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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Mar 10. 2019

PR(홍보)의 관점에 바라본 백종원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책을 왜 출판했을까? 


서점에 가면 성공한 기업들의 창업주나 대표이사가 쓴 책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는 회사나 브랜드를 PR(=홍보) 하기 위해 쓰인 책들도 참 많다. 자서전, 성공기 같이 냄새가 풀풀 나는 것부터 속한 산업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형식의 세련된 방식들도 있는데, 이번 트레바리 모임을 통해 읽은 2016년에 출판한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백종원이 대중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2015년부터이다. 친근한 이미지에 투박한 어투, 설탕을 마구 때려넣는 레시피들까지 백종원 그 자체가 장안의 화제였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쉐프가 판을 치던 방송가에 옆집 아저씨와 같이 푸근한 백종원의 등장은 너무나도 새로웠다. 하지만,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도 백종원은 이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요식업 창업가였다. 


그때 마침 나온 이 책. 특히 음식 자체에 대한 내용보다는 식당 운영적인 측면에 방점을 찍은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는 요식업 사업가로서 백종원의 입지를 다지는 책으로 활용됐을 것이다. 옷차림부터 셔츠에 니트고, 국자나 식재료를 들고 있는게 아니라 펜을 들고 있다?!


오래된 사업에서의 창업과 혁신, 트레바리


요식업 사업가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 되어버린 현재까지, 백종원은 참 PR을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PR을 "P할껀 P하고 R릴껀 R린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백종원은 그 누구보다 더본코리아 입장에서 P하고 R리는 것을 참 잘했다.


1. 백종원이 P하고 싶은 것

소상공인 상생 이슈와 부정적으로 연결되는 것  

미투 브랜드의 출범과 경쟁

셰프라고 인지되는 것


2. 백종원이 R리고 싶은 것

소상공인 상생 이슈에 긍정적으로 연결되는 것  

성공한 요식업 사업가라고 인지되는 것

옆집 아저씨와 같은 친근한 이미지  

국내외 다양한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  


더본코리아 대표 브랜드


더본코리아 브랜드의 공통된 장점을 꼽아보자면 1) 접하기 어렵지 않은 음식(중식, 분식, 커피, 삼겹살, 우동 등)이고 2) 가성비가 아주 좋다는 것이다. 더본코리아는 특정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일반적인 요식업 시장 전체를 커버하고 있으며, 일관되게 가성비가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나간다. 매출액 = 주문수 x 평균 주문금액이라고 했을 때, 주문수를 극대화해서 박리다매로 매출액을 끌어올리는 Business Model로 고급 레스토랑과는 완전히 다른 Business Model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각광받는 Business Model이다.


사실 이러한 더본코리아 브랜드의 장점은 동네 요식업 소상공인들 입장에서 더본코리아는 아주 위험한 경쟁상대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소상공인 이슈도 맞붙어서 살아남는 것은 정말 쉽지 않기에(ex : 카풀, 카카오택시, 카드수수료 등) 백종원은 언제나 대중과 소상공인 편에 서 있는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이미지를 가져가고 싶어 한다.


친근한 이미지


따라서 마리텔, 집밥 백선생, 3대 천왕은 백종원이 갖고 싶었던 소탈하고 친근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고 푸드트럭 , 골목식당은 요식업 전문가로서의 짬 바이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골목식당에서 나오는 조언들이 이번 책에 많은 듯?) 그리고 한식대첩과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백종원의 영역을 '집밥' 영역에서 벗어나 고급 한식과 글로벌로 넓혀 놓았고, 이는 더본코리아의 사업적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음식에 대한 박학다식한 면을 강조


벌써 더본코리아는 가맹점 수도 1,300개가 넘는 국내 1위 초대형 요식업 프랜차이즈 회사가 되었는데, 다른 수많은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매해 상생 이슈로 얻어맞는 상황에서 더본코리아는 백종원이 가진 이미지를 물씬 활용하여 조용히 아주 잘 피해 가는 것 같다. 심지어 작년 국감 때 그의 소신 발언은 장안의 화제가 되었고, 그의 전국적인 인기를 체감한 국회의원들은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꿀 발린 제안을 대놓고 하기도 하였다. 


2018년 국감 대 스타 백종원


이와 같이 특정 분야에서 업계 최고의 전문가로 인지되고, 전국적으로 남녀노소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는 것. 이 둘 중 하나만 가져도 아주 좋은데 백종원은 이 두 개를 모두 가지며, 더본코리아의 대표이사로서 광고모델로서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파괴적인 무기를 갖추고 있다. "프랜차이즈도 못 이기면 식당 하지 말라"와 "프랜차이즈는 과외받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자영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자사 가맹점주로 끌어당기고 시장에 더 큰 파워를 만들어간다. 이는 부동산/인테리어/브랜딩/식재료 구매 관점 등에서 큰 협상력을 가져올 것이다.


백종원의 장사이야기 유투브


요식업 프랜차이즈는 마진이 아주 박하고, 경쟁이 매우 치열한 대표적인 레드오션 사업이다. 나와 같은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주머니에서 구매가 시작되는데, 저성장 시대이기 때문에 거시적인 운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현재 이 BM으로는 더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매출액은 3년째 1,700억 원 수준으로 머물고 있고 2018년 영업이익(101억 원)은 2017년(197억 원)에 비해 반토막이 나버렸다. 더본코리아도 이 정도인데, 다른 프랜차이즈도 매한가지 일 것이라 생각된다.


과연 백종원은 더본코리아는 앞으로 장기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더본코리아의 이름으로 위와 같이 유투브채널도 운영하고 있고, 베트남 해외진출, 파스타/베이커리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들의 행보가 궁금하다.



백종원의 친근하며, 전문성 있으며, 성공한 사업가이며, 밉지 않은 느낌. 이런 이미지를 의도하고 만들었든, 의도하지 않고 했든지 간에 결과적으로 백종원은 지금까지 참 PR을 잘한 것 같다. 앞으로도 참 기대가 되고, 브랜딩/PR 전문가가 백종원을 제대로 한번 다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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