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학군을 혼나면서 배웠다

서울만 아는 줄 알았다, 수성을 만났다

by 배부른기린

와이프는 대구 사람이다.


수성학군 출신이다. 결혼 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학군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까지 나는 수성학군을 알지 못했다.


서울이 고향인 내가 아는 학군지는 대치, 목동, 중계, 분당, 평촌 정도였다. 와이프가 수성학군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을 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서울 사람 특유의 뻣뻣함으로 말이다.


와이프가 억울해한다. 같이 검색을 해본다. 나의 무지함을 바로 깨닫게 된다.


수성 학군은 수능 만점자가 한 해에 한 학교에서 세 명이나 나온 그런 동네다. 대입 실적도 강남에 뒤지지 않았다. 서울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의 시야가 부끄러진 순간이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인정하며 “미안하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가끔 와이프는 그때 일을 꺼낸다. “수성학군도 모르면서 학군지 타령을 했냐”며 웃으면서 말한다. 할 말이 없다. 억울한 듯 말하는 와이프의 표정을 떠올리면 지금도 머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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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학군 이야기를 하려면 서울만 알아서는 안 된다. 대구의 수성, 부산의 해운대, 광주의 봉선동까지 전국은 넓고 그 속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학군이 있다.


지역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다. 아이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고 싶어 교육에 관심을 쏟는다.


나는 서울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었다. 강남과 목동만 바라보며 그것이 전부라 착각했다. 그러나 전국을 둘러보면 그와 비슷하거나 때로는 더 치열한 곳이 많다.


그 사실을 와이프가 알려줬다. 와이프의 억울함 덕분에 내가 배운 셈이다. 혼나면서 배운 것은 잘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어디서 학군 이야기가 나오면 조심스럽게 듣는다.


대치만 아는 척하지 않는다. 목동만 아는 척하지 않는다. 수성의 사례를 떠올리며 한 발 물러서서 배우려 한다.


돌이켜보면, 부부 관계도 학군과 비슷하다.


내가 아는 세계가 전부라 생각하면 쉽게 오만해진다. 하지만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와이프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그걸 배웠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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