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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lddae Feb 19. 2019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

의무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의무'로써의 결혼과 학업을 잊어가는  세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이간질하려는 건지, 혼인율과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그런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기성세대가 결혼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을 꾸짖는 내용들 말이다.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 지하 단칸방에서 살림 시작해서 애 셋 낳고 힘들게 키우며 그렇게 살았다. 힘들다고 안 하겠다는 건 이기적인 발상이다. 힘든 것은 하기 싫고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려 하는가."

세대와 세대 사이 감정의 골을 만드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많을 지라도, 그런 그들의 말을 기사로 실어 이슈로 만드는 건 나는 옳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 딱 한 사람을 붙잡아 '정말 그렇게 힘들어도 다 견디고 살고 싶을 정도로 부인을, 남편을 사랑한거냐'라고 묻는다면, 또 그들 대답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결혼을 꼭 사랑해서 하느냐. 해야 되니까 한거다. 그 땐 다 그랬다. 가난해도, 집이 없어도, 죽을 만큼 사랑하지 않아도 결혼하고 잘 살았다."

나는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 핵심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기성세대와 달리 '꼭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꼭 결혼하지 않아도 세상을 잘 살 수 있고,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한국의 첫 세대가 지금의 우리란 거다. 

좀 다르더라도 각자 알아서 살면 안되나


꾸준한 경제 성장과 안정적인 직장이 담보되던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와 달리,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며, 사회에 나오며, 그 직장과 가정이 내 행복과 인생 성공을 반드시 담보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 자연히 니즈는 떨어졌다. 그나마 결혼의 당위성을 주는 것은 '이 사람과 살지 않으면 안될 만큼 사랑한다'는 감정이다. 아니면 '나를 위탁할 정서적, 경제적 존재가 필요하다'는 니즈 뿐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니즈가 없는 사람은 굳이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이후 세대는 또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우리 세대를 보며 '꼭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중 하나가 결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들 역시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그 카테고리에 학교도 넣을 것이다. 학교를 '꼭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첫 세대가 될 가능성 말이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생각하면서도 학교 만큼은 이유 없이도 '꼭 가야 하는 곳'으로 알고 자랐다. 학교에 진학하고 등교하는 걸 금과옥조처럼, 어기면 내가 이 가정과 사회에서 낙오되 알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질 것 같은 무언의 공포가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려워도, 의미 없다 느끼면서도, 시간낭비인 것 같아도 학교에 다녔다. 재학생으로 남들 만큼 살았다. 

그러나 그 학교라는 것 역시, 결혼 처럼 꼭 하지 않아도 세상이 끝나지 않는,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 와 보니 알겠다. 내가 지금 아는 걸 그 때 알았다면 학교를 가지 않는 과감한 선택을 할까 고민이라도 해봤을텐데, 나는 그렇게 깨어있지 않았다. 

내 후배라 할 수 있는 이 사회의 새로운 세대는 기성 세대가 필수이자 의무라고 가르쳐온 결혼에 이어 학교 역시 자기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미 또 기성세대가 되어 있는 나는 그들을 보고 조선일보 같은 곳에 실릴 만한, '요즘 애들은 가기 싫다고 학교를 안 간다. 말이 되나. 우리 때는 십리를 걸어서(는 뻥이고) 눈이 내려도 비가 내려도, 힘이 들어도 학교에 갔다'는 따위의 말을 할 지 모른다. 마치 지금 나를 비난하는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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