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시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
글 쓰는 걸 예전부터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거부감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싸이월드가 한창이던 시절, 게시판에 글을 자주 끄적였다. 그때는 거창한 글도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애쓴 글도 아니었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적었던 흔적이었다.
그런 성향 덕분에 연애 시절에도 편지를 자주 썼다. 생일과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당연히 썼고, 아무 날도 아닌 평범한 날에도 가끔 편지를 건넸다. 짧은 메모일 때도 있었고, 긴 편지일 때도 있었다. 편지는 나의 마음을 담는 가장 솔직한 방식이었다.
결혼 후에도 편지를 종종 썼다. 그런데 편지는 버릴 수가 없다. 한 장 한 장이 쌓일수록 정리가 어렵다. 그런 이유로 요즘은 노트에 함께 적고 있다. 나만 쓰는 것이 아니라 와이프도 같이 쓰는 교환일기다.
어느 날은 내가 먼저 쓰고, 또 어느 날은 와이프가 먼저 쓴다. 서로의 글씨와 생각이 나란히 적히며 노트는 점점 두꺼워진다. 언젠가 다시 펼쳐보면 그 순간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오늘 인터넷을 보다 이수동 시인의 시 한 편을 마주쳤다. <동행>이라는 시였다.
사실 이 시와의 인연은 오래되었다. 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 우연히 접했다. 예쁘게 다가와 마음에 남았다.
나는 그 시를 편지에 적어 와이프에게 건넸다. 와이프도 그 편지를 무척 좋아했다. 그때부터 <동행>은 우리 사이에 특별한 시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시는 우리의 청첩장에 담겼다. 단순히 좋아하는 시를 넘어 우리 관계를 상징하는 시가 되었다. 그 시는 지금도 우리에게 단순한 문학 작품 이상의 의미다.
<동행>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이수동 시인의 시다.
짧은 시지만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언뜻 단순한 문장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래 함께할 사람에게 전하는 가장 따뜻한 다짐이 담겨 있다.
연애 시절 나를 설레게 했던 이 시가 지금은 부부로 살아가는 나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이 시를 떠올릴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을 한다. 나무처럼 변함없이 곁을 지키며, 꽃 같은 아내가 지치지 않도록 든든히 버텨야 한다는 다짐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가 지금까지도 이 시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결국 이 시 속에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