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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lddae Feb 20. 2019

메주에서 된장 간장이 만들어진다.

정부가 장독대 없애기 운동을 하면서 달라진 우리의 식생활, 장문화.

어렸을 때 엄마가 뒷마당 장독대에서 내 키보다 큰 장독에 간장을 담그시던 기억이 난다. 장독들 중 가장 크기가 큰 그 장독에는 간장이 들어있었고, 그 주변으로 다음 큰 것, 다다음으로 큰 것, 중간 것, 작은 것, 더 작은 것 등으로 해서 열 몇 개 장독이 있었다. 양파망을 잘라 고무줄을 끼워 만든 망으로 주둥이가 덮여 있었고, 이따금 여름날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지면 엄마의 다급한 주문에 우리 자매는 뒷문으로 뛰어나가 빨래를 걷고 장독 뚜껑을 덮었다.


우리 엄마는 살림에는 영 재능이 없는 분이시다. 재능은 관심과 열정이라 했던가. 관심과 열정이 없었다 엄마에겐. 엄마에게 중요한 일이란 바깥 일이지, 집안 일이 아니었다. 쓸고 닦고 음식을 하고 집안을 꾸미는 건 가치 없는, 아무나 해도 되는 일이기에 엄마는 잘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도 일년에 한번 장은 꼭 담가 먹었다. 우리 어머니 세대가 다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 장 담그기 수업을 들으러 가니, 우리 엄마보다 연세가 훨씬 되신 70이 넘어보이는 할머니도 장 담그기의 기초 중 기초를 배우러 오렸더랬다. 지금은 우리 집도 된장 고추장 간장을 사서 먹은 지 오래됐다. 이따금 어디서 얻어온 손된장을 묵혀 끓인 된장국이 귀한 집이 된 거다. 우리 엄마는 살림에는 영 재능이 없는 분이시다. 재능은 관심과 열정이라 했던가. 관심과 열정이 없었다 엄마에겐. 엄마에게 중요한 일이란 바깥 일이지, 집안 일이 아니었다. 쓸고 닦고 음식을 하고 집안을 꾸미는 건 가치 없는, 아무나 해도 되는 일이기에 엄마는 잘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도 일년에 한번 장은 꼭 담가 먹었다. 우리 어머니 세대가 다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 장 담그기 수업을 들으러 가니, 우리 엄마보다 연세가 훨씬 되신 70이 넘어보이는 할머니도 장 담그기의 기초 중 기초를 배우러 오렸더랬다. 지금은 우리 집도 된장 고추장 간장을 사서 먹은 지 오래됐다. 이따금 어디서 얻어온 손된장을 묵혀 끓인 된장국이 귀한 집이 된 거다. 



장을 담글 때에는 콩과 소금, 물이 필요하다. 얘네가 잘 발효될 수 있는 장독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것, 햇빛과 온도, 바람, 시간이 필요하다. 지리산에서 오신 장 담그기 달인은 그 말을 자주 반복해 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10분이면 끝나는 게 장 담그기다. 나머지는 자연이 다 알아서 해주시니, 걱정 말고 오늘 장독을 사라고 말이다. 장을 담글 때에는 콩과 소금, 물이 필요하다. 얘네가 잘 발효될 수 있는 장독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것, 햇빛과 온도, 바람, 시간이 필요하다. 지리산에서 오신 장 담그기 달인은 그 말을 자주 반복해 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10분이면 끝나는 게 장 담그기다. 나머지는 자연이 다 알아서 해주시니, 걱정 말고 오늘 장독을 사라고 말이다. 


천일염을 녹인 물에 메주를 넣고 3개월에서 6개월이 지나면 얘네끼리 안에서 잘 섞이고 어우러지고 발효되면서 걸쭉한 장이 된다. 이걸 건더기만 거른 게 된장이고, 걸러진 맑은 국물이 간장이다. 된장과 간장이 동시에 만들어진다는 걸, 어릴 적 엄마 장 담그는 걸 몇 번이나 봤음이 분명한데도 여지껏 알지 못했다. 메주와 소금, 물만 있으면 내가 1년 치 먹을 된장 간장이 저절로 생긴다니 말이다. 천일염을 녹인 물에 메주를 넣고 3개월에서 6개월이 지나면 얘네끼리 안에서 잘 섞이고 어우러지고 발효되면서 걸쭉한 장이 된다. 이걸 건더기만 거른 게 된장이고, 걸러진 맑은 국물이 간장이다. 된장과 간장이 동시에 만들어진다는 걸, 어릴 적 엄마 장 담그는 걸 몇 번이나 봤음이 분명한데도 여지껏 알지 못했다. 메주와 소금, 물만 있으면 내가 1년 치 먹을 된장 간장이 저절로 생긴다니 말이다. 


