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투자 잊을 수 없다. 실패였지만 시작이었다.
나의 첫 부동산 투자는 재개발 빌라였다.
입사 첫해, 서울 뉴타운의 19평 빌라를 샀다. 어차피 오래 다닐 회사 연금 든다는 생각으로 장기 투자 물건을 매수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상투였다는 것을 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2009년의 부동산은 이미 거품 가득한 시장이었다. 매가는 떨어졌고, 매달 원리금 상환은 계속됐다. 다행인 건지 무지했던 건지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시세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없던 것이 컸다. 무엇보다 부동산에 무지했다. ‘부동산 투자는 원래 이런 것인가 보다’ 하고 넘겼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초보일 때 가장 중요한 걸 학습한 셈이다.
몇 년 후, 부동산 시장은 다시 상승기를 맞이했다. 2014년부터 본격적인 회복세가 시작됐고, 빌라의 가격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탄하지 않았다.
재개발이란 게 단순히 오래 기다린다고 해결되는 투자가 아니었다. 조합 내부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소송이 벌어졌다. 조합장이 무려 세 번이나 바뀌었다. 가끔 참석한 총회는 진흙탕이었다. 누군가는 이권을 주장했고, 누군가는 시간을 끌었다.
그 와중에 정부 규제는 계속 더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투표 정도밖에 없었다. 그저 기다리고, 조합 공고를 확인하며 카톡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힘들게 싸움을 이어가면서도 다행히 재개발 공사는 일정대로 진행되었다. 결국 매수 후 13년을 보낸 후에야 완공을 맞이했다.
빌라를 매수했던 20대 후반의 청년은 어느덧 아빠가 되었다. 참 오래 걸렸다.
첫 투자는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지 않았지만 투자자로 살아가는 힘을 주었다.
재개발 사이클을 경험하고 나니 이제야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재개발은 인내다. 반드시 계획은 바뀌고, 사람은 흔들리고, 예정된 시간보다 모든 것이 더디게 흘러간다. 잊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한 장기 투자다.
재개발이 공사가 끝나고 입주센터에서 키를 받으러 갔다. 기쁜 날이긴 한데 무언가 모르게 헛헛함이 함께한다.
보유하는 동안은 믿는 구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있었다. 앞으로 크게 성장할 믿음직한 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그 동생이 이제 장성해서 제 앞가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아쉽다. 헛헛함이 이런 것인가 싶다.
욕심 같아서는 10년을 바라보는 재개발 투자를 또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든든함을 계속 가지고 싶어서 그렇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20대의 나와 40대의 나는 다르다. 자금 상황도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다. 그렇기에 지금은 지금 나름의 최선의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앞으로의 숙제일 것이다.
헛헛함을 뒤로하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20대의 나에게 감사한다. 더 나아가 50대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감사할 수 있게 후회 없이 살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살아가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