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우주선이 화성을 향해 출발한 지 3일이 지났다.
민수는 지구 궤도에서 우주선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화성에 가 있었다. 첫 번째 우주 정복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연락이 왔어!”
지훈이가 통신 장비를 들고 뛰어왔다.
“화성에서 성공 했다는 연락이 왔어!”
스크린에는 화성 표면의 모습이 나타났다. 붉은 행성 위에 세워진 인간의 연구기지였다. 하지만 이제 그 기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기지 전체가 거대한 놀이터로 변해 있었다. 과학 장비들은 모두 부서져 있고, 그 자리에 미끄럼틀과 그네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와!”
민수가 감탄했다.
“정말 성공했구나!”
“물론이지!”
화면 속에서 하늘이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 주변에는 수십 명의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화성의 과학자들이 모두 우리 친구가 됐어!”
“그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어. 지구에서 벌어진 일을 이미 알고 있었거든.”
정말 그랬다. 화성 기지의 과학자들은 지구와의 통신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전 세계가 아이들에게 점령당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도망치려고 했어.”
화면 속 아이 중 하나가 말했다. 얼굴을 보니 원래는 화성 기지 책임자였던 사람 같았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가겠어? 우주에는 우리밖에 없는데.”
“그래서 순순히 손을 내밀었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지!”
그가 웃었다. 완전히 여덟 살 아이의 웃음이었다.
“이제 다음 목표는 어디야?”
민수가 물었다.
“목성!”
하늘이가 대답했다.
“목성 궤도에 유럽우주기구의 탐사선이 있어. 거기에도 사람들이 타고 있거든”
“그 다음엔?”
“토성, 천왕성, 해왕성... 태양계 모든 곳에 있는 존재들을 친구로 만들 거야.”
민수는 흥분됐다. 태양계 전체가 그들의 놀이터가 된다니.
“그런데 태양계를 다 정복하고 나면?”
“또 다른 별로 가야지.”
준호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새로운 장치가 들려 있었다.
“이건 뭐야?”
“워프 드라이브야.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장치지.”
“어디서 가져온 거야?”
“만들었지. 우리 능력으로.”
정말 그랬다. 45년간의 실험으로 얻은 초자연적 능력으로 인류가 아직 개발하지 못한 기술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걸로 은하계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어.”
“모든 별에 있는 외계인들을 친구로 만들 거야.”
민수는 상상했다. 수십억 개의 별, 수조 개의 행성에 살고 있을 외계 생명체들. 그들이 모두 여덟 살 아이가 되는 모습을.
“외계인들도 어른이 있을까?”
“당연하지.”
지안이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른은 우주의 암적 존재야. 어느 행성에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모든 어른들을 없애야 해.”
“우주를 깨끗하게 만들어야 해.”
이때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다.
“뭐지?”
민수가 주변을 둘러봤다.
“지구에서 뭔가 올라오고 있어!”
찬욱이가 망원경을 들여다봤다.
“로켓이야! 누군가 우주로 탈출하려고 하고 있어!”
스크린에 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의 모습이 나타났다. 급하게 만든 것 같았지만, 분명히 우주로 향하고 있었다.
“누가 만든 거지?”
“아마도...”
준호가 생각에 잠겼다.
“지하 벙커에 숨어 있던 어른들이 있었나 봐.”
“지하 벙커?”
“어. 우리가 놓친 곳이 있을 수 있어. 깊은 지하나 바다 밑 같은 곳에.”
민수는 화가 났다. 아직도 쥐새끼같이 숨어 있는 어른들이 있다니.
“잡아야 해!”
“물론이지.”
영희가 조종석으로 향했다.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너무 순진해.”
우주에서 추격전이 시작됐다.
회전목마 우주선이 탈출하는 로켓을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로켓은 예상보다 빨랐다.
“첨단 기술을 쓰는군.”
준호가 분석했다.
“아마 군사용 로켓일 거야.”
“군사용이라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 지도부가 탈출하려고 미리 준비해 둔 거 같아.”
