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 첫 번째 친구 만들기

by 상현달

“저 아저씨가 제일 먼저 놀아줄 것 같아.”

하늘이가 건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작업자를 가리켰다. 굴삭기 기사 김현우였다. 40대 중반의 성실해 보이는 남자였다.

“왜 저 사람이야?”

민수가 물었다. 아직 자신이 여덟 살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거울에는 어린아이가 비쳤지만, 45년간의 기억은 생생했다.

“혼자 일찍 와서 성실하잖아. 성실한 어른들이 제일 쉬워.”

재훈이가 씨익 웃었다.

“왜?”

“성실한 사람일수록 규칙을 잘 따르거든. 우리가 만든 규칙도.”

세 아이는 차에서 내렸다. 민수는 자신의 몸이 실제로 여덟 살 아이가 된 것을 느꼈다. 키도 작아졌고, 목소리도 변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어떻게 하는 거야?”

“간단해. 우리가 함께 놀자고 하면 돼.”

하늘이가 현우에게 다가갔다. 굴삭기 주변에서 안전 점검을 하고 있던 현우는 갑자기 나타난 아이를 보고 놀랐다.

“어? 꼬마야, 여기서 뭐 해? 위험해.”

“아저씨, 우리랑 놀아요.”

하늘이가 천진하게 웃으며 말했다.

“놀이? 여긴 공사 현장이야. 어른들이 일하는 곳이고.”

“어른이요?”

하늘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른은 재미없어요. 우리는 아이가 좋아요.”

김현우는 당황했다. 아이가 혼자 이런 위험한 곳에 있을 리 없었다. 부모가 어디 있는지 찾아봐야 했다.

“꼬마야,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

“없어요. 45년 전에 우리를 버리고 갔어요.”

현우는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45년 전이라니. 이 아이는 기껏해야 여덟 살밖에 안 보였는데.

“뭔 소리야? 45년 전이면 너 태어나기도 전이잖아.”

“아니에요. 저희는 45년 동안 계속 여덟 살이었어요.”

하늘이가 현우의 손을 잡았다. 순간 현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앗, 뜨거워!”

하늘이의 손에서 열기가 전해졌다. 하지만 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묘하게 따뜻한 온기였다.

“아저씨, 따뜻하죠?”

“어... 응. 따뜻하네.”

김현우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늘이의 손을 잡고 있으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여덟 살 때 엄마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갔던 기억이었다.

“아저씨도 옛날에는 아이였죠?”

“그럼, 누구나 아이였지.”

“그때가 좋았어요?”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았다. 아무 걱정 없이 놀기만 하던 시절이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하늘이의 목소리가 묘하게 달콤했다. 현우는 점점 그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그... 그럴 수 있으면...”

“할 수 있어요. 우리가 도와드릴게요.”

하늘이가 더 세게 현우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정말 뜨거웠다. 하지만 현우는 손을 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열기가 좋았다.

“뜨거워서 좋아요?”

“응... 좋아.”

현우의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했다. 40대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점점 가늘어졌다.

민수와 서연은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 민수는 소름이 돋았다. 현우의 얼굴이 변하고 있었다.

주름이 펴지고, 머리카락이 검어지고, 체격이 작아지고 있었다. 40세에서 30세로, 30세에서 20세로.

“계속 내려가네...”

민수가 중얼거렸다.

“끝까지 갈 거예요.”

서연은 만족스럽게 말했다.

현우는 이제 10대 청소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변화는 멈추지 않았다.

“아저씨, 기분 어때요?”

“좋아... 정말 좋아...”

현우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아이 목소리였다. 그의 키도 계속 작아져서 하늘이와 비슷해졌다.

마침내 변화가 멈췄다. 40세 김현우는 여덟 살 아이가 되어 있었다.

“우와, 신기해!”

어린아이가 된 현우가 자신의 손을 보며 신기해했다. 40년간의 기억은 사라지고, 여덟 살 아이의 순수한 정신만 남아 있었다.

“이제 우리 친구야.”

하늘이가 현우의 손을 놓았다.

