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다 사람이 더 어렵다
회의 전날이었다.
급하게 정리해야 할 자료가 있다. 모두가 B 차장의 자료를 기다리고 있다. A 대리가 이미 지난주에 요청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지 않는다. 다른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다들 알고 있었다는 듯한 반응이다.
사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B 차장은 늘 느리다. 단순히 속도가 느린 게 아니다. 그 느림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감의 문제다.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않고, 했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결국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마무리하게 만든다.
업무는 팀으로 진행되지만 책임은 늘 누군가에게만 향한다. B 차장은 그런 방향으로 책임을 흘리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회의 당일 아침까지 결국 자료는 오지 않았다. 준비한 발표 자료엔 빈칸이 남아 있었다. A 대리는 고개를 떨구며 조용히 말한다.
“진짜, 사람 지치게 하네...”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분위기는 침묵으로 정리되었다.
문제는 일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는 함께 일하는 태도와 자세가 더 큰 영향을 준다.
성과는 숫자로 나오지만 그 숫자 뒤엔 사람이 있다.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한마디가 돌면, 그게 이미 평가고 레퍼런스다.
나는 회사에서 레퍼런스 체크를 종종 한다.
누군가와 일하기 전, 그 사람의 주변 평가를 듣는다. 같이 일해본 사람들의 한두 마디면 충분하다.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끝까지 아무 판단도 하지 않는 것도 리스크다. 사람을 오래 보고 신뢰하는 것도 좋지만, 잘못된 기대는 긴 피로로 이어진다.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될 수 있다. 단점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색안경을 껴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 것만 믿겠다는 태도는 고집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남들 시선도 참고하겠다는 자세는 유연함이다.
조직 생활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연속이다. 그래서 일보다 사람이 더 어렵고, 그래서 사람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중요한 판단에서 레퍼런스 체크는 큰 힘이 된다.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
반대로 나도 레퍼런스 체크를 당할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나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누군가 나에 대해 "그 사람은 같이 일하면 편해"라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그런 좋은 레퍼런스 체크를 당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독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