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의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1년의 갈굼 그리고 되찾은 자존

by 배부른기린

대리 시절, 부서를 옮겼다.


새 부서는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가진 곳이었다. 돈을 다루는 부서라서 실수가 용납되지 않았다. 군대처럼 상명하복을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이전에 자유로운 분위기의 팀에서 생활했던 나에게는 많이 낯선 환경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나는 조금씩, 그 딱딱함에 물들어 갔다.


그 시절, 나를 가장 힘들게 하던 상사가 있었다. 훈육 스타일이 다소 과격한 사람이었다. 많은 갈굼을 당하며 일을 배웠다. 주변 선배들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나를 봤다. 힘내라는 위로를 자주 들었다.


회사 생활에서 처음으로 월요병이 찾아왔다. 월요일 아침이 두려운 시절이었다. 그렇게 1년을 버티며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조금씩 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연말이 되어, 모시고 있던 임원분이 퇴직하게 되었다. 송별 자리가 마무리될 즈음, 임원분이 나에게 악수를 하며 말했다.


“기린 대리! 넌 나보다 잘될 거야. 지금처럼만 해!”


그 한마디에 1년간의 회사 생활이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있었구나.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었구나. 나의 방향이 맞았구나.


1년 동안 갈굼을 당하며 자존감이 무너진 순간이 있었지만 그 한마디는 무너진 자존감을 단숨에 회복시켰다.


이듬해부터 나는 나의 색을 드러내며 생활했다. 그리고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임원분의 한마디가 없었어도 나는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나의 성장 속도를 급격히 높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의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회사 생활은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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