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별무슨별 Aug 23. 2023

남미 남자 조심하세요^.^ (역대급 소름 돋는 썰푼다)

헬창이라면 주목! 칠레 산티아고 좋은 헬스장 Energy Club 추천!


*오늘의 에피소드 영상으로 미리보기~!!

https://youtu.be/5YTkP7guNsA


콘차이토로 와이너리 투어가 끝나고나니 4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와인을 여러 종류 마셨기도 했고 날이 매우 쨍한 날이었어서 피곤한 감이 있었지만, 외출 전 호스텔에서 우연히 만났던 칠레 친구 둘과 반은 약속처럼 잡아둔 일정에 대해 어떻게 할 지 고민할 시간이 도래했다. 나가기 전 아침을 먹고 있었는데 한식이 신기해보였는지 말을 먼저 걸어왔고 김치며 김자반이며 즉석 시식회를 하며 급속도로 친해진 칠레 남자 둘이었다. 그러다 그 중 한명이 본인들의 오후 일정이 헬스장 가는건데 운동 좋아하면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었다.


요즘 세상에 모르는 사람을 따라간다는 게 아무래도 무서운 일이기도하고, 신변이 확실하지 않은 이들이다보니 적당히 거절하고 말 생각이었다. 그런데 제안한 그 분이 아주 적극적으로 헬스장이 정말 좋은 곳이고 우리는 친구니까 나를 대접하고 싶다고 정성껏 나를 설득하는 바람에 결심이 흔들리고 말았다. 사실 얼떨결에 ok한거나 다름없어서 이후로도 계속 이게 맞나, 가서 어디 감금되서 끔찍한 일을 당하거나 가진 물건들을 털리거나 그러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컸다. 나중에 영 아니다 싶으면 잠수를 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불안감을 누르게 된 것은 나의 운동을 향한 열정이었다. 결국 나는 헬스장에 가는 것을 선택했다.


남미에서 좋은 헬스장을 경험해본다는 것을 상상하면 걱정도 물론 있었지만 설렘이 더 컸던 것 같다. 미지의 세계 남미에서 잘 사는 나라인 칠레 산티아고에서의 헬스장 일일 체험은 어떨지 궁금했다. 와이너리투어가 끝나고 곧장 숙소로 돌아가(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소요) 잠시 쉬고 환복한 뒤, 6시쯤 숙소 1층에서 만나 헬스장을 향해 떠났다. 우버를 같이 타고 이동했는데 가는 동안에도 이게 맞는 건가 수백번은 더 생각했고, 만약 이상한 낌새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달리는 차 문을 열고서라도 탈출해야겠다는 시뮬레이션을 했다.


첫인상부터 아주 쾌적한 칠레 산티아고 'Energy Club'


다행히 도착한 곳은 시설이 아주 좋고 넓고 쾌적한 헬스장이었다. 헬스장 이름은 Energy Club. 랜덤피플이 다수 모인 곳이기도하고 진성 운동 러버들이 모인 곳이라 이곳에서는 위험한 일이 발생하진 않겠다 싶어 안심이 되었다. 시설도 다양하고 거의 신설인듯 보였는데 수영장까지 있어 아주 기대가 됐다. 칠레 친구들이 등록 및 비용 관련해서 모두 커버해준 덕분에 나는 따로 신경쓸 일이 없었고, 그들이 하는 기구 운동을 하나씩 따라해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는 하이라이트인 수영까지 했는데, 수영장이 있는지 모르고 왔기에 수영복까지 빌려서 아주 알차게 운동했다.


남미에서 이렇게 쾌적한 헬스장이라니..! 아주 감동해버린 나의 셀카 기록


오전부터 아주 부지런히 보낸 하루였는데, 저녁 시간까지 이렇게 꽉 채워 움직일 줄은 몰랐으나 아주 뿌듯한 하루가 아닐 수 없었다. 칠레 친구 둘 중 하나는 먼저 집으로 돌아 갔고, 남은 한명과 간단히 뭐라도 먹기로 했다. 사실 어느 위험한 일이 벌어질 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보니, 카드는 가져오지 않고 현금만 최소 금액으로 가지고 나왔던지라 밖에서 뭔가를 먹을 비용은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이런 엄청난 경험을 선사해준 친구들에게 빈 손으로 하루를 끝내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뭐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음료라도 한잔 하자고 제안했다.


칠레 뽀이 2. 왼쪽은 20대 초반 아가였고, 오른쪽은 30~40대 어딘가 (문제의 플러팅) 아재였다 ^.^...


