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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May 01. 2019

로컬 빵집도 창업이고 운영이다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



1. 변화하는 식문화


"시간이 갈수록 손님과 셰프의 기호와 개성이 뚜렷해질 거다. 여태까진 빵이 어쩌다 한번 먹는 간식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이 빵에 대한 특별한 기호가 없었다. 이제는 비로소 사람들이 빵을 일상적인 양식으로 소비하게 됐다. 각자 좋아하고 싫어하는 빵에 대한 구체적인 취향을 갖기 시작한다. 이는 획일적인 맛을 내는 프랜차이즈보다 로컬 베이커리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셰프들도 빵을 통해 저마다의 개성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거 같다. 긍정적인 흐름이라 생각한다(p209)"


모든 산업군에서 정보 탐색과 수요-공급의 매칭이 간편해지고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의 취향은 점점 파편화되고 있고, 그것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공급자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 움직임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산업 중에 하나가 바로 음식 산업인 것 같다. 이미 우리의 삶 속에 마켓컬리, 정육각, 사실주의 베이컨 등의 차별화된 value를 제공하는 공급자들이 매우 빠르고 깊게 들어오면서 우유 한잔을 마셔도, 소고기를 한번 구워 먹더라도 다른 것들을 쉽게 찾고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우리는 나만의 취향과 가치관을 드러내고 그에 따라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멋진 삶이라고 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마치 인스타그램과 같은..) 나의 소비생활, 즉 내가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것이 바로 '나'인데 먹는 것은 진입장벽이 다른 산업들(자동차, 패션, 집 등)에 비해 높지 않아서 나의 취향을 즉각적으로 들어내기도 쉽다. 따라서 식문화는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빠르게 파편화되고, 보이는 것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인다.



이 책의 주제인 '빵'을 보면, 바쁜 일상으로 인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빵을 주식으로 먹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인 흐름을 감안했을 때 빵을 먹는 생활습관이 더 보편화되고 그 수요는 더 파편화될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사람들의 행동의 변화는 관련된 산업의 변화도 이끌어내기에 빵의 보편화와 파편화가 가져올 부엌의 구조, 가전기기, 식재료, 식사 시간의 변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다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주식은 밥이고, 난 밥심으로 살아간다.




2.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


"값싼 프랜차이즈를 두고 단골들이 굳이 여길 찾는 이유는, 믿고 먹을 만한 빵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먹을 만하니까 파는 거겠지, 돈은 받을 만큼 받는 거겠지, 그런 믿음이 있는 거 같다. 비싼 재료 썼으니까 이해해 달라고 일방적인 설명만 할 게 아니라, 가격과 상관없이 찾아 먹고 싶을 만한 빵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p54)"


미슐랭에 소개된 레스토랑, 백종원의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 식당, 동네 맛집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완전히 다르다. 음식을 파는 것만 같고 가격 정책, 매출구조, 고객 성향, 입지조건 등이 정말 다르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로컬 빵집과 파리바게트와 같은 프랜차이즈 빵집도 마찬가지로 같지만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로컬 빵집은 프랜차이즈에 비해서는 명백히 시장의 약자다. 하지만 그걸 모르고 시작한 것이 아니고, 약자라고 고객들이 봐주는 것은 전혀 없기에 그들은 이겨내야만 한다. 따라서 프랜차이즈와 로컬 빵집은 사업 전략이 달라야 한다. 현재 많은 로컬 빵집이 고급화 전략으로 가고 있지만, 프랜차이즈도 점점 쫓아오고 있다. 임대료는 계속 올라만 간다. 로컬 빵집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방어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3. 사업은 운영이다.


"쓰면 안 될 재료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 때문이다. 재료상은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취급할 수가 없으므로, 기한이 임박한 물량은 아무 데나 싸게 넘기려고 한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사장들이 그런 물건을 사들이는 거다(p148)"


"오너가 되고부터 잔소리가 늘어간다. 예를 들어 버터를 쓸 때, 끝까지 긁어 쓰면 한두 번은 더 쓸 수 있다. 근데 그걸 직원한테 얘기하면 싫어하는 표정이 바로 눈에 보인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귀찮고 피곤하지(p162)"


"빵집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기준은 셰프가 융통성이 없어야 한다. 셰프가 신념을 지키려면 융통성이 없어야 한다. 고집 센 셰프의 빵집을 찾아보라(p211)"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씨가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은 가격, 회전율, 재고관리, 메뉴 선정 등과 같은 식당의 운영적인 측면이다. 요식업은 매우 마진이 박한 사업이기에 운영적인 부분을 놓친다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분들 또한 빵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운영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이 많았다. 역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이고, 평범하게 별 탈 없이 돌아가는 사업에는 수많은 운영적인 노력이 수반된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매일 매달 다가오는 자금과 현실의 압박을 이겨내고 창업 시 다짐했던 철학과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어쩌면 융통성이 없어야 할 수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하고 조금 지난 재료들, 빵으로 만들어버리면 일반인의 입맛에서 구별하기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한 작은 부분에서 누수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걷잡을 수 없다. 물을 아무리 부어도 밑 깨진 독에 부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절차들을 장기적으로 지켜나갈 때, 점점 고객들이 바라봐줄 것이며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컬 빵집을 차린 이유?


"빵이 좋아 제빵을 시작한 입장에서 프랜차이즈는 부정적이기보다 안타까움의 대상에 가깝다. 물론 배울 것도 많겠지만, 내 것이 아닌 빵, 주어진 매뉴얼만 따라서 만드는 빵이 과연 얼마나 즐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p313)


"직원들이 일하는 분위기를 보라. 어쩔 수 없이 만드는 빵과 즐거운 마음으로 만드는 빵은 분명 질적으로 다르다. 형식적인 자세로 제빵에 임하면 디테일을 보살피기 어렵다. 애정으로 세심하게 보듬어야 온전한 빵이 나온다고 믿는다(p321)"


창업을 한다는 것,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창업가의 어려움에 비교하기에는 고통의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창업을 하였다. 이 책에 소개된 저자들 중에 프랜차이즈나, 대형 베이커리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더 이상 그런 조직에 몸을 담지 않는다. 안정적인 월급을 주는 것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쏟아지는 창업을 하였다.



개인의 소신을 꾸밈없이 말할 수 있는 시대. 소확행을 꿈꾸는 삶, 그리고 안정적인 수입보다 나의 가치관에 따라 살 수 있는 것에 더 premium을 지불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렇기에 딱딱하게 굳어진 조직은 가치관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일치시켜주지 못하는 조직에 젊은 세대들은 몸을 담지 않을 것이기에 그들은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조직의 일원으로서 나의 조직은 어떠한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국내에서 기업문화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것에 대해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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