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 민수의 여덟 번째 생일

by 상현달

“오늘이 민수 생일이야.”

하늘이가 갑자기 말했다.

“생일?”

민수는 당황했다. 자신의 생일은 9월이었다. 적어도 45년간 그렇게 알고 있었다.

“진짜 생일.”

서연이가 웃었다.

“진짜로 태어난 날. 여덟 살이 된 날이야.”

“45년 전 5월 25일이 우리 모두의 진짜 생일이야.”

준호가 덧붙였다.

“그날 우리는 진실한 아이들로 태어났잖아.”

민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오늘이 자신의 진짜 생일 같았다. 45년간의 가짜 삶이 끝나고, 진짜 자신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그럼 생일 파티를 해야겠네.”

하늘이가 손뼉을 쳤다.

“어디서?”

“청와대에서 하자.”

재훈이가 제안했다.

“대통령도 우리 친구가 됐거든.”

청와대로 향하는 길은 축제 분위기였다. 서울 시내 모든 곳에서 여덟 살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경복궁 앞에서는 수백 명의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모두 한때는 관광객, 경찰, 가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저기 봐!”

한 아이가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에서는 전투기들이 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기들은 서로 부딪히고 땅으로 떨어지며 아름다운 불꽃을 터뜨리고 있었다.

“조종사들도 여덟 살이 됐나 봐.”

민수가 웃었다.

“어른들은 전쟁을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놀이를 좋아하거든.”

청와대 정문에는 이미 수십 명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정부 관료들이었던 사람들이었다.

“강민수! 강민수!”

그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생일 축하해!”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자 더 놀라운 광경이 펼칐져 있었다.

대통령 집무실에는 여덟 살이 된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그는 종이왕관을 쓰고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어? 친구들이다!”

대통령이 기뻐하며 달려왔다.

“같이 그림 그릴래? 정말 재밌어!”

“뭘 그리고 있어?”

하늘이가 물었다.

“새로운 세상!”

대통령이 그림을 보여줬다. 크레용으로 그린 서툰 그림이었지만, 내용은 명확했다.

전 세계가 놀이터로 변한 모습이었다. 모든 건물이 장난감 같고, 모든 사람이 아이였다.

“대통령도 우리 꿈을 이해하는구나.”

준호가 만족스럽게 말했다.

“이제 국가 권력도 우리 편이니까,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겠어.”

“어떻게?”

민수가 물었다.

“핵 미사일.”

도민이가 무서운 제안을 했다.

“핵 미사일로 아직 감염되지 않은 나라들을 위협하는 거야.”

“핵 미사일?”

민수는 놀랐다. 그것은 너무 과격했다.

“걱정 마. 진짜로 쏘는 건 아니니까.”

하늘이가 웃었다.

“그냥 위협만 할 거야. 항복하거나 우리 편이 되라고.”

“대통령 친구, 핵 미사일 발사 버튼이 어디 있어?”

서연이가 물었다.

“여기!”

대통령이 기쁘게 빨간 가방을 가져왔다. 핵 발사 코드가 들어있는 가방이었다.

“우와, 신기해!”

아이들이 가방을 둘러쌌다.

“이걸로 전 세계를 위협할 수 있구나.”

하지만 민수는 여전히 불안했다.

“정말 쏘지는 않을 거지?”

“물론이지.”

하늘이가 대답했다.

“우리는 사람들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친구로 만들려는 거니까.”

“하지만 만약 거부하면?”

“그럼...”

하늘이의 눈이 차갑게 변했다.

“쏠 수도 있어.”

“어차피 핵이 떨어져도 우리는 안 죽거든. 45년간 실험을 받으면서 방사능에 면역이 됐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죽을 거 아니야!”

“어른들만 죽어.”

준호가 태연하게 말했다.

“아이들은 우리가 보호해줄 거니까.”

민수는 점점 이들의 계획이 두려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흥미롭기도 했다.

정말로 아이들만 남는 세상이 된다면 어떨까?

“자, 시작해볼까?”

하늘이가 대통령에게 말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연락해 봐.”

대통령이 비서실에 지시했다. 물론 비서들도 모두 여덜 ㅂ살이 되어 있었다.

“미국 대통령과 통화 연결됐어!”

곧 스크린에 미국 대통령이 나타났다. 그도 이미 여덟 살 아이가 되어 있었다.