“친구! 좋아!”

김현우가 팔짝팔짝 뛰었다. 완전히 8세 아이의 행동이었다.

“그런데...”

민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 가족은 어떻게 돼? 아내도 있고, 자식들도 있을 텐데...”

“걱정 없어.”

재훈이가 웃었다.

“곧 가족들도 만나러 갈 거거든.”

“뭐라고?”

“현우가 집에 가서 가족들한테 우리 소개해줄 거야. 그럼 가족들도 우리 친구가 되는 거지.”

민수는 끔찍한 상상을 했다. 여덟 살이 된 현우가 집에 가서 아내와 자녀들의 손을 잡는다면...

“안 돼! 그건 너무...”

“왜 안 돼?”

하늘이가 순수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는 친구들이 많아야 해. 45년 동안 너무 외로웠거든.”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삶이 있어. 가족이 있고, 꿈이 있고...”

“어른들의 꿈?”

재훈가 코웃음을 쳤다.

“어른들의 꿈은 다 거짓말이야. 돈 벌기, 성공하기, 그런 거짓말들.”

“아이들의 꿈이 진짜예요. 놀기, 친구 만들기, 행복하기.”

하늘이가 덧붙였다.

“우리는 사람들을 진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거야.”

이때 다른 작업자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트럭 운전사, 용접공, 현장 감독까지 십여 명이 현장에 들어왔다.

“오, 더 많은 친구들이 왔네!”

여덟 살이 된 현우가 기뻐하며 뛰어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김현우예요!”

어른들은 갑자기 나타난 아이를 보고 당황했다. 더욱이 그 아이가 자신들이 알고 있던 김현우와 닮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혹싱...현우씨? 현우씨가 왜 이런 모습이...”

현장 감독이 어리둥절해했다.

“저 아이로 바뀌었어요! 정말 재밌어요!”

김현우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여러분도 해보세요! 정말 기분 좋아져요!”

어른들은 뒤로 물러섰다. 이상한 일이었다. 김현우가 아이가 되었다는 것도 이상했지만, 더 이상한 것은 그가 전혀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우씨, 정신 차려요!”

“정신? 저 정신 멀쩡해요!”

현우가 웃었다.

“오히려 지금이 가장 정신이 맑아요!”

하늘이와 재훈이가 다른 작업자들에게 다가갔다.

“아저씨들도 우리랑 놀아요.”

“애들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위험해.”

“우리는 위험하지 않아요. 위험한 건 어른들이에요.”

재훈이 말했다.

“어른들은 거짓말하고, 속이고, 아이들을 버려요.”

“그러니까 어른을 없애야 해요.”

하늘이가 덧붙였다.

“대신 착한 아이들만 남겨야 해요.”

작업자들이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현우가 그들의 길을 막고 있었다.

“가지 마세요! 정말 재밌다니까요!”

현우가 가장 가까운 작업자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부터 두 번째 변화가 시작되었다.

민수는 이 모든 것을 보며 절망했다.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그 자신도 여덟 살 아이에 불과했으니까.

더 끔찍한 것은 자신도 이 광경이 조금씩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어른들이 아이가 되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스트레스와 걱정이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이게... 이게 정말 나쁜 일일까?’

민수는 혼란스러웠다. 45년간의 어른 기억과 여덟 살 아이의 본능이 충돌하고 있었다.

30분 후, 건설 현장에는 십여 명의 여덟 살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모두 다른 얼굴이었지만, 같은 순수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집에 가서 가족들도 만나자!”

하늘이가 제안했다.

“좋아!”

새로 만들어진 아이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우리 가족들도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주자!”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흩어져 갔다. 각각의 손에는 45년간 쌓인 뜨거운 증오가 담겨 있었다.

민수는 이제 알았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 놀이는 이제부터였다.

하늘이가 민수의 손을 잡았다.

“너도 우리와 함께 해줄 거지?”

그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이 민수의 마지막 저항을 녹여버렸다.

“응... 같이 하자.”

민수가 웃었다. 여덟 살 아이의 순수한 미소였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원한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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