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미리보기!
https://youtu.be/W38Z4oknrI0?si=A-Ua-TmGlma3iojC
남미여행 17일차의 아침이 밝았다. 우유니에서 코차밤바로 밤버스 이동 후 아침 7시쯤 터미널에 도착했고,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택시로 이동했다. 볼리비아 내에서는 유심 인터넷이 잡히지 않는데 이날 깜빡하고 가는 방법을 검색해두지 못했으나, 숙소 이름은 알고 있어서 오프라인 지도를 보여주고 택시로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알아보지 못한 상태여서 택시 금액이 감이 잡히지 않아 약간은 덤탱이 씌인듯 했다…ㅎㅎ)
어찌됐건 택시로 잘 내렸는데 숙소 근처에서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을 빙빙 돌다가 겨우 들어가는 문을 찾아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보다 훨씬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운 좋게, 정말 감사하게도 숙소에 일찍부터 들어올 수 있었다. 덕분에 간밤에 버스에서 불편하게 자느라 쌓인 피로를 침대에 대자로 누워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짧은 시간내에 다시 한번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
계획했던 남미 여행이 절반 이상 지나고나니, 한국에서 가져왔던 달러를 거의 다 쓴 상태였다. 조금 남아있던 몇 불을 인근 환전소에서 볼리비아노 화폐로 환전했고, 코차밤바에 온 유일한 목적인 또로또로 국립공원 투어를 예약하고자 숙소를 나섰다. 나오기 전 인터넷으로 여러 여행사를 검색해두고 움직였는데, 직접 찾아가보니 하나는 당일치기 투어가 없다고 했고, 다른 하나는 문을 열지 않아 왓츠앱으로 문의해야 했다.
도시 간 이동하는 날을 제외하고서는 코차밤바에 온전히 있는 날이 이틀 뿐이었기 때문에 남은 하루 동안 투어를 반드시 마쳐야했다. 이동 수단을 항공으로 예약해뒀는데 변경이 어려운 옵션이라 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그렇게 두 곳을 방문하여 문의했으나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하여 일단 에너지부터 충전하기로 했다. 원래는 숙소 직원분이 추천해준 식당에 가려했으나 움직일 힘이 없어서 지나가 본 케밥집에서 간단히 한 끼를 해결했다. 케밥 작은 사이즈 10볼 & 미니 콜라 2볼로 총 12볼이었고 한화로 약 2,500원이었다. (아주 가성비가 좋았다)
배도 채웠겠다 다시금 힘을 내서 투어사를 다녀보았는데, 세번째로 갔던 Royal Travel Agencia 투어사에는 하루짜리 또로또로 국립공원 투어상품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금액이 480볼, 한화로 거의 1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었는데, 볼리비아 화폐로 따지면 정말 비싼 가격이었기에 조금 망설여졌다. 이틀짜리 상품이면 600볼로 훨씬 경제적이었으나 나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항공 일정을 바꾸는 게 더 비용이 드는 상황) 조금 아쉽긴 했지만 원래 계획대로 하루짜리 투어를 신청했다.
투어 금액은 카드 결제가 될 줄 알았는데 현금으로만 가능하다고하여 남미 여행 중 최초로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예기치 못한 난관이 발생했다. 기기가 카드를 뱉어내거나, 먹거나, 분명 끝까지 절차를 다 진행했는데 최종적으로 뽑을 수 없다거나 하는 등 여러 다양한 사유로 돈을 뽑을 수 없었다. 특히 어느 한 기기는 나의 소중한 카드를 먹었는데, 이때는 정말 어찌해야할지 난감했다. 다른 카드도 있기는 했지만 먹혀버린 카드엔 돈이 들어 있었고 혹시나 복제되는 등 악용될 상황이 우려되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침착하게 지나가던 현지인 분께 부탁하여 atm 기기 담당자분께 전화를 걸어 지금의 상황과 대처 방법을 문의했다. 그렇게 어찌저찌 해결해보려고 애쓰고 있을 때 운 좋게도 기계가 카드를 뱉어내서 그나마 번거롭지 않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정말 다행이었다…) 카드를 잃어버릴 뻔한 정신적인 타격이 있었는데, 마음을 다잡고 나서도 여러 차례 현금 인출을 시도했으나 여전히 현금을 뽑지 못했다. 그때가 이미 5번 정도 실패를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장의 투어도 그렇고 앞으로 계속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돈을 뽑아야 했다. 그렇게 거의 10개의 atm을 수도 없이 시도해본 끝에 Banco Ecofuturo 라는 은행 기기에서 볼리비아노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다(투어 금액 + 여유분 생각해서 600볼 인출함). 너무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쯤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현금을 뽑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거의 2시간을 시내 곳곳을 이잡듯이 뒤져가며 얻은 결과였다….ㅜ 혹시나 코차밤바에서 현금을 인출해야한다면, 무조건 Banco Ecofuturo 라는 곳에서 마스터 카드로 뽑아서 체력과 시간을 아끼길 바란다.
그리고 드디어 인출한 현금을 가지고 다시 투어사로 돌아와 값을 지불하고 등록/신청 절차를 거쳤다. 생각보다 서류 작업할 것들이 있었는지 약 30분 정도 소요되었던 것 같다. 직원분의 5개월 된 아기가 그곳에 같이 있었는데, 직원분이 일에 집중하셔야 조금이라도 빨리 끝날 것 같아서 기다리는 동안 아기를 봤다. 그리고 나는 체력이 정말로 방전되어 버리고 말았다…! ㅎㅎ
그렇게 오늘의 유일한 미션이었던 투어 예약을 마치고 발길 닿는대로 시내를 구경했다. 악세서리와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어서 아주 실컷 구경을 했다. 여행의 묘미는 무엇보다 아이쇼핑인듯 하다! 그게 마트가 됐든 로컬 시장이 됐든 말이다.
그리고서는 당이 너무 떨어져서 펄이 들어간 밀크티 한 잔을 주유했고, 맛은 우리가 아는 흔한 버블티 맛이었다. 밀크티 가게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atm 찾아 삼만리를 하던 중 발견했던 K-BUNSIK (K-분식) 이라는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름부터 매우 정겨운 그곳에선 김밥 떡볶이 햄버거 와플 등 다양한 분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나의 소울 푸드인 떡볶이를 하나 주문했다.
비주얼부터 매우 합격이었고 맛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적당히 매콤 달콤한 양념이었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맛이었다. 떡은 아무래도 밀가루 떡이었는지 이에 달라붙고 뭉개지는 질감이라 별로였지만, 그래도 남미 땅에서 떡볶이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하루의 묵은 피로가 싹 날아가는 것 같았다. 배도 채웠겠다 이후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경했고, 사실 별다른 볼거리는 딱히 없었지만 현지인들이 사는 풍경을 그저 바라보는 것 그 자체로도 좋았다.
또로또로 국립공원 투어는 다음날 아주 이른 아침에 시작할 예정이었고, 아침 4:30쯤 숙소 앞으로 택시 픽업이 온다고 했다. 역대급으로 이른 하루 시작이라 최소 4시엔 기상해야해서, 저녁 8:30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나갈준비를 모두 마친 후 10시쯤 잠을 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로또로 국립공원이 하루 당일치기로는 무리라는 사실을 조금 더 미리 알아봤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별 수 있겠나. 어찌됐건 당일 투어는 성공적으로 예약했으니 평소보다 부지런히 잠에 드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