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20채 투자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직장인에게 투자는 디폴트다

by 배부른기린

27살, 운 좋게 대기업에 입사를 했다.


입사를 하면 재테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는 주식이 좋다 하고, 누구는 펀드가 좋다 한다. 당시 유행하던 여러 재테크 책들을 보며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을 한다.


"어차피 오래 다닐 회사다. 연금 든다는 생각이면 부동산이 낫겠다"


연금 투자하듯 부동산을 장기 투자로 접근하다 보니 종목이 나왔다. 재개발이다. 나는 서울 뉴타운 19평짜리 빌라를 풀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매수했다. 회사의 명함으로 받은 대출이었다. 안타깝게도 상투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2010년부터 부동산이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언론에서 말하는 하우스푸어가 되었다. 저축은 당연히 없었다. 내가 하는 저축이라곤 이자와 원금 상환뿐이었다. 매가는 계속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가 괴롭지 않았다. 그런 생각조차 없었다. 투자는 원래 이런 것인 줄 알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긴 기간 동안 날아가 버린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아쉬운 첫 투자의 기억이다.




시간이 흘러 회사에서는 대리가 되었다. 결혼할 때도 되었다. 신혼집을 찾아 나섰다.


서울의 전세난으로 전세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상하게 매매 물건도 없었다. 계속 부동산을 갔지만 허탕이었다. 허탕을 치고 나오는 때에 부동산 사장님이 한마디 하셨다.


"경매로 나온 집 있는데 관심 있으세요?"


전세도 매매도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비싼 수업료 명목의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고 시세 수준으로 낙찰받았다. 운이 좋게도 매입 후 지속적으로 가격이 올랐다. 이는 정말이지 행운이었다.




그 후로 본격적으로 투자를 해나갔다. 갭투자, 월세 투자, 수익형 부동산, 법인, 경매, 공매 등 다양한 방법을 공부했고 실행했다. 많을 땐 20채 넘는 부동산을 보유했었다. 스스로 투자에 소질이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2021년 이후의 하락기와 치솟은 금리는 내게 겸손을 알게 해 주었다. 무리했던 레버리지는 그대로 발목을 잡았다. 대출 금리가 높아져 받는 월세보다 이자가 더 많이 나가기 시작했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 아니었다면 나는 무너졌을 것이다.


겸손을 배웠다.


투자는 끝이 없다. 내가 대단해서 수익을 낸 게 아니었음을 지금은 안다. 운이 따랐고, 시장이 도와줬다. 멈춰야 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는 투자한 만큼 반성하고 배운 만큼 정리해보려 한다.


이 연재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투자를 해온 한 사람의 기록이다.


회사에서 명함을 받고, 그 명함으로 빚을 내어 부동산을 사고, 그 빚을 갚으며 살아온 날들.


회사를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조금씩 준비해 온 과정을 담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직장인에게 투자는 디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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