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수까지는 깡, 그 이후는 웃음
[3수까지는 기세, 4수부터는 깡]
3수까지는 기세였다.
4수부터는 깡이었다.
그리고 5수부터는, 가끔 웃음이 났다. 미쳤다는 뜻이다.
임용고시. 그 시험지를 볼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진짜 교사가 되고 싶어서 이러는 건가? 아니면, 포기하면 지금까지의 시간이 아까워서 이러는 건가?”
친구들은 하나둘씩 합격해서 발령 받은 곳으로 떠났고, 나는 “내년엔 꼭 합격할 거야”를 달고 사는 반복 재수강생이 되었다.
점심시간, 독서실 앞 분식집 사장님은 내 얼굴을 보고 묻지도 않고 김치볶음밥을 내밀었다.
항상 같은 것을 주문하는 것을 아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20대를 거의 전부 시험과 함께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커피를 마시다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나, 이거 계속 하면 죽겠다.”
머리가 아닌 몸이 말했다.
“이젠 아닌 것 같다”고.
[몽골 UBMK School]
어느날 밤, 나는 무심코 포털 사이트에 ‘해외 한국어 교사’라고 검색했고, 그렇게 떠밀리듯 본 공고가 있었다.
“몽골 UBMK Schoool, 초등 교사 모집”
몽골. 대체 거긴 어디에 있는 나라지? 싶던 그 나라는, 어느새 내게 탈출구처럼 보였다.
거기 가면 시험에 떨어진 사람이 아닌, ‘선생님’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그렇게... 간절했다.
며칠 뒤, 형에게 말했다.
“형, 나 몽골 갈까 봐.”
형은 잠시 조용히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래. 거기 가면 네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겠다.”
그 말이 나를 살렸다.
때로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다.
막힌 길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뚫리지 않을 때가 있으니까.
실패가 두려워서 포기하지 말고,
성공이 간절해서 도전하자.
그 차이가 인생을 바꾼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지만]
나는 짐을 쌌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고, 대한민국의 하늘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그렇게, 임용고시에서 탈락한 한 청년은 몽골의 초원 한복판으로 날아갔다.
아무것도 확실한 건 없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마음만은 가벼웠다.
[어른이 된 지금 깨닫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도망’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계속 같은 자리에서 맴돌며 지쳐가는 대신,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몽골에서 나는 처음으로 진짜 선생님이 되는 경험을 했다.
때로는 포기가 아니라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어른들의 몽골행]
누구나 인생에 자신만의 몽골행이 필요할 때가 있다.
같은 자리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뚫리지 않는 벽 앞에서, 계속 부딪힐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볼 것인가. 그 선택의 순간들.
중요한 건 그 선택이 도망이 아니라 도전이라는 마음가짐이다. 새로운 곳에서 더 나은 나를 찾겠다는 의지.
그리고 가끔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기적을 만날 수도 있다.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