간장은 간을 맞추기에 간장이고, 그 장이 되직한 것이 된장이다. 장에 고추를 섞은 게 고추장이고, 쌈싸먹으려 양념을 더 한 게 쌈장이다. 이렇게 간결하고 명징한 것이 장이다. 그 장을 언제부터인가 100% 공장에서 만들어낸 공산품만 먹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단다. 1960년 대 정부가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을 활성화시키고자, 장독대 없애기 운동을 벌였단다. 그 때만 해도, 장이 밥상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으니, 사람들은 장을 담가 보관하는 장독대와 김장김치독을 파묻을 공간이 없는 아파트에서 산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그래서 장독대를 없애야 공동주택 붐이 일고 건설붐이 일어 경제가 부흥할 거란 계산이었다. 간장은 간을 맞추기에 간장이고, 그 장이 되직한 것이 된장이다. 장에 고추를 섞은 게 고추장이고, 쌈싸먹으려 양념을 더 한 게 쌈장이다. 이렇게 간결하고 명징한 것이 장이다. 그 장을 언제부터인가 100% 공장에서 만들어낸 공산품만 먹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단다. 1960년 대 정부가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을 활성화시키고자, 장독대 없애기 운동을 벌였단다. 그 때만 해도, 장이 밥상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으니, 사람들은 장을 담가 보관하는 장독대와 김장김치독을 파묻을 공간이 없는 아파트에서 산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그래서 장독대를 없애야 공동주택 붐이 일고 건설붐이 일어 경제가 부흥할 거란 계산이었다. 


집에서 담근 장이 비위생적이고 영양가가 없다는 공익광고가 만들어졌다. 구더기가 끼고 곰팡이가 난 장독이 연일 신문과 방송에 나왔다 한다. 공장에서 생산한 깨끗한 장을 냉장고에 보관하며 사는 사람이 현대인이고 신식 삶이라는 환상이 만들어지는 동시에, 우리는 집집마다 다른 고유의 장맛을 잃어갔다. 그리고 새로 생겨난 '장 소비자'를 잡기 위해 식품회사는 저가의 간장 된장 고추장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가격경쟁을 해야 하니, 진짜 콩 대신 콩기름을 짜고 남은 콩찌끄러기에 합성조미료를 섞어 만들었다. 색을 내야 하니 인공착색료도 더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달콤한 간장이 이제는 우리가 먹는 '양조간장'이 되었다.  집에서 담근 장이 비위생적이고 영양가가 없다는 공익광고가 만들어졌다. 구더기가 끼고 곰팡이가 난 장독이 연일 신문과 방송에 나왔다 한다. 공장에서 생산한 깨끗한 장을 냉장고에 보관하며 사는 사람이 현대인이고 신식 삶이라는 환상이 만들어지는 동시에, 우리는 집집마다 다른 고유의 장맛을 잃어갔다. 그리고 새로 생겨난 '장 소비자'를 잡기 위해 식품회사는 저가의 간장 된장 고추장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가격경쟁을 해야 하니, 진짜 콩 대신 콩기름을 짜고 남은 콩찌끄러기에 합성조미료를 섞어 만들었다. 색을 내야 하니 인공착색료도 더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달콤한 간장이 이제는 우리가 먹는 '양조간장'이 되었다.  


수업을 다 듣고, 명인이 담근 간장으로 볶은 우엉채와 이쑤시개로 퍼놓은 된장 한 입을 맛보았다. 잡미가 없고 담백한 짠맛이 났다. 그러면서 깔끔한 깊은 맛도 났다. 수업을 다 듣고, 명인이 담근 간장으로 볶은 우엉채와 이쑤시개로 퍼놓은 된장 한 입을 맛보았다. 잡미가 없고 심플한 짠맛이 났다. 그러면서 깔끔한 깊은 맛도 났다. 


날이 좀 풀리면 봄이 온 기념으로 장독과 메주를 주문해야겠다. 아주 작은 장독 분량만큼 담가 된장을 거르고 간장을 걸러 1년이고 3년이고 숙성시켜 맛보고싶어졌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모든 내 삶이 공장으로부터 나온 것들 뿐이니, 현대인은 혼자 내버려두면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모든 동물은 먹을 것은 물론, 자기 살 집을 알아서 뚝딱 만들고 거기에서 새끼를 키운다. 인간 씩이나 되어 하루종일 타자를 두드리고 술이나 마실 줄 알았지 의자 하나, 옷 한 벌 만들고 짓지 못하니 이거 참. 날이 좀 풀리면 봄이 온 기념으로 장독과 메주를 주문해야겠다. 아주 작은 장독 분량만큼 담가 된장을 거르고 간장을 걸러 1년이고 3년이고 숙성시켜 맛보고싶어졌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모든 내 삶이 공장으로부터 나온 것들 뿐이니, 현대인은 혼자 내버려두면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모든 동물은 먹을 것은 물론, 자기 살 집을 알아서 뚝딱 만들고 거기에서 새끼를 키운다. 인간 씩이나 되어 하루종일 타자를 두드리고 술이나 마실 줄 알았지 의자 하나, 옷 한 벌 만들고 짓지 못하니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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