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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무슨별 Aug 17. 2023

칠레 산티아고에서 남미 첫 동행과 걷고 먹고 마시고!

7km 걷고, 찐맛집 뿌시고, 칵테일 2잔 마신 썰 푼다


*산티아고 첫날 일정 영상으로 미리보기

https://youtu.be/5nrgkyXaFj8


동행과 만난 시각은 오후 6시 20쯤이었던 것 같다. 짐을 풀고 아주 잠시 쉬고 만났는데, 남자분이셨고 나보다는 몇 살 더 있으신 것 같았다.(정말 정보 1도 없이 쌩으로 만났다) 우리가 협의한 루트는 산 크리스토발 공원에 가서 푸니쿨라로 정상에 올라 산티아고 시내 전망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만난 지점으로부터 푸니쿨라까지 조금 걸어가면 닿을 거리여서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산티아고 거리 첫 풍경! 여기는 알고보니 유명한 박물관이었다.


걷다보니 지도에서 봤을 때와 달리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20~30분 정도를 걸어서 푸니쿨라 타는 곳에 도착했다. 어느 후기에서는 푸니쿨라 타는 것도 때에 따라 웨이팅이 있다고 봤었는데, 저녁 시간이라 그랬는지 운 좋게 대기 없이 바로 탈 수 있었다. 푸니쿨라가 아주 정상으로 쭉쭉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꽤나 높이 올라가서 조금 놀랐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푸니쿨라 탑승이 어려울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케이블카처럼 아얘 막혀있는게 아니고 상반신쪽은 뚫려있는 구조)


한 10분 정도를 타고 올라가니 정상에 도착했다. 내려서 조금 더 올라가니 완전한 정상에 도착했고 마리아상이 우뚝 세워져 있어서 종교가 있는 게 아닌데도 홀리한 감상이 느껴졌다. 탁 트이다 못해 그냥 시내 전체를 통째로 가까이서 내려다보는 전망이었다. 여기서 야경을 본다면 정말 장관이겠구나 싶었는데 아쉽게도 치안이 녹록지 않은 남미다보니, 그런 아쉬움은 접어두기로 했다.


서 있는 곳 뒤로는 바로 낭떨어지... 어디서 저 용기가 나왔을까..


실컷 감상하고나니 출출해져서 저녁을 먹으러가기로 했다. 애초에 무언가 대단한 일정을 목표로 했던 게 아니었고 이미 계획했던 곳을 왔으니 오늘 할 일은 다 한거나 다름 없었다. 산티아고 시내에서도 부자동네 거리가 있는데 그쪽은 밤에도 치안이 괜찮다고하여 그쪽으로 슬슬 걸어가서 구글맵의 평점이 좋은 식당에 가기로 했다.


산 크리스토발 정상의 파노라마 뷰. 역시 이런 뷰는 사진이 절대 담지 못하지


내려가는 방향은 푸니쿨라를 탔던 쪽과 정반대였고, 경사가 완만하게 쭉 내려가는 루트였다. 그런데 말이 완만이지 올라오는 입장에서는 끊임 없이 올라가는 길인데 그 길을 내내 뛰거나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는 시민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그냥 걸어서 올라가기도 쉽지 않은 경사와 길이를 자랑하는 아주 큰 공원인데, 뛰거나 자전거로 올라올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 싶었다. 내려가던 중간에 이 곳의 유명한 높은 건물인 Costanera Center도 보고, CHILE라고 되어있는 구조물 앞에서 인증샷도 남겼다. 원래 이런 구조물 앞에서 찍는 건 욕심이 딱히 없는데, 동행분이 이런 걸 찍어야 여길 왔다는 게 한눈에 남아서 오글거려도 찍는 게 좋다는 말을 하셔서 아주 설득이 되어버렸고 지금은 그때 찍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파란 하늘에 뜬 달이 너무 예뻤고
푸니쿨라 반대쪽으로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듯 했다.


그렇게 한시간을 내리 걸어서야 공원을 나와 평지로 내려올 수 있었다. 생각보다 긴 루트여서 에너지를 많이 썼기에 이제는 진짜로 연료를 공급해야했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EN ANCLA’ 라는 식당에 도착했는데 딱 봐도 여긴 맛집이겠구나 싶었다. 일단 테라스 공간이 있어서 만족스러웠고, 다양한 식사 메뉴와 와인이 있었다. 약간은 더운 감이 있었지만 야외에 앉아야만 할 것 같은 이끌림에 테라스 좌석에 앉았고, 메뉴는 큐알코드로 찍어서 봐야했는데 전부 스페인어라 해석하는 것을 빠르게 포기했다. 대신 구글맵 후기에 괜찮아보이는 사진으로 주문했고, 와인은 해산물 요리에 어울리는 화이트와인을 추천받아서 시켰다.