헬스장에서 나와 바로 보이는 펍에 들어갔고 거기서 나의 현금이 허락하는 선에서 모히또 한잔씩 시켰다. 민트향이 아주 싱그럽고 신선했으며, 달지 않고 청량한 맛이 아주 좋았다. 저녁 6:40 부터 거의 9시가 다 될때까지 운동을 했다보니 출출할 때가 한참 지났었는데, 배를 채운다는 것보다 이 바이브에서 뭔가를 더 시킬 수 없다는 게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런데 그 칠레 친구가 처음엔 그냥 집에 가려다 마지못해 펍에 들어온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저녁까지 갑자기 본인이 사겠다고 나서서 아주 난감했다. 지금까지도 계속 빚지는 마음으로 받기만했는데 이번에 또 이렇게 받게되다니..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컸다.


상황은 끔찍했지만 음식은 또 맛있었다... 처음엔 돈 없다던 칠레 아재, 플러팅 시작하더니 갑자기 이것저것 다 시켰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점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친구로 생각했던 이 사람이(빠른 차단으로 조치를 취했기에 지금은 이름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내일 뭐하냐며 둘이서 해변가에 놀러가자는 제안을 했다. 분명 오늘 이미 호스텔 체크아웃을 했고, 원래대로라면 이미 진작에 떠났어야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내일 단둘이서 근교 해변에 가자고 제안한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전까지는 진짜 친구 느낌이었다면, 점점 플러팅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 같았다. 이 상황은 빠르게 파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계속 나는 잘 모르겠다, 아닌 것 같다 라고 얘기했으나 그는 정말 끈질기게 매달렸다. 이게 바로 남미의 삐뚤어진 열정이라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얼른 안전한 숙소로 피신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급발진이나 해코지가 없을 것 같아서 이전과 다름 없는 듯,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행동했다. 그리고 펍에서 나와 재빠르게 우버를 타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또 한번 아주 소름돋았던 순간이 있었다. 분명 오늘 산티아고를 떠나야한다고 숙소에서 체크아웃한 그 사람이, 나를 따라 호스텔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정말 나 이러다 큰 일 당하는 건가 싶어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우버타고 갈게 너는 잘가렴~ 이 나의 계획이었는데 아 나도 그 호스텔로 갈거야 는 예상 시나리오에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도 아니 나는 혼자 갈거니까 너는 알아서 가! 했다가 혹시나 손찌검을 하거나 숨겨뒀던 총을 꺼낼까 두려워 일단은 그래 ㅇㅇ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우버에 동승하며 고요하게 몇 십분을 보냈고, 호스텔에 도착할 때까지 다행히도 별 일은 없었다. 하지만 가는 동안 나는 이 상황을 어찌 모면해야 하며, 이 사람과 어떻게하면 떨어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괜히 자극했다가는 힘으로 절대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호스텔에 도착해서 나는 이제 들어가려고 하는데, 소름 돋게도 다시 한번 이 숙소에 하루 묵겠다는 말을 카운터에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정말 소름돋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건가, 그럼 나는 이 사람과 내일도 어쩔 수 없이 마주칠 수도 있는 건가 생각하니 아주 소름이 쫙 돋았다.


그런데 정말 하늘이 도왔는지, 숙소에 자리가 없어서 받아줄 수 없다는 카운터 직원의 말이 들렸다. 둘다 현지인이니 분명 스페인어로 말했을텐데, 선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나는 근심 걱정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얘 긴장을 놓지는 못했다. 이곳을 떠나기는 했지만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서 잠에 들 수 없었다. 한참을 불안감에 사로잡혀있다가 결국 카운터에 자초지종을 말하고, 혹시나 어떤 칠레 남자가 나를 찾는다면, 이미 체크아웃해서 없으니 찾지 말라고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운동에 진심인 사람으로써 칠레 산티아고 헬스장 체험을 아름답게 하루를 보낼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마무리는 아주 소름돋고 끔찍한 에피소드를 하나 생성하고야만 것이다. 지금에야 다 지난 일이고 별일 없었으니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이러다 큰 일 당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주 불안에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나깨나 어디서나 남자조심!을 한국 동행 여자분들을 만날 때 내가 늘 했던 말이었는데, 나부터 경각심을 갖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남미 남자들을 정말 남다르게 끈질긴 존재이니, 세상에 뭐든 공짜는 없다는 생각으로 호의를 절대 선뜻 받아들이지 않기를 권장한다. (내가 직접 경험해봤기에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는 이런 비슷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칠레 산티아고 콘차이토로 와이너리 투어 솔직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