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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Jun 04. 2019

골목의 전쟁, 가슴이 무거워졌다

골목의 전쟁,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http://www.yes24.com/Product/goods/51207030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이라서, 읽고 나니 가슴이 무거워졌다. 다방면으로 팩폭을 날려주면서 자영업의 세계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메시지가 진하게 담겨있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이지만, 실제 자영업을 해보고 그 숫자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뻔히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 뻔한 게 실행으로 옮기기는 정말 어려운 것들이 많다. 모든 자영업자들은 쩐띠기, 100원 싸움을 하는데 그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1. 다이어트는 힘들다. 하지만 필요하다.


"매우 비극적인 아이러니지만,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보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자영업자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뉴스야말로 긍정적인 시그널이다(p268)"


회사에서 손익을 분석할 때, 매출과 관련된 부분은 Top Line(고객수, 주문수, 객단가 등)이라 하고 비용 부분은 Bottom Line(인건비, 마케팅비, 물류비 등)이라고 칭한다. 최근 자영업자들의 Top Line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글로벌 저성장 + 국내 내수 침체이다.


e-나라지표 자영업자수


나와 같은 취업자(=월급쟁이)들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 소비돼서 자영업자들에게 흘러가는 법인데, 글로벌 저성장 국면으로 돌입된 지 약 5~6년이기에 제조 수출업 위주로 성장하여 내수가 빈약한 국내 사정이 절대 좋을 리 없다. 인구 5천만의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 약 530만명, 전체 취업자의 21%, OEDC 회원국 중 5위라는 숫자는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다행히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자영업자 수가 '08년 600만 명에서 '18년 530만 명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다.(KB에서 최근에 나온 치킨 프랜차이즈 보고서에는 자영업자가 계속 증가하는 걸로 나오는데.. 뭐가 맞는 거지) 두꺼워지지 않는 지갑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기에 경쟁자가 적어야 좋다... 계속 더 줄어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Bottom Line은 어떨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있고, 임대료는 내려갈 생각을 안 한다. 위아래로 쪼임을 당하고 있는 것이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호재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최저임금 추이


과거 꽤 오랜 시간 동안 자영업이 마치 사회 안전망처럼 작용하였다. 많은 퇴직자들이 퇴직 후에 프랜차이즈 치킨집, 편의점, 베이커리 등을 창업하며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그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의 요식업 창업 열풍까지 몰아치면서 마치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물론 충분한 기술과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 하지만, 막다른 코너에 몰렸기에 하는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자영업이 사회안전망으로 작용해서는 위험하다. 


그렇기에 전체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 신호탄이 최저임금 인상이었는지, 아니면 언젠가 곧 다가올 금리 인상일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하다. 분명 정치 이슈와 물리면서 화끈한 조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더 건강해지기 위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때를 놓치면 큰 병원에 실려갈지도 모른다.




2. 일상 속의 그 음식


"중요한 것은 아이템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템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의 크기다. 아이템이 큰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사업자의 눈에 아무리 좋아 보여도 통하지 않는다. 이것을 망각하고 아이템에만 집착하는 것은 자신의 세계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사람은 성공은 고사하고 생존 확률도 높지 않다(p85)"


유행은 항상 바뀐다. 화려하게 등장하지만 곧장 경쟁자들이 생겨나고 오래가지 못한다. 그리고 그 유행은 보통 어쩌다 한번 먹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유행의 파도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숨은 강자들이 있다. 바로 된장찌개, 치킨, 삼겹살, 제육볶음과 같이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먹는 것들이다. 절대적으로 이 음식들의 시장 크기가 훨씬 크며, 오랜 시간을 통해 수요가 확실하게 검증됐다. 아예 없던 수요를 만들어서 지속적인 재구매를 유도하는 것보다, 이미 있는 수요에서 차별화(Acceptance Difference)를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사업적으로 용이하다.



물론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식습관도 변화해가지만,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특별한 취향들을 위한 곳들 중에도 분명히 잘되는 곳들이 있지만, 그건 정말 일부분이며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맞닿아 있지는 않다. 그렇기에 그 수요는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대다수 잠재 고객의 니즈와 맞닿아 있는 곳, 즉 시장의 크기가 확실한 곳에서 사업이 벌어져야 내/외부적인 환경의 극심한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스타트업 창업과 투자를 받을 때에도 완전히 똑같이 적용된다. 내가 현재 속해 있는 배달의민족이 수많은 플랫폼과 O2O 서비스와 달랐던 점은 절대 죽지 않는 산업인 먹는 산업에 속했다는 것이고, 이미 대한민국에 배달음식시장은 굉장히 보편적인 산업인 것이었다. 그렇기에 힘든 시기를 투자받으며 버틸 수 있었고, 지금은 월에 3천만 건이 결제가 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물론 본인이 뛰어난 기술과 특정 식문화에 강하게 매료돼서 그 시장을 만들어가는 개척자 정신을 갖고 있고, 충분히 긴 시간을 버틸만한 자본력이 된다면 언제든지 응원한다. 하지만 남다른 기술과 자본력이 없는 상태에서 자영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면, 여전히 한국은 밥심에 김치와 함께 식사를 하고 주말엔 치맥과 삼겹살에 소맥을 즐긴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의 타겟은 후자들이다. 


