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나 사이의 거리는 적당함이 좋겠다

회사에 기대고, 회사를 이용한다

by 배부른기린

나름 연차를 좀 먹었다.


한 회사에서 십수 년을 다녔으니 어디 가서 경력 없다는 말은 듣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직 중간 서열에도 못 미친다.


15명 조직에서 밑에서 다섯 번째다. 과장 단지가 된 지도 꽤 됐지만 여전히 중간의 위치도 못 된다. 조직은 나이가 많아지며 역동성을 잃었다.


회사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 내가 입사하기 3~4년 전에 인력을 대거 채용을 했다. 이후 조금씩 줄더니 지금은 1년에 한 명 들어올까 말 까다.


신입 사원이 귀하다. 그러다 보니 조직은 역피라미드가 되었다.


선배는 많은데 후배는 없다. 부장도 실무를 놓지 못하고, 과장과 대리들은 기약 없는 진급을 바라본다. 연차 차이가 크니 후배들은 맘 터놓고 대화할 상대도 없다.


회사 제품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더 이상 급격한 성장이나 대규모 채용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구도가 이어질 것이다. 시장은 포화고 진급은 적체인데, 업무 강도는 여전하다.


만약 내가 회사에서의 성공만을 꿈꿨다면 지금쯤 좌절하고 있었을 것이다.


몇 년간 달려왔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충분히 무너질 수 있다.


다행히 내 삶의 지향점은 회사가 아니다.

내가 찾고자 하는 건 회사 안이 아니라 회사 밖에 있다.

굳이 회사에서만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투자를 해왔고, 사업을 시도했고, 여러 가지 도전을 해왔다.


앞으로도 시도는 계속할 것이다. 퇴사를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퇴사는 무모하다.


회사 안에서 회사 밖을 향한 탐색은 더 진지하고, 밀도 있게 이어갈 것이다.


나는 회사에 기대고 있지만, 동시에 회사를 이용한다.


회사가 나를 레버리지 하는 것처럼, 나도 회사를 레버리지 한다.

회사를 통해 신용을 얻고, 경험을 쌓고, 나의 무기를 준비한다.


회사와 나 사이의 거리 설정이 중요하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레버리지 하는 것이 그게 내가 원하는 회사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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