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아픔일 수 있다
군대를 다녀오고 2학년으로 복학을 했다.
친구들도 비슷한 시기에 복학을 했다. 자연스레 학교 분위기에 다시 적응했다. 현역으로 재학 중이던 여자 후배들과도 가까워졌다. 그렇게 남자 다섯 명, 여자 세 명이 한 패밀리가 되어 대학 내내 붙어 다녔다.
같이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 방학이면 함께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쌓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고 즐겁게 보냈던 시절 중 하나다.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하고 사회인이 되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어느 날, 퇴근길에 대학 패밀리 여자 동생과 통화를 했다. 꼼꼼하지 못한 오빠들을 잘 챙겨주던 동생이다. 무슨 대화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화는 어느새 가족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리고 그때 동생은 어머니가 안 계시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깜짝 놀랐다. 이혼을 하신 것인지, 돌아가신 것인지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대학 시절 내내 함께하면서도 한 번도 엄마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빠 이야기, 할아버지 이야기만 가끔 했다.
그제야 퍼즐처럼 맞춰졌다. 대학 시절 그렇게 가까웠는데, 그런 중요한 사실을 졸업 후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마음이 무거웠다.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혹시 내가 무심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까 곱씹어 보았다.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던졌던 농담이나, 당연하게 했던 가족 이야기가 동생에게는 불편함이었을 수도 있었다. 때로는 웃으며 넘긴 내 말이 동생의 마음을 찌르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흔한 일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결핍일 수 있다. 그 결핍을 모른 채 떠든다면, 나는 웃지만 상대는 아플 수 있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배려라는 것은 특별한 노력이 아니다. 거창한 행동도 아니다. 오히려 말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조금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조금 더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내게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단순한 진리를 알게 된 순간 나는 한 뼘 더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