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늙음은 표정에서 온다
대학 시절 연합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여러 학교 학생들이 함께 모였다. 그 안에서 조별 모임으로 가까워진 사람 중에 한 살 차이 나는 누나가 있었다. 나이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누나는 늘 진중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고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어느 날 누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부모님을 닮는다는 주제로 이야기가 흘렀다. 누나는 아빠를 닮았다고 했다. 그리고 아빠를 닮고 싶다 했다. 이유를 물었다.
“아빠가 웃을 때 생기는 눈가의 웃음 주름이 너무 좋아. 나도 그런 웃음 주름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
닮고 싶은 포인트가 너무나 명확했다. 나는 그 누나의 아버지를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상상이 되었다. 따뜻하게 웃으며 눈가에 주름을 새기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닮고 싶어 하던 딸의 마음까지 함께 떠올랐다.
누나는 자주 웃는 사람이었다. 눈가에 잔잔한 주름이 생길 만큼 환하게 웃곤 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아버지도 누나가 말한 것처럼 자주 웃는 분이셨을 것이다.
웃음 주름을 가진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닮은 딸. 지금쯤은 누나의 눈가에도 웃음 주름이 조금은 자리 잡았을 것이다. 연락을 하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그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나이를 먹으면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새겨진다고 한다.
고생한 사람은 고생한 얼굴로 남고,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얼굴로 남는다. 자주 웃는 사람은 웃는 얼굴로 늙어간다. 그 말이 단순한 격언 같지만, 곱씹을수록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이제는 나이를 어느 정도 먹었다. 잘 늙어가고 있는 건지는 확신할 수 없다. 어떤 얼굴이 내게 남아 있는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은 분명히 있다. 얼굴에서 선함과 자상함이 묻어나는 어른이다. 말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전해지는 따뜻함, 세월의 무게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온화함. 나는 그런 얼굴로 늙고 싶다.
그 얼굴은 세상을 삐딱하게 보며 살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불만과 원망만을 품고 살아간다면 얼굴에도 그늘이 드리워질 것이다. 반대로 세상을 밝게 보고, 좋은 면을 먼저 보고,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얼굴에도 자연스레 선한 기운이 묻어날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그런 얼굴이 내가 생각하는 멋진 늙음이다. 돈으로 살 수 없고, 억지로 흉내 낼 수 없는 모습이다. 살아온 태도와 마음이 얼굴에 새겨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밝은 쪽을 바라보려고 한다.
그래야 언젠가 내 얼굴에도 선한 웃음 주름이 남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