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충성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석식보다 소중한 퇴근 후의 일상

by 배부른기린

부서 특성상 석식이 많다.


말이 좋아 석식이지, 실상은 술자리다. 벤더사, 고객사, 관련 부서 등 명분은 넘쳐난다. 석식 상대와 중요도에 따라 임원까지 대동된다. 그렇게 되면 더 부담스러운 자리가 된다.


그냥 술자리가 아닌, 사실상 업무 회의가 된다.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분위기를 살피고, 말을 조심하고, 이목을 살핀다. 음식을 먹고 있어도 머리는 쉴 틈이 없다.


억울한 건 이런 자리는 업무 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늦은 시간까지 억지로 술을 마시다 보면 하루가 온전히 소진되는 느낌이다. 고단한 일정이 누적되면 체력도, 감정도 소진된다. 억울한 일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퇴근하면 회사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안 풀리는 일이 있어도 집에 와서는 떠올리지 않는다. 업무는 회사에서, 나의 시간은 나의 것으로 구분하려 한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직장인의 성적표인 고과가 좋은 편이다. 상사와의 관계도 원만하고, 업무 수행도 안정적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회사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회사는 나의 전부가 아니다. 지금보다 더 충성하면 더 높은 보상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회사 일이 아닌 ‘내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퇴근 후 좋아하는 책을 읽고, 부동산 물건을 검색하고, 내 투자 자산을 점검하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는 시간이 훨씬 즐겁다. 삶을 통제하는 주도권이 그 시간에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퇴근 후는 늘 바쁘다. 아이와 놀고, 아이를 재우고, 남은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나의 일에 집중한다.


그런 생각이기에 회사의 석식 자리가 반가울 리 없다. 어떻게든 석식을 빠져보려 잔머리를 굴린다. 하지만 특출 난 재주가 없어 자주 끌려가는 편이다.


아쉽다.


언젠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의 일이 전업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온다고 믿는다. 그땐 또 지금의 회사를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안락함, 동료들과의 관계, 안정된 월급, 복지 등 분명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그때는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퇴근 후의 내가 더 소중하다. 내가 주체가 되는 삶, 내가 선택한 시간들. 그 속에서 나는 ‘회사원’이 아닌 ‘나’로 존재한다.


회사에 충성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 자신에게 충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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