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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2n년차, 쿠팡 일용직 아르바이트 출동

나이 40에 쿠팡 일용직은 무리였나?

by 뿌뿌 Apr 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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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편의점 근무를 확정받고 한숨 돌리고 있었는데

그전에 마구잡이로 신청해 놨던

쿠팡 일용직 아르바이트에서도 문자가 왔다.


사실 예전에는 쿠팡 일용직 아르바이트가

당장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꽤나 쏠쏠한 편이라고 들었었다.

며칠만 일하면 주휴수당이라는 것이 붙어

급전 필요할 때는 많이 하던 아르바이트라는 걸 커뮤니티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쿠팡 아르바이트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일이 돼버렸다.


갈까 말까 고민한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었다.

1. 주휴수당이 이제는 연속으로 5일 이상 일해야지 나온다고 한다. 그럼 순수하게 시급을 계산해 보면 최저시급이다. 최저시급인데 일단 출퇴근 시간만 왕복 약 2시간이다. 이게 맞나?

2. 검색해 보니 일의 강도가 생각보다 세다고 한다. 다들 한 번 하고 못한다는 사람들도 많고

근육통을 얻었다는 사람도 많다.


갈까.. 말까..

5분 정도 고민을 해봤다.

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혹시 가서 아는 사람 만나면 어떡하지...? 뭐라고 하지? 나 요즘 일 쉬는데 심심해서 한번 나와봤어~........‘

구차하다.

근데 또 만나면 어때. 그 사람이나 나나 똑같이 돈을 필요로 하기에 이곳에 나온 거 아니겠나?

(이렇게 정신승리 해보지만 진짜 만나면 어떡하지..)

그래 일단 가보자.  뭐든지 해보자. 놀고먹는 주제에 가릴게 뭐 있냐. 도전해 보자!

오전 8시까지 일하는 곳에 가려면 적어도 6시에 일어나서 씻어야 했다.

그리고 적어도 6시 40분에는 나가서 버스를 타고 쿠팡 셔틀 타는 곳으로 가야 했다.

오랜만에 새벽 6시 40분에 나왔다. 밖은 아직 어둠이 짙었다.

쿠팡 아르바이트에 가게 된 나의 마음도 깜깜하기 그지없었지만 인생에서 한 번쯤은 경험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역 1번 출구 앞에 도착하였다.

셔틀 타는 곳의 장소를 대략 알려주긴 했는데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기다려야 하는지 헷갈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버스를 기다리는 인원이 많은 것이다!?

‘이 사람들이 다 쿠팡 아르바이트에 가는 것인가?’ 생각했다.

그러기에 옷차림들이 너무 멀끔하다. 회사에 출근하는 듯 정장을 차려입을 사람들도 많고 캐주얼하게 입은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어리바리를 때리다 그 줄에 합류하여 줄을 섰다.

이 줄이 맞나 확신이 안 들어 어정쩡하게 서있을 무렵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삼성 줄 서신 거예요?”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이 주욱 났다.

그랬다 내가 줄 서있는 곳은 삼성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줄이었다.

식겁해서 “아니요~”하고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피했다.

어쩐지.... 너무 복장이 회사원 복장이더라....


그렇게 나는 줄을 잃었다.

어플에서는 내가 탈 셔틀버스는 점점 가까워진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느 줄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갑자기 또 서글퍼졌다.

저 사람들은 삼성으로 출근하고 있는데 나는 쿠팡 일용직을 나간다.

나도 예전에는 저렇게 출근할 곳이 있었는데.

게다가 쿠팡 줄도 어딘지도 모르겠다.

줄 서 있는 사람들한테 ‘여기 쿠팡 줄 맞죠?’ 이거를 못 물어보겠다.


삼성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다 가버리고

또 다른 회사 사람들도 버스를 타고 다 가버린다.

쿠팡 버스 줄은 어디인가, 나는 쿠팡에 갈 수 있을까..

나 그냥 집에 갈까..


그때 셔틀버스 어플에서 차가 도착했다고 뜬다. (그런 기능이 있더라.)

미친 듯이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저~앞에 빨간 버스 하나가 와서 선다.

본능적으로 저 버스다 하는 감이 왔다. 뛰어갔다.

빨간 버스가 도착하고 약 10초 뒤였다.

타면서

“이 버스가 쿠팡 버스 맞나요?” 하니

기사님이

“빨리빨리 타세요. 쿠팡 줄은 여기에요.”

