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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무슨별 Aug 16. 2023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산티아고로 이동한 날의 기록

남미 여행 첫 동행과 함께 #산크리스토발 공원 #맛집 #칵테일바


*칠레 첫날의 기록 영상으로 미리 보기

https://youtu.be/5nrgkyXaFj8


칠레의 남쪽 마을에서 중심부이자 수도인 산티아고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비행기 시간은 여유 있게 12:22 출발 그리고 15:34 도착이었다. 남미에 와서 공항이 붐빌 경우 놓치는 불상사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이 날도 일찍 일어나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즐기고 떠날 채비를 했다. 방에 침대가 두개여서 어제의 투어 이후로 급속도로 친해진 기진이와 하룻밤을 함께했는데 벌써 또 헤어질 시간이 왔다는 게 아쉬웠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보고자, 공항으로 향할 택시를 기다리던 숙소 로비에서 기진이와 함께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여행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의도하지 않아도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된 인연들과 때로는 오랜 친구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순간 더 깊은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나와 다른 존재를 만나 그들의 세계를 간접 경험하고 그런 세상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게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의 마지막 아침. 샌드위치에는 그 흔한 잼도 안 발려있고 그저 치즈 한 조각이 전부였다.


기진이와의 바이바이 셀카. 고작 하루인데 함께여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가 뜨기 3시간 전에 택시를 탔다. 공항으로 얼마나 걸릴 지는 대충 찍어보니 15~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거리도 매우 가깝고 완전히 뻥 뚫려있는 길이어서 10분만에 도착했다. 오전 9시 30분쯤 공항에 도착했고 이륙 2시간 반 전이었다. 공항은 거의 동네 오두막 수준으로 정말 작고 뭐가 없었고, 심지어 카운터의 직원들 조차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짐을 미리 떨굴 수 도 없었다. 여기서 대체 뭘 하면서 기다려야하나 고민스러웠다.


인터넷 공화국(?)인 한국과 다르게 남미는 와이파이나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아서 오롯이 혼자 시간을 보냈어야했다. 시간도 많이 남았겠다 할 것도 없겠다 사진첩의 사진을 정리하면서, 여행 중 틈틈히 올렸던 쇼츠 영상을 이어서 올려보고자 영상도 편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이륙 2시간 전인 10시 반이 되어서야 짐을 부칠 수 있는 카운터가 열렸다. 모두가 같은 상황이었는지 카운터가 열리자마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와르르 몰려와서 줄이 아주 길어졌다. 아주 일찍부터 왔는데도 줄서서 또 한번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어딘가 조금은 짜증이 날뻔 했지만, 여기는 남미니까 한 마디로 나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공항 내에서 짐을 날치기(?) 당했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서, 저 무겁고 커다란 짐을 혹시나 잃어버릴까 기다리는 내내 꽁꽁 안고 있었다.


그렇게 짐을 먼저 떨구고 안으로 들어오니 또 한번의 기다림이 있었다. 약 2시간을 또 뭐 하면서 기다릴까 싶었는데, 출발 전 우버택시 같이 타실 분이 있을 지 남미여행 카톡방에 남겼을 때 본인도 같은 비행기를 탄다고 톡을 하셨던 분을 현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택시를 같이 타려다가 내가 너무 일찍 나오는 바람에 같이 타고 오지는 못했는데 결국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만났다.


그 분의 이름은 나리씨. 나리씨는 아르헨티나에서만 3개월을 지냈다고 했다. 특별한 사유가 있냐고 물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오래 있었으나 그렇게까지 오래 있을 곳은 또 아니었던 것 같았다는 말을 하셨다. 자세한 게 궁금하기는 했지만 이미 스스르 결론을 내린 답변이신 것 같아서 나리씨만의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더 묻지는 않았다. 그렇게까지 재밌진 않았다고하면서도 3개월을 머물렀다는 것은 그럼에도 매력있는 나라여서 그랬던 게 아니었을까 속으로 생각했다.


충분히 멍도 때리고, 사진도 정리하고, 영상도 편집하고, 나리씨랑도 스몰톡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이 왔다. 놀랍게도 작은 공항답게 직접 걸어가서 비행가를 타는 시스템이었다. 전용기도 아닌데 걸어가서 탑승이라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하늘에서 4시간을 꼬박 보내고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4시 반쯤이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 공항과 다르게 산티아고 공항은 꽤나 큰 공항이었다.