“하이! 한국 친구들!”

미국 대통령이 손을 흔들었다.

“오늘부터 우리 모두 친구야!”

“중국 주석도 연결됐어!”

중국 주석도 여덟 살 아이였다.

“니하오! 우리 같이 놀자!”

“러시아 대통령도!”

“프리베트! 정말 신나!”

하나둘씩 전 세계 지도자들이 화상회의에 참여했다. 모두 여덟 살 아이들이었다.

“이제 우리가 세계를 지배하는구나.”

민수가 중얼거렸다.

“지배가 아니라 놀이야.”

하늘이가 정정했다.

“우리는 독재자가 아니라 놀이 친구들이거든.”

“그럼 아직 감염되지 않은 지역은 어떻게 할까?”

“간단해.”

서연이가 지도를 펼쳤다.

“아프리카와 남미 일부 지역이 아직 남아 있어.”

“거기는 인터넷이 잘 안 되는 곳들이라 우리 방송을 못 봤거든.”

“그럼 직접 가면 돼.”

준호가 제안했다.

“우리는 순간이동 할 수 있으니까.”

“정말?”

민수가 놀랐다.

“45년간 실험 받으면서 얻은 능력이야.”

하늘이가 민수의 손을 잡았다.

“같이 가자.”

순간 민수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뜨자 아프리카 사바나 한가운데 있었다. 멀리 야생동물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여기는 케냐야.”

하늘이가 설명했다.

“아직 우리 친구가 되지 않은 마사이족 마을이 있어.”

멀리 보이는 마을에서는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직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할까?”

“직접 가서 손을 내밀면 돼.”

47명의 아이들이 마을로 걸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아이들을 보고 놀랐다. 특히 그들이 공중에서 떨어진 것을 본 몇몇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안녕하세요!”

하늘이가 스와힐리어로 인사했다.

“우리와 친구가 되실래요?”

마을 족장이 나왔다. 60대 정도의 노인이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우리는 전 세계의 친구들이에요.”

“같이 놀고 싶어요.”

족장이 의심스러워하며 물러섰다.

“이상한 아이들이군. 어디서 왔느냐?”

“한국에서 왔어요. 순간이동으로요.”

족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증명해 볼게요.”

하늘이가 손을 들자 주변의 모든 나무가 불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뜨거운 불이 아니라 차가운 불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마법이다!”

“악령이다!”

“도망쳐야 해!”

“우리는 악령이 아니에요.”

연서가 말했다.

“우리는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려는 거예요.”

족장이 창을 들고 위협했다.

“물러서라! 우리 마을을 떠나라!”

“꼭 그래야 하나요?”

하늘이가 아쉬워했다.

“우리는 친구가 되고 싶은데.”

“싫다면 어쩔 수 없죠.”

준호가 차갑게 말했다.

47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마을 전체가 뜨거운 기운에 휩싸였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여덟 살 아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족장도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도 결국 여덟 살 소년이 되었다.

“이제 우리 친구야!”

변화가 끝나자 새로 만들어진 아이들이 기뻐했다.

“정말 좋아! 왜 처음에 거부했지?”

“어른들은 항상 그래.”

민수가 말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하지만 아이가 되면 모든 걸 받아들여."

다음은 남미였다. 아마존 깊숙한 곳의 원주민 부족이었다.

그 다음은 시베리아의 유목민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남극 연구기지의 과학자들이었다.

하루 만에 전 세계를 다 돌았다.

이제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여덟 살 아이가 되었다.

“끝났다...”

민수가 지구 궤도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말 끝났어.”

지구는 완전히 다른 행성이 되어 있었다.

모든 도시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공장은 멈췄고, 자동차는 놀이기구가 되었고, 학교는 거대한 놀이터가 되었다.

“이제 진짜 민수 오빠 생일 파티를 하자.”

하늘이가 민수의 손을 잡았다.

“전 세계가 파티장이야.”

정말 그랬다. 지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일 파티가 되어 있었다.

70억 명의 여덜 ㅂ살 아이들이 동시에 노래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우주에서도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민수는 웃었다. 45년 만에 진짜 행복한 생일이었다.

비록 세상은 끝났지만, 진짜 세상이 시작된 것 같았다.

아이들만의 세상이.

순수한 증오로 가득 찬 완벽한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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