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산에서 배운 부끄러움

'딱 10문장' 감성에세이

by 김남원


새로 산 등산화등산복, 양손엔 스틱까지 챙겨 들었다. 설악산을 오르던 그 날, 갖출 건 다 갖춘 ‘등산 고수’ 같았다.


처음엔 정말 좋았다. 눈이 닿는 곳마다, 마음이 머무는 곳마다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놓칠까 봐 눈에도, 마음에도 욕심껏 담아냈다.


하지만 몇십 분이 지나자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다리는 무거워지고,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다.


그때, 내 앞에서 한 할머니가 고무신을 신고 그 무거운 쌀포대를 머리에 이고 오르고 계셨다.


그날, 나는 알았다. 진짜 힘든 건 오르막이 아니라, 나의 얕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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