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끌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과 신뢰로 흐름을 만드는 사람
한 학기를 마치고 나서도 성적표보다 오래 마음에 남은 게 있다. 바로 세 번의 팀플이다. 결과물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졌지만, ‘리더로서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질문은 계속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eo 유튜브에서 본 메타 서은아 상무와 전 메타 수석팀장의 인터뷰가 내 경험을 다시 비춰주는 거울이 되었다. “리더는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라는 말, “리더십은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라는 조언은 내 세 번의 팀플 장면을 하나하나 되살려주었다.
첫 번째 팀플 – 교수님의 계획에만 매달리다
첫 번째 팀플은 교수님의 피드백에 전적으로 기대어 진행했다. 교수님이 제시한 방향을 그대로 ‘계획’으로 삼아버린 것이다. 세부 일정을 나누거나 팀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은 거의 없었다.
처음엔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그건 우리 팀만의 고민이나 색깔이 전혀 담기지 않은 작업이었다. 결국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지만, 팀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갔다는 성취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때 깨달았다. 계획만으로는 팀워크가 완성되지 않는다.
두 번째 팀플 – 혼자 남겨진 리더
두 번째 팀플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한 팀원은 주제를 잘못 이해해 엉뚱한 자료를 가져왔고, 또 다른 팀원은 “흥미 없다”며 대충 결론을 내버렸다. 분위기는 점점 무너졌다.
나는 방향을 잡아보려 했지만, 이미 사기가 꺾인 팀원을 억지로 끌 수는 없었다. 결국 대부분의 자료 정리와 PPT 작업은 내가 도맡아야 했고, 결과물은 기대 이하였다. 발표가 끝난 뒤엔 그 팀원들과도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이 경험은 내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리더는 단순히 일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료들의 마음을 다시 붙잡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팀플 – 긍정적인 팀원들, 그러나 조율의 부재
세 번째 팀플은 분위기 자체는 가장 좋았다. 팀원들 모두 적극적이고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리더십이 문제였다. 발표와 PPT를 맡아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정작 팀원들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분배하는 일을 소홀히 했다.
결과물은 괜찮았지만, 돌아보니 팀원들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리더는 혼자 앞장서는 사람이 아니라, 흐름을 조율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한 학기 후, 내가 얻은 깨달음
이렇게 세 번의 팀플 경험이 머릿속을 맴돌던 차에 본 것이 eo 유튜브 인터뷰였다.
영상에서 메타 서은아 상무는 “리더는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두 번째 팀플 장면이 떠올랐다. 팀원이 주제를 잘못 이해했을 때 나는 “틀렸다”고 바로잡으려 했고, 흥미를 잃은 팀원에게는 “그래도 해야지”라는 말밖에 못했다. 그런데 그때 내가 던졌어야 할 건 지시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왜 이 자료를 찾았을까?”, “혹시 우리가 주제를 다르게 이해한 건 아닐까?”, “무엇이 이 주제를 재미없게 만드는 걸까?”
만약 그때 이런 질문을 건넸다면, 팀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다시 참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영상을 보면서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리더의 말 한마디는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팀원이 다시 걸어 나올 수 있는 출구가 될 수 있구나.
또 다른 영상에서 전 메타 수석팀장은 “리더십은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는 세 번째 팀플이 떠올랐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팀원들이 있었지만, 나는 내 역할에만 몰두하다 보니 그들의 강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발표를 맡은 내가 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팀의 잠재력을 묶어둔 셈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환해졌다. 리더란 무게를 짊어지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이 제자리를 찾아 빛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마무리 하며
한 학기를 돌아보며 나는 이제 리더십을 조금 다르게 정의한다.
리더는 화려한 언변이나 꼼꼼한 계획으로 팀을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질문으로 길을 열어주고, 신뢰와 권한 위임으로 흐름을 이어주며, 팀 전체가 빛날 수 있도록 무대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다음 학기에 또 다른 팀플이 주어진다면, 나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팀원을 믿고, 모두가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리더는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