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과 영어책

'딱 10문장' 감성에세이

by 김남원


눈만 감으면 만나는 삼십 년 전 소년이 있다. 그 소년의 엄마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뜨거운 짬뽕을 손가락으로 집어 허겁지겁 먹는다. 논두렁에 앉아 참을 먹는데, 자장면그릇 들고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소년에게 하나뿐인 나무젓가락을 건네곤 말이다.


또 하루는 그 소년이 불현듯 공부하겠다며 책꽂이에 있는 영어책 좀 달란다. 그런데 엄마는 영어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영어책이 떻게 생겼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 소년에게 엄마의 희생에 대한 깨달음과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오묘한 감정과 배움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갈 호흡이 되었다. 짬뽕과 영어책이 내게 준 생명이다. 값어치 매길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보석이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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