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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TY Mar 27. 2020

"말의 선물"이 준 선물

Book_와카마쓰 에이스케, 《말의 선물》


"말의 선물"이라는 책은 내가 2년 동안 다닌 회사에서 퇴사할 때에 입사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는 분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한 동안 쓰지 않았던 브런치를 다시 쓰게 했다.

그분이 내게 책을 선물 받았듯이,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받았던 책들이 떠올랐다.

추천을 해주신 것들 또한 나에 대한 관심일 것이고, 그 책에 대한 정리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다시 브런치를 실행하게 되었다.


그분이 나에게 선물을 주신 계기는 티타임 중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에게 '일의 의미'에 대해서 물어본 때였다. "말의 선물"이라는 책을 보고 본인은 '일의 의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말다. 아마도 그때 나는 '일의 의미'에 대해서 잘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름 일을 하면서 그런 고민들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질문을 받았을 때,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분이 나에게 책을 선물해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꽤 긴 텀을 두고 두 번 읽으면서 많은 생각거리를 나에게 던져주었다.


첫 번째는 “일”에 대한 생각이다.

현대인은 어떻게 일할지, 다시 말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할 지만 생각하며 일한다는 게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 p. 40


어떤 책을 읽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 읽는다는 것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어떻게 읽을까 하는 문제도, 읽는 것이란 무엇인가를 실감하는 일에 비하면 2차적인 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인인 우리는 무엇을, 또는 어떻게, 라는 것만 생각하며, 읽는다는 행위를 얼마나 실감할 수 있는지는 거의 돌아보지 않게 되었다
- p. 51


나 역시 전형적인 현대인이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정의를 해두었던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여전히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낼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일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위주로 처리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해야 하는 일들을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나에게 물어보게 된다.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두 번째로는 "신뢰"에 대한 생각이다.

또한 우리는 '안다'라고 느끼는 것을 믿을 수는 없다. 뭔가를 믿고 싶다면, 우리는 그것을 다 알려고 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쌓아 올려야 하는 것은 서로 잘 아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깊이 믿는 관계가 아닐까. 그래서 상대를 과도하게 알려고 할 때 신뢰가 무너진다. 알려는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면 관계는 점점 엷어진다.

모르니까 불안한 것이다. 상대를 조금만 더 알 수 있다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믿는다는 것은 원래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크게 흔들리며 뭔가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키지 않을까.
- p.111


위 글을 읽고,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믿고 싶다면, 알려고 하지 말라니... 몇 번을 다시 보면서 나름대로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알려고 하면 할수록,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강요하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연인 간의 관계에서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집착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오히려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회사 생활에서의 예를 들면,  무엇이든 잘 해내고 싶은 초임 리더의 마이크로 매니징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팀원에게는 신뢰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이전의 글에서는 '신뢰'가 '신뢰성'을 높이는 행동들의 결과라고 말을 했었다.

지금 책을 본 뒤에 다시 생각해보니, '신뢰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정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위의 마지막 문장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믿는다는 것은 편안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갈등 상황이 해결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는 ‘피드백'에 대한 생각이다.

야단칠 때는 칭찬할 때보다 훨씬 더한 열정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게, 뭔가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듯 이해되었던 것이다. 진심으로 야단치려면 상대를 자세히 봐야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을 그 사람 자신보다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 p. 29


학생 시절 항상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그저 착하기만 했었던 선생님보다는 애정을 가진 호랑이 선생님이 더 기억에 남는다.


책에서 표현된 '야단'이라는 말은 지금의 '피드백’이라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다. 피상적으로 상대를 보고 하는 피드백은 효과가 없다. 예전 조직에서 성과 관리 제도 개선에 따라 팀장들의 피드백 코칭을 나의 팀장님과 함께 진행했던 적이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오류 투성인 것 같다.


성과관리제도를 도입하고, 피드백 기간이 되어서야 피드백 코칭을 급하게 진행함.

피드백은 일정 기간을 자세히 관찰한 뒤에 진행되었어야 하나, 결과만을 가지고 피드백을 하게 됨.

그에 따라 피드백 코칭 역시 결과를 가지고 어떻게 피드백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게 됨.

피드백 코칭도 일종의 피드백 과정이었으나, 해당 팀장들에 대한 자세한 관찰이 이루어지지 않음.


(이외에도 많은 오류들이 있었겠지만...) 위 오류들을 보면, 진심으로 '피드백'을 하고자 하지 않았음을 반성하게 된다. ‘피드백’도 결과를 가지고 몇 마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고, 상대가 모르는 것을 다잡는 피드백이 되어야 한다. 피드백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 나름대로의 의미에 대해서 정리할 시간을 만들어보아야겠다.


네 번째는 "의미"에 대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르고 보니 그때 읽었던 것이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열심히 읽는 것과 그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은 거의 관계가 없는 듯하다. 또한 열심히 읽는 것이 정말 그때 필요한 일이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일이지만 나답게 있고 싶어서 그 방법을 다른 누군가에게 배우려고 했던 것이다.

한 권 한 권의 책이 말하는 사항은 다르지만 그 색조는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p. 33, 일의 의미


최근에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일을 제대로 하는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 다는 것이다. 쉬운 방법은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없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더 쉬운 방법은 없을까,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여러 교육들에 참석한다. 대부분의 교육들은 들은 후에 '똑같은 이야기네’ 또는 ‘답이 없네’라는 똑같은 감상만을 남긴다. 결국 내 상황에 맞는 답은 내가 만들어내야 한다. 그 과정은 역시나 어렵기만 하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결국 단순히 읽고,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읽고 들은 것들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내가 읽은 책들을 다시 한번 읽고 리뷰를 남기고자 한다. 리뷰를 남기면서 여러 가지 생각의 연결들이 이루어짐을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느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든 다양한 생각들 중 네 가지를 추렸다. 네 개의 생각들도 다른 책과 영화, 아티클 등과 끊임없이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각 꼭지들을 하나의 글로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쓰면서, 어떻게 쓸까 고민하기를 오래였지만 쓰면 쓸수록 더 많은 글들이 생각난다. 오랜만에 글을 쓰게 해 준 "말의 선물" 책의 한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쓸 수 없는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새롭게 '쓰는' 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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