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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무슨별 Aug 15. 2023

파타고니아의 정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투어

야생 플라밍고, 구아나코, 천연의 에메랄드빛 물색 그리고 심각한 멀미

*이 글의 요약본 영상으로 미리보기!

https://youtu.be/4b9gxKJyM1Y


이른 아침부터 머나먼 길을 떠난 우리는 남미 여행 소매치기 썰을 공유했다. 생각보다 남미 그렇게까지 위험하진 않은걸? 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는데, 다음 행선지인 칠레 산티아고가 소매치기로 아주 유명하다고 했다. 느슨해진 나에게 시기적절한 알람 같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래저래 수다를 떨며 1시간쯤 달리고 잠시 기념품 겸 휴게소에 들러 가볍게 커피 한 잔 하고, 구겨졌던 몸을 잠시 펼쳤다가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또다시 한 시간쯤 달리니 드디어 저 멀리서 토레스 델 파이네가 선명하게 보였다. 가는 길에 다양한 동물 친구들도 구경했는데, 잠시 차에서 내려서 직접 보니 정말 광활한 땅 어딘가에 뚝 떨어져 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드넓은 땅과 하늘이 마주보고 끝없이 늘어진 풍경만 봐도 이 곳의 자연이 얼마나 광활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아서 물구나무 서보기^,^


잠깐의 구경을 마치고 이번엔 호수가 있는 곳으로 갔다. 옅은 에메랄드빛 호수였는데 그곳엔 플라밍고 친구들이 아주 많았다. 하얀 플라밍고도 있었고 옅은 핑크빛 플라밍고도 있었다. 동물원이나 사진 속에서 인공적으로 연출된 플라밍고가 아닌, 진짜 자연에 사는 플라밍고들을 이렇게 떼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아쉽게도 호숫가 근처로 내려갈 수는 없어서 가까이서 보진 못했지만, 멀리서 본 풍경도 마치 상상 속 장면처럼 생경하게 느껴지는 게 묘하게 좋았다.


*야생의 플라밍고들


*포즈 장인 ㅇㅈ?


그리고 또 한번 이동하니 이번에는 굉장히 큰 폭포와 그림같은 산세가 펼쳐져 있었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산꼭대기는 만년설로 녹지 않는 하얀 눈이 보였고, 하늘은 파랗고 뭉게구름으로 산이 조금 덮여있었다. 폭포의 물 색깔은 역시나 옅은 에메랄드 빛이었고, 이름은 ‘시그니띠까 루(들었던대로 적어보았다)’ 였다. 루는 이 물 색을 의미한다고 했다. 폭포 사이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아주 큰 바위는 등고선처럼 층층이 여러 겹으로 되어있었는데, 아마도 이 물살 때문에 깎여나가다보니 마치 페스츄리처럼 층이나서 깎인 게 아닐까 싶었다.


*너무나 멋있는 폭포와 그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바위


*이 엄청난 물살을 보소....


각자의 색과 질감 그리고 형태가 제각기여서 여기에 그냥 액자만 걸면 그림일 정도로 장관이었다. 이곳에서 한참을 사진찍고 떠들다가 국립공원 티켓을 구매 및 확인하는 곳으로 이동했고, 이제는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와서 진짜 투어가 시작된다고 했다.(티켓은 미리 구매할 수도 있고,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그동안 본 것들은 아직 시작도 아니었다는 것에 놀랐고,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풍경들이 기다리고 있을 지 기대가 됐다.





(놀랍게도 여기까지가 국립 공원 본격 들어가기 전의 사진이다 ㅎㅎ)


여러 각도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를 아주 질리도록 보면서 설명을 곁들이는 투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분명 같은 산을 보는 건데도 각도마다 구성된 광물이 달라서 색과 질감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산 뿐만이 아니었다. 물 색도 기본 베이스는 에메랄드 아니면 파랑이었지만, 그 어떤 호수도 똑같은 색은 없었다. 분명 같은 곳에서 흘러나온 물일텐데, 설명에 따르면 빛의 각도나 물 안에 어떤 산호들로 구성되었느냐에 따라 물빛이 결정된다고 했다.


이 공원의 풍경은 흡사 스위스를 떠올리게 하는 아주 평화롭고 아름다운 꿈에 그리던 풍경이었다. 다만 상상과는 달리 볕이 쨍쨍하고 맑은 날에도 바람이 아주 세차게 불어서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여러가지 설명을 들으며 아주 원 없이 풍경 구경을 하고 정오가 넘은 시각 다시 버스에 탔는데, 이때부터 심각한 멀미 증세가 또다시 올라왔다. 분명 멀미가 날 것을 대비하여 비싼 값을 지불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산 멀미약을 투어 출발 전 아침에도 복용하고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도 또 한번 복용했는데요 소용이 없었다. 남미의 비포장 도로는 멀미약도 도루묵이었다. (그런데 유독 나만 심하고 다들 괜찮았던 걸 보면, 내 컨디션이 정말 최악이었나보다 싶다)


