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지하철에서 꼬집었다

엄마가 꼬집어 준 삶의 가르침

by 배부른기린

어릴 적 이야기다.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이 한강을 건넌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어린 눈에는 너무나 신기하다. 세상 밖의 풍경이 그렇게 궁금했던 어린 나는 시트에 무릎을 대고 아예 몸을 뒤로 돌린 채 창밖을 바라본다.


엄마가 내 허벅지를 조용히 꼬집는다. 고개를 돌리니 단호한 눈빛이다. 똑바로 앉으라는 무언의 신호다. 얼른 자세를 고쳐 앉는다. 그러나 신기함을 참지 못해 고개만 살짝 빼꼼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생생하게 기억하는 장면이다.


엄마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싫어하셨다. 지하철에서 내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까 봐 걱정하신 것이었다.


나쁘게 보면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성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좋게 보면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깊은 사람이었다. 엄마는 늘 그런 기준을 나에게 심어주셨다.


길을 걸을 때도, 식당에 앉을 때도, 대화 중에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지를 먼저 살피셨다. 나의 어린 시절은 그런 엄마의 작은 습관들 속에서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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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란 나는 지금 어른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나 역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극도로 싫어한다.


지하철 안에서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 엘리베이터에서 담배 냄새가 나면 불편함이 먼저 든다. 회식 자리에서도 굳이 늦게까지 남아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내 행동 때문에 눈살을 찌푸릴까 봐 조심한다.


시선을 의식하는 단점까지도 엄마를 닮았다.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볼지, 혹시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지나치게 고민한다. 때로는 스스로 피곤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습관은 결국 타인을 먼저 생각하게 만든다. 나의 기준은 나 혼자만의 편안함이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포함한 균형점에서 세워진다.


나는 지금도 문득 나의 행동을 보며 엄마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허벅지를 꼬집으며 조용히 알려주셨던 그 가르침이 아직도 내 삶을 지배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며 엄마의 모습이 점점 내 안에서 되살아난다.


거울을 보듯, 나에게서 엄마를 본다.


그리고 그게 싫지 않다.


오히려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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