그렇기에 딱 반 발짝만 앞서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3. 주문수 is King


"혹자는 이 가게는 재료가 신선해서 잘된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식음료 사업에서 신선도와 품질은 성공의 요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잘되기 때문에 재료가 신선한 것이고, 잘되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것이다. 잘되지 않는 집은 재료를 오래 묵혀둘 수밖에 없기에 자연히 신선도와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p79)"



일반적인 요식업은 본디 마진이 박한 비즈니스 모델이기에, 주문수를 높이고 회전율을 높이데 중점을 두어서 박리다매형으로 가는 것이 살아남는데 유리하다. 백종원이 골목식당에서 항상 이야기하는 식당 운영의 기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접객하는 방법, 테이블의 위치, 주방의 구조, 메뉴의 구성 등 모든 것이 주문수를 극대화하는데 1차적인 목표를 두어야 한다.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주문이 없으면 모든 게 최악인 악순환의 고리(낮은 주문, 폐기율 증가 신선도 하락, 음식 맛 저하, 그나마 있는 고객의 이탈 등)에 빠진다. 그러한 최악의 소용돌이에서 자영업자의 흔들리는 멘탈을 다잡기란 정말 쉽지 않다. 결국 그만둘 수 없어서 그만두지 않는 상황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단 주문수를 끌어올리고 그 늘어나는 주문수 안에서 신규 고객을 어떻게 더 유치하고, 기존 고객의 재방문을 어떻게 유도할 건지 또한 객단가를 어떻게 높여나갈 건지 하나씩 아이디어를 쌓으면서 차근차근 전진하는 게 느리지만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 어떤 제품이든 서비스든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사용해주는 고객들이 있다면, 수익모델은 어떻게든 만들어갈 수 있고 비즈니스 구조를 건강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게 안되면 그냥 망하는 거다.




4. 행복하게 사는 법


"어쩌다 자영업자들이 매우 쉽게 어려움에 빠지는 것은 그들의 성향이 투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의 처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고, 스스로가 문제인 경우도 있다(p251)"


메타인지란 본인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어떤 걸 알고 모르는지 등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볼 수 있는 사고능력을 말한다. 이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들은 자기 그릇의 크기를 알고, 본인의 사고/감정 메커니즘을 잘 알기에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의사결정을 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메타인지가 낮은 사람들은 주위의 시선과 트렌드에 너무 쉽게 영향을 받아 자신의 깜냥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의사결정을 하며 어렵고 힘든 길을 자초할 확률이 높다(단, 그 길을 통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지만, 그것도 본인이 인지를 하고 뛰어드는 것과 불나방처럼 들어가는 것은 차이가 크다)



따라서 본인이 자영업을 하려고 뛰어든다면, 그 어려운 창업의 길을 선택한다면 냉철하게 자기를 객관화시켜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울 때가 바로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으며 상황적으로 성향적으로 재능적으로 골목에 위치한 식당을 운영할 자질이 되지 않은데 하고 있는 케이스들이다. 애초부터 들어오지 말았어야 한다. 그들은 백종원과 SBS에 정말 큰절을 100번씩은 올려야 한다.


대기업, 작은 스타트업, 조금 큰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다 보니 주위에서 이직 상담이 종종 들어온다. 짧은 내 경험상 대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잘되는 사업을 더 잘되게 하는 것도 주니어 때에는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스타트업에서 반토막 난 월급을 갖고 생활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은 다방면으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훨씬 힘들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와보고 싶어 하는 지인들에게 꼭 메타인지의 중요성과 예상되는 힘듬과 어려움에 대해 먼저 말해준다.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하고 와도 흔들리는 파도 안에서 일어서서 파도를 타는 것은 매우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게 본인의 몸에 맞다면 매우 즐겁고, 재미지며 어디에 가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잔근육을 만들 수 있게 된다.



P.S


1) 읽는 내내 자영업자의 현실이 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글쓴이와 같이 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는 시각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2) 내가 속한 배달의민족은 자영업자들의 사업이 잘되야 잘되는 서비스이다. 수익이 자영업자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Top Line을 확대해주거나 Bottom Line을 줄여주거나 다른 차원에서 효율성을 증진해서 Top과 Bottom을 결과적으로 도와주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 중에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한번 더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파악해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유익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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