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의 산, 빙하, 호수, 강을 아우르는 아름다운 그곳에 가다!
푸에루토나탈레스에 온 이유는 단 하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투어를 하기 위해서였다. 검색해보면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천혜의 대자연을 한가득 느낄 수 있는 파타고니아의 정수가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었다. 처음엔 피츠로이와 토레스 델 파이네를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낫냐는 질문이 많길래 둘 다 산을 올라가 봐야하나 싶었다. 그런데 여러 정보들을 얻고 후기를 비교하면서 피츠로이는 무조건 오르리라 마음 먹었고, 반대로 토레스 델 파이네는 등산 대신 파타고니아를 질리도록 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
사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W트래킹이라고 하는 코스로 최소 4박 5일 이상 산행을 하는 곳이다. 전 세계의 트래킹 러버들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든 혼자서도 잘 해내는 나이기에 처음엔 도전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 W트래킹의 경우에는 중간에 위급 상황이 생기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다음 번에 누군가 함께 온다면 그 때 다시 도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미래에 있을 대장정 트래킹의 맛보기 코스로 산뜻하게 국립공원 투어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고 할 수 있겠다.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6시 부터 일어나서 조식을 먹으며 하루를 깨웠다. 7시 반에 투어 버스가 픽업을 오기로 되어있어서 부지런히 일어나 밥도 먹고 씻고 나갈 채비를 했다. 준비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호스텔 로비에 앉아 있었는데, 나와 비슷한 또래로 추정되는 동양인 여자분이 있어서 수줍게 혹시 한국인이신가 하고 물었다. 그리고 그분은 한국인이 맞다고 했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인 여행자, 그것도 동성인 여자분을 만나서 무척이나 반가웠다.(해외 여행 홀로 오래 하다가 마음 놓고 편하게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한국인분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다)
그 분의 이름은 기진. (한참 동생인 친구여서 기진이라고 칭하도록 하겠다.) 어디를 가냐고 물으니 기진이도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투어를 간다고 했다. 같이 기다리면서 혹시나 같은 회사 같은 투어일까 싶어 확인해봤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그런데 픽업 버스가 오지 않는다는 기진이는 왠지 예약한 투어사가 본인을 잊은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약속된 것은 반드시 이행될 것이라는 생각을 장착한) 한국인으로써 예약한 투어사가 픽업 오지 않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럴리가 없다며 불안해하는 기진이를 달랬다.
그런데 정말로 약속된 시간이 한참이 지나도록 기진이네 투어사는 연락이 없었고, 직접 사무실이나 받은 연락처로 연락을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여행자에겐 시간이 돈보다 귀한데 그렇게 하루를 날리면 다음을 보장할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보니, 내가 예약한 투어사에 한 명 더 추가 가능할지를 알아보겠다고 했다.(남미는 다음에 또 오지~ 라는 말을 장난으로라도 쉽게 할 수 없는 곳임을 알기에 내 일처럼 도와주고 싶었다) 재빨리 연락해서 확인해보니 어차피 떠나는 투어 버스인데 자리가 부족하지 않은 한 거절할 이유가 없는 투어사는 흔쾌히 ok 를 외쳤고 우리는 그렇게 같은 투어 버스를 타고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투어 버스는 8시가 조금 되지 않은 시각, 우리를 픽업하러 왔다. (나의 픽업 버스도 예정보다 조금 늦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미에서는 상대방 일정이 늦어도 그러려니..하고 30분 정도는 기다릴 수 있는 느긋하고 차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고대하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투어를 우연하게 둘이 함께 떠나게 되니, 처음 본 사이인데도 오랜 친구와 함께 가는 것 마냥 어딘가 멋진 곳으로 소풍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한 눈에 봐도 사람 좋은 게 느껴지는 기진이와 함께라면,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즐겁게 하루를 즐길 수 있으리라는 묘한 확신이 들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