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댁에 100% 경제 지원을 해야 한다면

한 스푼 더 열심히 사는 결혼 이야기

by 배부른기린

입사 초기의 일이다.


어느 날 회사 동기가 갑자기 결혼한다고 말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소개팅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 상대와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날짜도 이미 잡혀 있었고, 불과 세 달 뒤였다. 소개팅을 하고 다섯 달 만에 결혼을 하는 셈이었다. 여자친구 나이가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혼식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식장에 들어서자 누구나 알 법한 대기업 대표와 임원들의 화환이 줄지어 서 있었다. 동기의 아내는 사업을 크게 하는 집안의 외동딸이었다.


부서 사람들이 놀랐다. 농담 삼아 동기를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모두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회사를 그만두겠구나. 실제 결혼 3년 후 동기는 퇴사했다.


사실 동기는 오래전부터 목표가 뚜렷했다. 부잣집 여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었다. 소개팅 자리도 어느 정도 사는 집안이 아니면 나가지 않았다.


어린 시절 힘들게 살아왔던 동기에게는 돈에 대한 한이 있었다. 대기업 연봉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결혼이야말로 그 고리를 끊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 여겼던 것이다.

20190413_151449.jpg


요즘은 ‘결혼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말이 더욱 힘을 얻는다. 치솟은 집값과 팍팍해진 현실 속에서 결혼을 탈출구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혼테크라는 단어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냉정하게 보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 속에 너무 낭만이 없는 건 아닐까.


나의 처가댁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 결혼 전부터 와이프가 집안의 가장이었다. 지금도 처가댁에 생활비를 드린다. 용돈이라는 표현보다 생활비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다.


몇 년 전 내 명의로 된 서울 아파트를 처가에 내어드렸다. 투자자라면 그 기회비용이 얼마나 큰 손실인지 짐작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부모님이 부유한 것도 아니다. 결국 나는 내 월급과 부동산 투자 수익으로 아등바등 살아야 했다.


그렇다고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억울함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처가에서 당당한 사위이고 싶었다. 장인어른, 장모님의 눈치를 보며 살고 싶지 않았다. 집안에서 떳떳하게 인정받는 사위로 남고 싶었다. 그게 결혼 전 나의 다짐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다짐대로 살고 있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단 1%도 없다.


혼테크, 혼테크 하지만 나와 같은 선택을 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각자의 삶의 방식이 다르지만, 나는 내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


그리고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결국 필요한 건 단순하다.


남들보다 딱 한 스푼만 더 열심히 살면 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