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내주신 과제의 A+ 조건은?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

by 배부른기린

대학교 시절, 경제 관련 교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대강당에서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첫 수업 날, 교수님은 전반적인 강의 계획을 설명하시며 한 가지 과제를 내주셨다. 경제를 주제로 하는 글쓰기 공모전에 지원하는 것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조건이었다. 지원만 해도 과제를 제출한 것으로 인정되고, 입상하면 등수와 상관없이 A+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학기 중반쯤 공모전 마감일이 다가왔다. 나는 글감을 고민하다 팁 문화라는 주제로 잡았다.


대학 3학년 때 인도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의 경험이 떠올랐다. 그곳 식당에서 노골적으로 팁을 요구받아 당황했던 기억이었다. 그 경험을 글로 풀어냈다. 제목은 “팁 주는 것이 아까워?”였다.


글의 요지는 단순했다. 팁 문화는 시장 경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지불한 가치만큼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팁은 자본 시장이 굴러가기 위한 개인의 동기부여라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팁은 불필요한 지출이 아니라 합리적 경제 활동의 일부라는 관점을 담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장려상을 받았다. 교수님은 공언대로 A+를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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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험은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주었다.


사실 글을 쓰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대학 시절 싸이월드에 오랜 기간 글을 끄적였고, 연애할 때도 편지를 자주 썼다. 말주변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글은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었다.


돌이켜보면 글로 나를 표현하며 살아온 시간이 꽤 길었다. 스스로 글쓰기를 어렵지 않게 느끼는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세상사 모든 게 그렇듯 글쓰기도 꾸준히 하면 는다. 처음에는 짧게 끄적거리는 수준이지만, 점점 살이 붙고 생각이 담기며 글이 된다.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는 분명하다. 내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글쓰기가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 인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글쓰기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조금 더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감정이 격해질 때 글로 옮겨 적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문장을 이어가다 보면 생각의 뼈대가 잡힌다. 이 작은 변화가 쌓여 삶의 균형을 유지해 준다.


글쓰기를 대단한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거창한 목표나 문학적 완성도를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라 여기면 충분하다. 브런치나 블로그 같은 플랫폼은 글쓰기를 시작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짧은 글도 괜찮고, 긴 글도 괜찮다. 중요한 건 시작이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글을 쓰는 것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선생님의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보면 좋겠다.


글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주지는 않지만, 분명히 내 마음을 가볍게 해 준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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