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들린 봉지가 남긴 기억
어릴 적 아빠는 회사에 다니셨다.
퇴근은 늘 늦었다. 보통 8시나 9시쯤이었다. 그 시간대에 초인종이 울리면 누나와 나는 동시에 현관으로 달려갔다. 신나게 문을 열며 인사를 드리면 아빠는 치킨을 주문했다고 말씀하신다.
퇴근길 단골 치킨집에 들러 계산을 하고 오신 것이었다. 남매는 기뻐서 소리를 지른다. 남매는 뛰어서 치킨집으로 향한다. 가게 문을 열면 아줌마가 환하게 맞아주신다. 이미 따끈한 치킨은 포장이 되어 있다. 그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발걸음이 가볍다. 가족이 함께 모여 치킨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빠는 치킨뿐만 아니라 종종 다른 음식들도 사 오셨다. 빵, 옥수수, 붕어빵, 만두 등 다양했다. 때로는 요리까지 포장해 오셨다. 아빠가 들고 오는 음식들은 군것질을 좋아하던 엄마와 남매의 몫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아빠의 손에 들린 봉지를 기다렸다.
며칠 전 퇴근길이다.
꽈배기를 파는 노점이 눈에 들어왔다. 와이프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망설이지 않고 몇 개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아빠처럼 뭔가를 들고 들어가니 어린 시절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와이프와 아이가 함께 맛있게 먹었으면 좋았겠지만,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이 늦었다. 결국 다음 날 꽈배기는 딱딱해져 있었다. 아쉽긴 했지만 무언가를 들고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분명 다정한 아빠의 기억을 닮아 있었다.
나는 아빠처럼 자주 하지는 못한다. 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나는 종종 그냥 빈손으로 집에 들어간다. 하지만 가끔이라도 무언가를 사서 들어가게 되는 건 어릴 적 아빠의 모습이 여전히 내 기억 속에 크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장면은 내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문득 떠올리면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내가 아빠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침이 된다. 아이에게도 그런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우리 아빠는 퇴근길에 자주 무언가를 사 오던 사람이었다”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를 키우면 부모의 작은 행동 하나가 아이의 기억에 깊이 새겨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내가 받은 따뜻함이 나를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면, 내가 남기는 작은 따뜻함도 언젠가 아이의 마음에 남을 것이다.
아빠에게는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이가 커갈수록 아빠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온다. 나는 여전히 그분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더 오래 보고, 더 오래 배우며, 내 아이에게도 그 따뜻함을 이어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