민수는 더욱 화가 났다. 자신들이 고통받을 때를 대비해 탈출로를 미리 준비해 둔 어른들이었다.
“절대 놓치면 안 돼!”
“잡을 수 있어.”
호성이가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워프 드라이브가 있거든.”
순간이동으로 로켓 앞을 막았다.
로켓 안에서는 당황하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항복해!”
선우가 통신으로 외쳤다.
“저항하면 더 아플 거야!”
하지만 로켓 안에서는 다른 대답이 나왔다.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다!”
“아이들에게 굴복하지 않겠다!”
민수는 그들의 대답에 더욱 분노했다.
“아직도 우리를 무시하는구나!”
“아이들이라고 얕잡아보고!”
“직접 들어가서 손을 잡아버려!”
민수가 우주복을 벗고 로켓으로 향했다. 45년간의 실험으로 우주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로켓의 외벽을 뚫고 들어가자, 안에는 20명 정도의 어른들이 있었다. 모두 정부 고위직이나 과학자들로 보였다.
“어떻게...! 우주복도 없이...”
“얘들아, 제발 살려줘.”
한 노인이 애원했다.
“우리는 인류를 보존하려는 거야. 어른들이 없으면 문명이 무너져.”
“문명?”
민수가 웃었다.
“어른들의 더러운 문명 말이야?”
“전쟁하고, 환경 파괴하고, 아이들을 실험하는 그런 문명?”
“그런 문명은 없어지는 게 맞아!”
민수가 가장 가까운 어른의 손을 잡았다.
“안 돼!”
다른 어른들이 말렸지만 이미 늦었다.
아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
변화하는 어른 중 한 명이 절규했다.
“우리는... 우리는 인류의 미래였는데...”
“인류의 미래는 우리야.”
민수가 차갑게 말했다.
“여덟 살 아이들이 만들 새로운 미래.”
“어른들의 미래는 끝났어.”
20분 후, 로켓 안에는 20명의 여덟 살 아이들이 웃고 있었다.
“우와, 우주여행 재밌어!”
“우리도 다른 별에 가고 싶어!”
“같이 놀자!”
민수는 만족스러웠다. 이제 정말로 모든 어른들을 잡았다.
“지구로 돌아가자.”
“돌아가서 뭘 해?”
“마지막 점검을 해야지.”
“정말로 모든 어른들이 사라졌는지 확인하는 거야.”
그들은 지구로 돌아가서 전 세계를 샅샅이 뒤졌다.
바다 밑 연구소, 남극 기지, 깊은 동굴, 지하 벙커... 모든 곳을 확인했다.
몇 군데에서 숨어 있던 어른들이 더 발견됐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모두 아이가 되었다.
일주일 후, 마침내 확신할 수 있었다.
지구상에는 더 이상 어른이 존재하지 않았다.
70억 명 모두가 여덟 살 아이가 되었다.
“성공했어!”
하늘이가 환호했다.
“지구 정복 완료!”
“이제 진짜로 우주를 정복하는거야!”
민수는 지구를 마지막으로 내려다봤다.
아름다운 푸른 행성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행성에는 어른들의 미래가 없었다.
오직 아이들의 영원한 놀이터만 있을 뿐이었다.
“다음 목표는 프록시마 센타우리!”
준호가 별지도를 펼쳤다.
“거기에 인류가 보낸 탐사선이 있어. 아마 사람들도 타고 있을 거야.”
“그리고 외계 생명체도 있을지 몰라.”
“외계 어른들도 친구로 만들어주자!”
거대한 회전목마 함대가 지구를 떠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4.24광년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
그곳에서 우주적 규모의 놀이시간이 계속될 것이었다.
민수는 우주선 창문을 통해 멀어져가는 지구를 바라봤다.
45년 전 그날, 회전목마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제 회전목마를 타고 우주로 나아가 모든 것을 끝낼 것이었다.
우주의 모든 어른들이 아이가 될 때까지.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