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공룡 발자국, 동굴, 암석 등등 선사시대를 체험하다
*영상으로 미리보기!
https://youtu.be/JMdWXGvrvdI?si=BYy3nt5R4qX66VWA
대망의! 고대하던! 또로또로 국립공원 투어의 날이 밝았다. 볼리비아에서 어떤 곳들을 여행해볼까 찾아보다가 공룡의 실제 발자국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기는 꼭 가야지 했던 곳이 바로 코차밤바였다. 선사시대의 유적/흔적들이 있다는 것에 매우 설렜었고, 사실 우유니 만큼이나 궁금했던 곳이었다. 과연 오늘 하루동안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실제로 남미의 투어사들은 투어에서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것들을 하는 지 미리 상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평소라면 한창 자고 있었을 새벽 4:30부터 택시를 타고 투어 버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고, 도착했을 때 작은 봉고차 하나가 대기하고 있었다. 언제쯤 출발하냐고 물었는데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알 수 없다고 했었다. 그때가 4:40이었고 5시면 출발할 수 있을 지 물었을 때도 아마 그럴 것 같은데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했다. 차량 앞을 서성이기도 하고 내부 좌석에 앉아보기도 하면서 하염 없이 기다렸는데, 결국 5:30쯤이 되어서야 투어 차량이 출발했다. 처음부터 5:30이라고 말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알지 못한채로 무한정 기다리는 데 이미 많이 지쳤고, 그렇게 차에서 완전히 기절하듯 잠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9시쯤이었다. 어느새 해가 완전히 밝게 떠있었고, 내려서 투어사가 안내하는대로 바로 아침 식사를 했다. 완전 로컬식으로 구워진 계란 샌드위치였는데 보기엔 별 거 없어 보였으나 의외로 맛이 좋았다. 원주민들이 사는 공간에서 식사를 하고 있자니, 완전히 다른 세계에 똑 떨어져 온 것 같았다. 동양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국적인 세계 그 자체였다.
너무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기에 비몽사몽했던 나에게 어떤 외국 여자분이 말을 걸었다. 본인 이름을 말하며 소개하신 그 분은 사파리 모자를 쓰고 있었고, 사파리 탐험가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분이 나를 오늘 하루 인도해주실 투어사 직원 분이신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와 같은 또로또로 국립공원 투어 관광객이었다.
브라질 부부셨는데 은퇴 후 여행용으로 개조한 차를 몰고 브라질 곳곳을 1년간 여행한 뒤 이번에는 남미를 1년 동안 구석구석 여행중이라고 했다. 그 분들의 여행에 투어사의 가이드 한 분이 함께했고 거기에 나도 껴서 가는 형태였다. 처음엔 이걸 투어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무려 10만원짜리 상품이었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고 내가 남의 여행에 끼어든 것 같아서 불편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 좋게도 정말 인자하신 노부부셔서 나를 딸 처럼 잘 챙겨주셨고, 텐션도 잘 맞아서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 날의 일정은 넓디 넓은 국립 공원의 꼬불꼬불한 길을 오르고 또 올라,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여러 유적들을(화석, 발자국, 동굴 등) 가까이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었다. 두꺼비를 닮은 큰 바위, 남미 버전 그랜드 캐니언, 분명 갈색이었는데 반대쪽에서 다시보니 금색으로 바뀌어 있는 진흙, 거대한 콧구멍을 닮은 묘한 동굴, 남성의 성기를 닮은 잉카 페니스 등등 걸어가는 길마다 자연의 신비함과 그 웅장한 기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국립공원 전체가 고산지대라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으나, 조심조심 몸이 무리하지 않도록 천천히 움직였다. (고산지대에서 잘못 무리했다간 정말로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꾀죄죄한 양떼 무리, 볼리비아 전통의상을 입은 현지 원주민, 당나귀와 아이를 마주했을 때에는 정말 내가 남미의 진짜 원주민 마을에 와있구나 실감이 났다. 그리고 일반적인 동굴 투어로 예상했던 일정은, 생사를 오가는 동굴 체험이었고 인생에 이보다 더 위험천만한 여행 코스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 또한 전혀 사전 정보 없이 냅다 던져진 일정이라, 선택의 여지조차도 없었던 것도 역시나 남미구나 싶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긴 하지만 내 돈 내고 아무것도 모른채 두려움 속에서 진행되는 일정이란….. 다시 겪고싶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저찌 무사히 동굴 일정을 마쳤는데 시간을 보니 2시간이 흘러있었다.(오후 3~5시, 우리는 목숨을 걸고 동굴에 들어갔다 나왔다) 브라질 부부는 인생에 앞으로 동굴은 더 없을 거라며, 고개를 힘껏 내저었다. 나 또한 앞으로 동굴은 더 보지 않을거고 궁금해하지도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꽤나 지쳤을 시점에 아쉽지만 부부와의 일정은 마무리 되었고, 나는 따로 가이드와 오토바이를 타고 남은 일정을 진행했다. 공룡 발자국도 보고 유명한 전망대에도 갔다. 시간은 어느새 저녁 무렵이었고 사실 이쯤 되니 풍경이고 관광이고 집에 가고 싶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그것도 고산지대에서 마땅한 휴식 시간 없이 내리 몰아치는 일정이었으니 지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엔 가이드가 차를 불러서 돌아갈 일만 남았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데 차량이 오지 않아서 이때 정말 오만가지 상상을 다 했던 것 같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미지의 국립공원에 홀로 고립되어, 이대로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가이드는 자기 집에 가고 나만 덩그러니 남으면 어찌해야하나, 평소 낙천적이었던 나조차도 잔뜩 긴장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픽업 차량이 왔고 그들끼리 스페인어로 말해서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분명 투어에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었는데 나중에 따로 돈을 더 받았다. 덤탱이 씌운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곳에서 못 빠져나온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했기에 일단은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두시간 반 넘게 달리고 달려서 무사히 시내에 도착했다. ‘투어에 다 포함인줄 알았다, 돈이 없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처음 요구했던 금액의 절반정도만 소정의 팁으로 지불한 뒤 무사히 숙소 앞에 내릴 수 있었다.
(투어에서 따로 크게 드는 비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전 안내 없이 동굴장비/차비 등등 이것저것 돈을 내라고 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덤탱이 + 호구잡히는 것 같은 느낌^^)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사실 무서웠다. 기사와 나 둘뿐이었는데, 혹시나 여기서 뭐라도 잘못된다면, 혹은 이 사람이 숙소에 안 내려주고 다른 이상한 곳으로 나를 데려간다면 어찌해야할까 오만가지 생각을 하느라 편히 쉬면서 돌아오지는 못했다. (심각할 정도로 비포장도로여서 사실 멀미라도 안하면 다행이었다) 그렇게 처음 시작은 신나고 즐겁고 좋았으나, 마지막엔 기진맥진할 정도로 너무 지쳐버리고 또 두려움에 떨면서 마무리된 또로또로 국립공원 투어였다. 하루종일 먹은 거라고는 아침에 먹은 그 계란 샌드위치 구이, 그리고 남은 그 식량을 포장했던 걸 점심에 또 한번 먹었던 게 다였다. 배가 고팠지만 식사보다는 너무나 쉬고 싶었기에 숙소 바로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히 감자튀김 하나를 사서 마무리했던 고단했던 하루였다.
(또로또로 국립공원 투어 후기 tmi 사진 대방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