이것만 봐도 맛집 스멜 느껴지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대만족이었다. 둘이서 10만원에 메뉴 3개 그리고 와인 한 병까지 아주 알차게 먹었다. 칠레 산티아고가 남미 국가 중 상대적으로 물가가 높아서 다들 사리게 된다고 들었는데, 요즘 한국 물가가 워낙 살인적이다보니 이 정도 무드에 음식 그리고 와인까지 마시는데 둘이서 10만원이면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었다.


주문한 메뉴의 디테일을 설명하자면 1. 해산물 리조또 2. 혼합 세비체 3. 치즈가 올라간 크랩 그라탕? 4. 쇼비뇽블랑 샤르도네 화이트와인 이렇게 4가지였다. 비주얼로 보면 알겠지만 말이 필요 없을만큼 아주 만족스러웠고, 남미와서 먹은 것들중에 손에 꼽을 수 있었다. 맛도 맛인데 분위기와 친절함이 맛을 한층 더 좋게 느끼게끔 했던 것 같다.


해산물 리조또


혼합 세비체 (가성비 진짜 미쳤음...)


크랩 치즈 그라탕?


비주얼까지 맛집이세요


그리고나서 인근의 칵테일 집으로 점찍어둔 ‘Gracielo Bar’ 에 갔다. 식당에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고, 여기도 후기가 매우 좋아서 아주 기대했던 곳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멀리서도 들리는 클럽풍의 음악이 여기도 장난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했다. 1, 2층에는 사람이 없어서 뭐지 하면서 3층 루프탑에 오르니 그곳에 모든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는 걸 알게됐다.


바 좌석을 좋아해서 망설임 없이 그곳에 앉았고,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 메뉴인 ‘네그로니'를 시켰다. 4가지의 주류가 섞이는 칵테일이라 꽤나 도수가 높고 깊은 맛의 레이어가 느껴지는 칵테일이다. 만국 공통으로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메뉴라는 생각이 드는데, 초입자라면 도수가 높고 맛이 강해서 추천하진 않고 어느정도 칵테일에 흥미있는 분들께 살짝 제안해보고 싶은 메뉴다. 이미 와인을 반 병 마시고 온 터라 한 잔만 마셨는데도 몸이 노곤해지는 게 느껴졌다. 아주 먼 길을 비행 이동하기도 했고, 도착해서는 또 쉼 없이 7km 정도를 내리 걸었으니 피곤할만 했었다.


동행분이 시키신 건데 예뻐서 찍었다. 이름은 패인킬러! 진통제!


하지만 남미에서의 첫 칵테일이었고 이 좋은 분위기를 빨리 마무리하고 싶진 않아서 한 잔 더 주문했다. 이번에는 강도가 덜한 ‘모스코 뮬’ 이라는 메뉴를 시켰다. 계피, 생강향을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부담 없이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칵테일인데 역시나 실패할 일이 없었다. 간혹 너무 달게만 만들어서 진짜 별로인 곳도 있는데 여기는 각종 주류의 고장 남미가 아닌가! 신선한 알콜의 향연을 적당히 즐겁게 즐겼던 순간이었다.


이쯤되면 남자 동행과 뭔가 있었거나 위험한 순간은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철저히 동행으로만 다녔고 사생활 얘기는 거의 하


지 않았다. 운 좋게도 취향이나 여행스타일이 잘 맞아서 반나절동안 하고싶은 것들 다 하면서 잘 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자는 남자이기에 칵테일 두 잔 마시고는 자정쯤 깔끔하게 우버를 잡아타고 집으로 갔다. 그 어떤 멜랑꼴리한 상황도 없었고 위험한 순간도 없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까. 남미에서 밤 늦은 시간까지 있어본 게 처음이었는데 그래도 누군가 옆이 같이 있으니 그나마 안전하게 잘 다녔던 것 같기도하고. 부자 동네여서 확실히 더 안전한 느낌도 있었고 그랬는데 결론적으로 무탈히 다녔으니 그걸로 됐다! 이동하는 날은 쉰다더니.. 역시 나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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