숙소로 가는 방법을 알아야하는데 사실 다 귀찮아서 그냥 공항에서 택시를 타거나 물어물어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리씨의 꿀팁은 공항에 그룹 택시 회사들이 많은데 그걸 타면 택시와 버스의 중간 금액으로 숙소앞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이거다 싶어서 나도 그 루트를 따라 함께 그룹택시에 탑승했다(transvip 이라는 곳을 이용했다). 절충안이다보니 딱 중간만큼의 장단점이 있었는데 그룹으로 인원이 모여야 출발하는 시스템이어서 출발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한명 한명 목적지로 태워다줘야 했기 때문에 랜덤한 동선 속에서도 먼저 빠르게 내릴 수 있는 행운 또한 랜덤이었다.


창밖으로 본 칠레 산티아고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평화롭고 일반적인 도시의 느낌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곳에서 그렇게나 소매치기가 활개를 치다니 머릿속으로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햇살도 따사롭고 날씨도 너무 좋은데 눈으로 보기에 느껴지는 평화와 실제 상황은 다를 수 있겠거니 했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나오는데 거리도 꽤 있고 차도 조금 막히는 상황이었는데, 운 좋게도 그나마 빨리 내린 편이긴 했음에도 약 1시간 정도 소요되었던 것 같다. 시간은 좀 걸리긴 했지만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숙소까지 무사히 올 수 있어서 만족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을 하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공항인가 비행기에서 받은 영수증 같은 종이가 있었는데 그걸 버리면 안됐었다고 했다. 그 종이가 없으면 외국인 여행자 증빙이 되지 않아서 세금을 10%인가 더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게 중요한 종이를 왜 주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것인가.. 남미의 서비스 문화가 정말 이해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그냥 으레 나눠주는 일반 영수증 같은 것인 줄 알고 아무생각 없이 버렸는데 그때 묘하게 쎄한 느낌을 그냥 지나치면 안됐었던 것이다.


카운터 직원은 인터넷에서 새로 발급받아 보여주면 된다고 했지만 그런 일련의 모든 과정들을 거치기에 나는 이미 이 먼 곳까지 오는데 꽤나 지쳐있는 상황이었기에 포기하고 추가 금액을 더 결제했다. 돈을 더 내고 스트레스를 줄이기로 선택한 것이었다. 남미는 뭐 하나 쉬운 게 없구나 싶었다. 앞으로 모든 결제 건에 대해서 10%씩을 계속 더 내야한다면 쓸데없는 비용 지출이 생기겠구나 싶었지만 나중에 생각하자 하고 방에 들어와 짐을 풀고 쉬었다.


짐 풀고 동행 만나서 길거리를 걸으며 찍은 칠레 산티아고에서의 첫 사진! 뭔가 유럽 같기도 하면서 남미 같기도한 묘한 느낌의 도시였다.


남미는 도시나 나라간 이동이 결코 널널하지 않기에(거리도 멀고 루트도 험난한 편) 이동하는 날은 가능한 일정 없이 쉬는 것으로 계획했다. 이 날도 아무런 계획이 없었지만 저녁 시간이어서 뭔가를 먹기는 해야했고, 해가 늦게 져서 저녁 6시가 넘었는데도 대낮처럼 밝았기에 잠깐 나가보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남미 사랑 카톡방에서 오늘 칠레 산티아고에서 동네 구경하고 식사하실 분을 찾았는데, 어렵지 않게 동행을 구할 수 있었고 그렇게 급 랜덤으로 만날 약속을 했다.


남미 사랑 카톡방은 익명제기 때문에 남자분이신지 여자분이신지는 물론이고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톡방에서 동행을 구해본 게 처음이어서 사실 조금 긴장됐다. 혼자인 것보다 모르는 사람과 둘이 있는 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 이 사람이 나중에 돌변해서 해코지를 하면 어쩌나, 혹은 여행 스타일이 잘 안 맞아서 이미 같이 하기로했는데 계속 불편하면 어쩌나 생각이 많았다. 나이가 들수록 여러 경험치가 쌓이면서,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여러 그림이다보니 생각과 걱정도 늘어가는 것 같다.


그렇게 약속된 시간, 약속된 장소에서 그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꽤나 빡센(?) 루트를 함께하게 되는데…!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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