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굴뚝이 하나 더 올라가고 도시가 덩달아 커졌다. 구내 식당도 같이 불어났다. 식판이 모자라 설거지통에서 바로 꺼내 닦아 쓸 정도였다. 점심시간이면 스테인리스 식판이 부딪히는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매출은 화려해 보였지만, ‘여자 혼자 하는 식당’이라는 말은 늘 어딘가 가볍게 던져졌다. 외상값을 받으러 갈 시간이 없어 떼이기도 하고,사고는 예고 없이 닥쳤다. 그 사이를 함께 막아줄 사람이 없었다.
사업을 더 키우기에는 몸도 벅찼고, 공장건설도 마지막 단계가 들어섰다. 계약을 1년을 남기고, 구내식당을 내려놓기로 했다.
새로 들어온 막내 직원의 어머니 김여사가 찾아왔다.
“식당 내놓을 거람서요. 지가 여기 한번 맡아서 해보고 싶은디…”
“이만한 큰 식당은 첨이신디 잘 하실 수 있겄어요?”
“가족들이 다같이 도와준다 하고, 한 달 먼저 출근해서 일해 보믄 되지 않것어요? 석여사가 좀 도와주믄 되제.”
주방은 북적였고, 식당엔 새로운 목소리가 섞였다.
한달을 함께 하며 하나하나 가르쳤다. 이제는 됐다 싶어 완전히 새주인에게 넘기고 장천으로 돌아갔다.
첫 날, 도시락이 30분이 늦었다. 다음 날은 괜찮았다가 또 늦었다.
김사장은 점심시간을 자꾸 맞추지 못했다. 도시락이 몇 십분씩 늦었고, 현장에서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결국 한달만에, 식당의 임차인인 회사쪽에서 말했다.
“새 사장을 완벽하게 교육을 시키던지, 돌아와서 끝까지 책임을 져 주셔야겠습니다.”
자리 잡게 해주려고 장천에서 출퇴근하며 석달을 더 일당없이 일하며 봐주었지만, 결국 김사장은 포기했다. 어쩔 수 없이 권리금을 돌려주고 다시 식당을 맡았다. 한번 넘겼다고 회사 직원들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일년을 더하고, 그만 두었다. 그녀는 일을 그만두는 기분보다 은퇴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큰돈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증명했고 자식들을 지켜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일머리 좋은 주방장 김천댁에게는 근처 구내식당을 소개해주고 스스로 꾸려갈 수 있도록 자리잡아주었다.
“김천댁,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아랫길 풍생공업 구내식당 자리가 났길래 슬쩍 얘기해 놨어. 내 추천이면 될 거여. 처음엔 내가 가서 봐줄랑게 걱정 말어. 잘 해낼것이여.”
마지막날 동료들과 전어회를 먹으며 웃던 그날 밤의 공기. 그 순간은 그녀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왔다는 증거처럼 남았다.
지금은 농장에서 국수를 삶는다. 오늘은 스무 명이다.
“아짐, 여그 면 좀 더 주지.”
“오늘은 넉넉해. 많이들 드시오. 남영 할매, 할아버지 집에 계시제? 반찬이랑 한 그릇 싸줄텐께 갖다주고 오시요잉.”
면을 조금 더 넣는다. 김이 천천히 오른다.
지금 농장에서 할머니들에게 국수를 삶을 때면, 면을 조금 더 넉넉히 삶는다. 천인분을 삷던 시절이 지나고, 이제는 스무 인분이다. 김이 천천히 오르는 솥 앞에서 그녀는 가끔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