐 몇 달 치 자존감이 되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행동해 왔다.


사수가 되었을 때부터는 후배의 성과를 내가 챙기는 일이 없도록 더 조심했다. 누가 보든 말든, 잘한 일은 후배의 이름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혼자만 잘난 척하면 언젠가는 꺾인다. 팀이 함께 일하고, 그 팀 안에서 선후배가 함께 자란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는 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돌려주는 일이라 여긴다.


선배로서의 품격은 그런 곳에서 만들어진다. 회사생활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쌓아가는 관계의 반복이다.


그 속에서 말이 곧 행동이고, 말이 곧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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