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 5일차에 시내 완전 정복하기! 그리고 리마로 이동
*영상으로 미리보기
https://youtu.be/Ld3VhtUyWvA?si=l9Fj7W6ywAsrmu47
*타임라인 미리보기!
9시: 기상
10시: 워킹 투어 시작 (팁 투어)
13시: 투어 종료 (코스: 샌프란시스코 광장, 산페드로 시장, 12개의 모서리가 있는 돌 등)
13시 10분: 가이드분께 추천받은 로컬맛집 방문 (알파카 고기 & 세비체 등)
15시: 기념품 & 악세서리 쇼핑
17시: 숙소로 복귀
19시 10분: 씻고 짐 정리하고 쉬다가 공항으로 출발
19시 35분: 버스 타고 공항 도착
22시 15분: 리마행 항공기 출발
24시: 리마 공항 도착
24시 20분: 짐 찾고 택시 탑승
24시 40분: 숙소 도착 & 취침
쿠스코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사실 쿠스코에 또 유명한 ‘무지개 산'도 가보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주말만 열어서 쿠스코에 무려 5일이나 있었음에도 타아밍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다. 마지막 날 가면 딱 좋은 일정이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쿠스코 시내를 마지막으로 골목골목 돌아다니기로 마음 먹었다. 찾아보니 워킹 투어(가이드와 걸어서 시내 탐방 후 원하는 만큼 팁을 내는 투어)가 있어서 오전 일정으로 계획했고, 오후엔 느긋하게 기념품 등 쇼핑을 한 뒤 저녁에는 리마행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스케줄이었다. [투어 - 쇼핑 - 이동] 말만 들으면 굉장히 심플한 계획인데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쓰이는 일정이었다.
우선 워킹투어는 굵직하게 샌프란시스코 광장부터 시작하여, 시내 곳곳의 스팟, 산 페드로 시장, 12개의 모서리가 있는 돌 등등 도심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돌아다니는 일정이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쿠스코는 해발 3,000m가 훌쩍 넘는 고산 지대여서 천천히 걷기만 해도 힘든 곳인데, 그곳에서 무려 쉬지 않고 3시간을 내리 걸었다. 물론 중간중간 잠깐 앉기도 했지만, 애초에 신청자가 나 말고 다른 한명 뿐이었어서 정말 밀착 케어 하듯 집중 가이드를 받았고, 이게 참 좋으면서도 쉽지 않았다.
한 시간 반이 넘어갔을 땐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인원이 너무 적다 보니 중간에 빠지기가 좀 눈치가 보여서 끝까지 버텨냈다. (마지막엔 정말 어지럽고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거의 영혼이 가출한 채로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렇게 투어를 잘 마치고 가이드에게 맛집을 추천받아 그곳으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너무나 귀여운 알파카지만… 쿠스코에서 알파카 고기가 맛있는 집이 있어서 꼭 가보라고 추천을 해주신 탓에 경험 삼아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남미에서 소울푸드가 된 세비체도 시켰다. 양은 역시나 아주 많았고, 분명 에피타이저 인 것 같았는데 먹다보니 이미 배가 많이 불렀던 것 같다. 그 상태로 또 알파카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양고기처럼 알파카 특유의 향이 조금 있었지만 용인할 수 있는 정도였다. 훈연한 향도 있었고 부드럽고 쫄깃하니 맛이 좋았다. 쿠스코에 간다면 한 번쯤 먹어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양은 정말 너무 많았고, 많았다고 하면서 또 디저트로 케이크를 시켰다. 코스처럼 [에피타이저 - 메인 - 디저트] 이렇게 세트로 구성된 메뉴였고 디저트는 배가 부르기도 하고 맛도 그냥 그래서 거의 다 남겼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니 에너지가 충전돼서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아서, 여기 저기 또 한번 구석 구석 돌아다니고 발품을 팔아서 가족/친구들/나에게 줄 선물로 악세서리, 테이블보, 술 이렇게 샀다. 쿠스코의 옛스러움을 간직한 언덕길의 좁은 골목길에 그런 간단한 기념품 사기 좋고 아이쇼핑 하기 좋은 가게들이 있다고 추천받아서 그곳에서 소소하게 구매했고,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또 한 차례 자체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모든 짐을 또 한꺼번에 정리를 하고 씻으니 어느샌가 밤이 되어있었다. 숙소 주인 분들의 아이들이 참 귀여웠는데 그 중 첫째 딸 안젤라랑은 말은 전혀 통하지 않지만 그 아이가 나를 참 좋아해줘서 마지막 순간까지 같이 셀카도 찍고 과자도 먹고 같이 놀았다. 안젤라는 내 캐리어를 들고 같이 가자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 단 며칠 뿐이었지만 그새 정든 아이와 헤어지려고 하니 마음이 또 아쉬웠다. 따수운 집 같은 숙소에 머물 수 있어 참 좋았다.
리마행 항공편이 10시쯤 출발 예정이라 7시 조금 넘어서 숙소에서 나왔다. 택시를 타도 됐겠지만 숙소 주인분께서 버스를 추천해주셔서 꾸역꾸역 타고 갔다. 사람이 정말 많은데 나는 또 짐이 많아서 좀 불편하긴 했으나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다. 버스는 내릴 때 요금을 내는 시스템인데, 버스 안내해주시는 분이 수금을 하는 걸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도 나에게는 일반 요금의 두배 이상을 요구해서 살짝 기분이 나쁠 뻔 했지만. 남미에서 이런 일은 숨 쉬듯 있는 거라 익숙했고, 당당하게 로컬 사람들이 내는 만큼만 내고 하차했다.
그렇게 이륙 2시간 반 전에 넉넉하게 도착했는데 아쉽게도 짐 수속을 미리하고 들어갈 수 없어서 (카운터에 직원이 1도 없었다..ㅎㅎㅎ) 공항 벽면에 기대어 멍때리며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고, 꼬박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짐을 부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도 한 시간 반이 더 남아서 또 한번 멍때리며 기다렸고, 그렇게 10시쯤 비행기 탑승, 자정 쯤 리마에 도착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남미에서는 이동 한 번 하면 하루가 그냥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남미 땅이 넓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음을 매 순간 깨달았던 남미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