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 도시가 놀이터가 되다

by 상현달

새로운 도시가 완성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민수는 거대한 회전목마의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놀이공원이 되어 있었다. 빌딩들은 모두 레고 블록 모양이었고, 도로는 무지개 색깔로 칠해져 있었다. 자동차 대신 장난감 기차들이 다니고 있었다.

“어때? 멋지지?”

하늘이가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이제 이 새로운 세계의 여왕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정말 멋져. 이게 진짜 우리가 원하던 세상이야.”

민수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는 이상한 공허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뭘 하지?”

“뭘 하냐고?”

하늘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놀면 되잖아.”

“계속 놀기만 하라고?”

“어. 우리는 영원한 여덟 살이니까.”

민수는 아래를 다시 내려다봤다.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놀이는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한 그룹은 예전에 어른이었던 아이들을 묶어놓고 ‘재판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 어른은 나쁜 짓을 많이 했어!”

“그러니까 벌을 받아야 해!”

그들은 웃으면서 ‘어른이었던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다른 그룹은 ‘전쟁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용하는 무기는 진짜였다. 탱크와 전투기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저 아이들... 좀 이상하지 않아?”

민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상하다고? 저렇게 재밌게 놀고 있는데?”

하늘이는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45년간 억눌렸던 감정을 푸는 거야. 건전한 놀이지.”

“건전한 놀이라고?”

“맞아. 어른들이 우리한테 한 짓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때 수혁이가 급하게 달려왔다.

“큰일이야!”

“뭔 일인데?”

“새로 만든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

민수와 하늘이가 문제가 생긴 곳으로 향했다.

도시 외곽에서 점토로 만들어진 새로운 아이들 수천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뭔가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뭘 하고 있는 거야?”

민수가 물었다.

“우리만의 놀이를 하고 있어.”

새로운 아이들 중 리더 격인 소년이 대답했다.

“어떤 놀이?”

“어른들을 다시 만들어서 죽이는 놀이.”

민수는 소름이 돋았다.

“다시 만들어서?”

“어. 점토로 어른들을 만든 다음에 진짜로 괴롭히고 죽이는 거야.”

정말 그랬다. 그들은 점토로 어른 모양의 인형들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형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제발...”

점토 어른 중 하나가 애원했다.

“왜 이런 짓을...”

“재밌잖아!”

새로운 아이들이 웃으며 점토 어른을 찢어버렸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어른들이 싫어. 그러니까 마음껏 괴롭힐 거야.”

민수는 깨달았다. 자신들이 창조한 새로운 아이들은 더 순수했다. 더 잔인했다. 어떤 제약도 없는 완벽한 증오의 화신이었다.

“멈춰야 해.”

민수가 말했다.

“왜?”

하늘이가 놀란 표정이었다.

“저들은 우리가 만든 거야. 자기 뜻대로 하게 놔둬야지.”

“하지만 너무 잔인해...”

“잔인하다고?”

하늘이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혹시 어른들을 동정하는 거야?”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뭔데?”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민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민수가 이상해졌어.”

“어른들 편을 들고 있어.”

“혹시 다시 어른이 되고 싶은 거야?”

민수는 당황했다. 그들의 시선이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런 게 아니야... 나는...”

“그럼 증명해 봐.”‘

하늘이가 차갑게 말했다.

“저기 있는 점토 어른들을 직접 죽여봐.”

“뭐?”

“그럼 우리가 믿을게.”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민수에게 집중됐다. 수백명의 여덟살 아이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수는 점토 어른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진짜 어른처럼 두려워하고 있었다.

“제발... 저희를 죽이지 마세요...”

“저희도 살고 싶어요...”

민수의 손이 떨렸다. 35년간 어른으로 살았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 기억이 그를 막고 있었다.

“못 하겠어?”

하늘이가 냉정하게 물었다.

“그럼 민수는 배신자야.”

“배신자!”

“어른들 편!”

“우리가 직접 처리해야 해!”

아이들이 민수를 둘러쌌다. 그들의 눈에는 45년간의 순수한 증오가 담겨 있었다.

“잠깐... 나는...”

“민수도 점토로 만들어 버려!”

“그럼 정말 순수한 여덟 살이 될 거야!”

민수는 공포를 느꼈다. 이들에게는 동정심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다. 오직 증오만 있을 뿐이었다.

“알겠어... 내가 할게.”

민수가 굴복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점토 어른에게 다가갔다.

“미안해...”

그가 점토 어른을 부수는 순간,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정말 살아있는 어른을 죽이는 것과 같았다.

“좋았어!”

아이들이 환호했다.

“이제 민수도 진짜 우리 편이야!”

하지만 민수는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이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는 느낌이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가자.”

하늘이가 선언했다.

“다음 단계?”

“우주로 나가는 거야.”

하늘이가 하늘을 가리켰다.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저기에도 어른들이 있을 거야. 외계의 어른들이.”

“그들도 모두 우리 친구로 만들어야 해.”

민수는 소름이 돋았다. 이들의 계획은 지구에서 끝나지 않았다. 우주 전체를 여덟 살 아이들의 놀이터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어떻게 우주로 가는데?”

“간단해.”

준호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이상한 장치가 들려 있었다.

“이건 NASA에서 가져온 우주선 제작 기술이야. 우리가 개조했지.”

“이걸로 빛의 속도로 우주를 여행할 수 있어.”

“그리고 모든 행성의 어른들을 친구로 만들 거야.”

아이들의 눈이 광기로 반짝였다.

“상상해 봐. 온 우주가 놀이터가 되는 거야!”

“모든 별이 장난감이 되고!”

“모든 행성이 우리 것이 되는 거야!”

민수는 이제 알았다. 이것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다. 우주적 규모의 재앙이었다.

하지만 막을 수는 없었다. 그 자신도 이미 그들 중 하나가 되어버렸으니까.

“언제 출발해?”

민수가 체념한 듯 물었다.

“내일.”

하늘이가 웃었다.

“내일 새벽에 첫 번째 우주선이 출발해.”

“목표는 화성이야. 거기에 인간들이 만든 연구기지가 있거든.”

“그 어른들부터 친구로 만들 거야.”

밤하늘에는 이미 거대한 우주선이 떠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우주선이 아니었다. 거대한 회전목마 모양의 우주선이었다.

“멋지지?”

정민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주에서도 회전목마를 탈 수 있어.”

민수는 회전목마 우주선을 바라보며 절망했다.

45년 전 그날, 회전목마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제 회전목마를 타고 우주로 나아가 모든 것을 끝낼 것이었다.

지구는 이미 끝났다. 이제 우주가 끝날 차례였다.

“재밌겠다...”

민수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양심의 가책이 없었다. 오직 45년간의 순수한 증오만 남아 있었다.

내일이면 우주적 놀이시간이 시작될 것이었다.

모든 별이 여덜 살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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