하며 작은 타박(?)을 한다.

또 한 번 얼굴이 빨개졌다.

버스 안에 앉은 표정 없는 사람들 몇이 나를 쳐다본다.

버스 줄 하나 못 찾아서 일 시작도 전에 타박을 받는 내 신세가 처량하다.

근데 뭐 10초라도 늦게 탄 건 나니까,,  내 잘못이니까,, 그런데 나 같으면 저렇게 이야기 안 할 것 같다..


그렇게 차는 내가 탄 곳에서 약 40분을 주욱 달렸다.

이 차가 영원히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서 또 어떠한 일들이 펼쳐질지,

또 얼마나 자괴감 들고 눈물 나는 상황이 많이 생길지,,

걱정 또 걱정되는 마음으로 눈을 감고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고

약 20명의 사람들이 우리 차에서 주르륵 내렸다.

오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100번 정도 해봤다. (극 J에 걱정이 많아 항상 검색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냥 차에서 내리면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우르르 따라가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우르르 따라서 내려가서 어찌어찌 신규 등록까지 마쳤다.

처음 온 사람은 한 시간쯤 교육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교육하는 장소로 들어가니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기 전에 친구들이랑 같이 아르바이트를 온 친구들부터

나이가 나보다 많아 보이는 나이 든 중년 남성까지

여자 중에서는 어쩌면 내가 젤 나이가 많아 보이기도 했다.

종이에 개인정보를 적어내야 했는데 그때 사람들 나이를 보니 내가 왕언니 맞다.

다들 9 또는 0으로 시작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딱 한 남자분 뿐이었다.

쿠팡 아르바이트는 젊은 패기로 할만한 아르바이트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 집에 가고 싶어졌다.

혹시나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마스크를 썼다. (자의식 과잉..)

아무에게도 여기 알바를 왔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엄마에게도, 친구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7시 40분쯤 공장 도착

8시 10분쯤 교육 시작

사내 성추행 행동요령으로 시작하여 약 2시간 동영상만 줄줄이 틀어줬다.

어떤 이는 자고, 어떤 이는 핸드폰을 한다.

나는 여기서도 꾀를 부리면 안 될 것 같아 열심히 동영상을 보다가.. 이내 졸았다.

거기서 또 자괴감이 든다.

이걸 못 참아서 조는 내가 한심하다. 그냥 요즘의 나 자신이 다 싫은가 보다.

차라리 빨리 일을 하고 싶었다.

2시간쯤은 최저시급 받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개이득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빨리 일을 해보고 싶었다.

도대체 쿠팡 일용직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복불복으로 굉장히 할만한 일과, 굉장히 힘든 일이 나눠진다고 하는데

나는 어떤 일에 배정받을까?


동영상이 끝나고도 10분 즈음 지났을까

아무도 안내를 안 해준다. 방치하고 있는 느낌.

뭔가 이 잠깐 사이에도 나는 잉여인력인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지리멸렬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안전화를 갈아 신고, 소지품을 사물함에 넣고, 나는 그렇게 본격적인 일터로 들어갔다.


신규교육받은 약 30명의 사람들이 주르륵 담당자를 따라 들어갔고

어느 지점에 가서 멈춰 섰다.

그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쿠팡 아르바이트해보신 적 있으신 분 계시나요!”

몇 명이 손을 들었다.

그들에게 무슨 업무를 했냐 물어보더니 그들을 먼저 데리고 간다.

또 시간이 흐르고

“자키 다루실 줄 아시는 분!”

했더니 남자들 몇 명이 우르르 손을 든다. 그리고 또 그들은 떠났다.

그다음부터는 마구잡이로 몇몇을 그룹핑해서 데리고 갔다.

여자들은 다 떠나갔다.

그렇게 마지막에는 여자는 나 혼자, 나머지는 남자들이었다.


여자들 그룹핑에 억지로라도 껴서 따라가야 했을까.

그렇게 또 한참 서 있으니 담당자들끼리 이야기한다.

뭔가 예정된 인원에 이미 다 배치를 하고 우리는 남은 떨거지 느낌이었다.

뭐를 시킬지 억지로 짜내는 느낌 (아닐 수도 있음)

그렇게 또 우리는 우르르 어딘가로 끌려갔고

내 인생 최대의 몸 노동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쿠팡 알바기는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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