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친구들' 작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

8장 너도 밝아지고 싶니?_전등

by 상현달

오늘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는 『수상한 친구들』 8장 <너도 밝아지고 싶니?_전등 편>에 숨겨진 제 진짜 기억들입니다.


이번 챕터의 화자는 천장에 매달린 ‘전등’입니다.


왜 하필 전등이 주인공일까요? 그것은 텅 빈 집에서 홀로 밤을 지새워야 했던 어린 날의 저에게, 어둠을 밀어내 주는 전등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1. 임대아파트의 낡고 조용한 친구들


8장을 읽다 보면 동철이네 집을 지키고 있는 여러 사물들이 등장합니다. 매일 켜져 있는 전등, 낡은 변기, 바닥이 까맣게 그을린 프라이팬, 그리고 고장 난 선풍기.


사실 이 사물들은 상상 속의 물건들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저와 형이 함께 살았던 작은 임대아파트에 실제로 있던 제 진짜 친구들입니다.


가족의 온기가 사라진 텅 빈 집에서, 저를 둘러싸고 있던 이 낡고 볼품없는 사물들만이 제가 가진 일상의 전부였거든요. 저는 이 말 없는 사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제 외로웠던 시절을 말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2. 불을 끄지 못하는 아이


소설 속 동철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전등부터 켭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조차 절대 불을 끄지 않습니다. 전등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니 불평을 쏟아내죠.

전등.jpg


이건 제 이야기입니다.


저는 어둠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아니, 무서웠습니다.


형이 밤늦게까지 일을 하러 나가고 나면 집에 남은 건 저 혼자였습니다. 캄캄한 방 안에서 불마저 꺼버리면,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지독한 고립감이 밀려왔습니다. 그 차가운 어둠이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죠.


그래서 저는 늘 불을 훤하게 켜두고 잠을 청했습니다.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그 환한 빛만이, 제가 아직 안전한 곳에 살아있다고 말해주는 유일한 위로였습니다.

3. 플래시의 기억, 철원 GOP의 살인적인 추위


재미있는 점은, 8장에서 전등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전등은 자신이 예전에는 패션 감각이라곤 없는 칙칙한 ‘플래시(손전등)’였다고 투덜거리죠. 강원도 철원이라는 엄청나게 추운 곳에서 벌벌 떨며 일했다고요.


이 엉뚱한 회상 장면은 사실, 제가 철원 GOP에서 군 생활을 했던 경험을 녹여낸 것입니다.

thumbSDP6DTE2.jpg


그곳에서 저는 살면서 처음으로 온도계가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뼛속까지 얼어붙는 살인적인 추위, 칠흑같이 어두운 최전방의 산속에서 밤새 순찰을 돌며 느꼈던 그 막막함. 그 춥고 힘들었던 기억 속에서 제 손에 들려있던 작은 플래시의 불빛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어둠을 밝게 비춰주는 생명줄과도 같았습니다.

군대_GOP.jpg

어린 시절 임대아파트의 방을 밝혀주던 ‘전등’이나, 군 시절 철원의 캄캄한 철책을 비추던 ‘플래시’나, 결국 저에게는 춥고 외로운 시간을 버티게 해준 소중한 ‘빛’이었던 셈입니다.


『수상한 친구들』 8장의 제목처럼 묻고 싶습니다.


"너도 밝아지고 싶니?"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동철이도, 군대의 매서운 추위 속에 서 있던 저도, 간절히 원했던 건 짙은 어둠을 밀어낼 작고 따뜻한 빛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유난히 어둡고 춥게 느껴지는 밤이 있나요?

그럴 때 여러분의 방을, 그리고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는 전등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상한 친구들’ 작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