*그럼에도 일단 사진은 열심히 찍어둔 게 참 다행이다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어찌저찌 견뎌내고 1시쯤 드디어 식당으로 내렸다. 밥을 먹는 것보다 바깥 공기를 쐴 수 있고 차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물론 울렁임이 바로 다 사라지진 않았지만 차 안에 있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식당은 뷔페식으로 여러 음식을 담아 먹는 구조였는데, 나는 따로 싸온 음식들이 있어서 그것을 먹었다. 어제 마트에서 산 빵과, 베이커리에서 산 머핀, 숙소에서 안 먹고 가져온 샌드위치는 끼니용이었고 그 외에도 과일주스, 오렌지, 요플레 등이 있었다. 지금 적다보니 뭐 이렇게 많이 가져갔나 싶은데, 빵은 죄다 너무 맛이 없어서 거의 버렸고 (특히 마트에서 현지 가장 인기 많은 빵이라고해서 샀던 그 빵이 정말 최악이었다) 요플레와 과일 위주로 잘 들어갔다. 멀미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원래 어떤 상황에서도 정말 잘 먹는 타입인데 멀미가 이겼다..)


*살면서 먹어본 중 가장 최악의 빵!


먹다보니 이번에는 또 체할 것 같은 느낌이어서 에너지 보충용으로 조금만 먹고 밖을 조금 걸었다. 원래 바깥 공기 마시며 걷다보면 그래도 금방 나아졌는데 이때는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식사 시간이 끝나고 마지막 투어 코스를 갔는데,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와 상관 없이 나는 그저 차에 몸을 뉘이고 쉬는 걸 택했다. 기진이도 이제는 조금 지쳤다며 같이 차에 있었고, 차를 운전해주시는 기사님과 셋이 남아서 토레스 델 파이네 W트래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사님은 혼자서 이 길을 개척했고, 이제는 비교적 수월한 코스를 알게 되어 친구들과도 다녀왔다고 했다. 열심히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설명해주셨는데, 상세한 코스는 스페인어가 많아서 알아 듣진 못했지만, 충분히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만한 내용이라는 것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멀미 기운이 가시질 않아서 괴로운 와중에도 다음번에 남미에 다시 온다면, 꼭 토레스 델 파이네 W트레킹을 정복하고 마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아침 8시에 시작된 투어는 5시가 넘어서 끝났고, 동네 중심가에 내려서 잠깐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어제 혼자 아주 거하게 먹었던 식당에 한번 더 왔고, 이번에는 기진이와 기진이가 아는 동행 두 분과 함께 넷이었다. 처음 보는 사이었지만 남미 여행 이야기로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고, 여럿이서 다양한 메뉴를 시켜서 와인을 곁들여 마시니 그렇게 꿀맛일 수 없었다. 아까 낮에 멀미를 심하게 했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원래 잘 먹던 나로 되돌아 왔다.


이번에 시킨 메뉴는 혼합 세비체, 문어의 원인(스페인어를 한국어 번역 돌려서 나온 메뉴명), 타꾸타꾸, 큰 고기가 덩어리째 들어간 파스타, 어제도 시켰던 바질 연어 리조또 그리고 레드 와인 한 병이었다. 넷이 먹을 양 치고는 1인 1메뉴라 소박했던 것 같은데 와인을 같이 마셔주니 부족하진 않았다. 연어 세비체보다는 혼합이 다양한 해산물이 들었다보니 훨씬 나았고, 타꾸타꾸는 처음 먹어보는데 거대한 큐브의 비주얼을 뽐내는 이 메뉴는 아주 질게 된 밥 같기도하고 오트밀 같기도 한게 식감은 묘했지만 소스는 맛있었다. 쌀 비스무리한 걸 먹는 기분이라 제대로 식사를 하는 기분이었다.


고기가 덩어리째 들어간 파스타는 오늘 시킨 메뉴 중 가장 맛있었다. 소스와 함께 구워진 고기와 야채는 당연히 맛있었고, 파스타도 생면이나 계란옷을 입은 건지, 아주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나서 기진이와 그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어떤 여행을 함께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우연히도 일정이 겹쳐서 여러 번 마주쳤고 그 사이에 매우 친해져서 다같이 새벽에 피츠로이에 올라 캠핑도 하고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던 불타는 고구마(일출의 붉은 빛이 피츠로이에 맺힌 모습을 보고 묘사하는 말)도 봤다고 했다. 나도 정말 보고 싶었던 건데 이렇게나마 생생한 후기를 들으니 간접 경험할 수 있어 좋았고, 그렇게 또 남미에 와야할 두 번째 이유가 확실해졌다.


그렇게 식사를 잘 마치고 첫날 부터 점 찍어둔 칵테일 바에 왔는데, 여기는 무슨 삼일 내내 사람이 줄 서있고 예약도 안된단다. (사실 밥 먹기 전 5시에 왔을 때도 이미 웨이팅이 있었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숙소에서 맥주 한 잔 간단히 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현지의 칵테일바가 궁금하긴 했지만 편안하게 내 숙소 로비에서 편한 차림으로 먹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코로나 맥주를 사왔는데 내가 그동안 봤던 맥주병보다 2.5배 뚱뚱한 버전이어서 신기했고, 킵해두었던 감자칩과 치즈볼을 함께 먹으니 아주 꿀맛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11시쯤 까지 떠들다가 피로가 몰려와서 이 날은 비교적 빠르게 하루를 마무리했던 것 같다. (바람을 많이 맞으면 유독 피곤하게 느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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