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이야기 15
나는 가끔씩 소피를 데리고 집 근처 공원에 간다.
예전 같았으면 소피를 풀어놓고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놀아주기도 하고, 다른 강아지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뛰어놀게 할 수도 있었지만, 어느 날 공원 관리인이 “여기는 강아지를 풀어놓으면 안 되는 장소”라고 말한 이후로는 개의 줄을 풀어 줄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도 줄만 매고 안전하게 걸어도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마음껏 공원을 돌며 산책할 수 있다.
집 근처 공원에도 개들이 줄을 풀고 다른 강아지 친구들을 만나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 (도그 파크가) 따로 있긴 한데 다른 도그 파크들처럼 안전하게 막아주는 울타리도 처져 있지 않고 또 언덕을 엄청 내려가야만 만날 수가 있다. 그리고 숲 속에 있기 때문에 소피처럼 체구가 작은 강아지들한텐 최악의 조건이다 보니 줄을 풀어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매일 소피를 집 근처 공원에 데려가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소피 같은 경우 산책을 나갔다고만 하면 다른 강아지들과 놀고 싶고 만나고 싶어 줄을 엄청 당기기도 하고 또 자연의 냄새를 깊이 맡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공원까지 데려가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걸어서 집 근처 공원까지 데려 갈려면 내가 줄을 먼저 당겨서 산책을 이어가야만 한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소피가 자기 멋대로 줄을 당겨 산책을 할 때도 종종 생긴다.
그러니 그냥 한 번씩 소피가 에너지를 빼야 될 때,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소피가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혹은 심심해하는데 내가 소피를 데리고 멀리까지 나가기는 귀찮을 때 그럴 때면 집 근처 공원이나 내가 다니던 중·고등학교 운동장이라도 함께 찾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소피가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오후 산책을 두 번이나 했다. 두 번째 산책은 아무 생각 없이 소피와 함께 집 근처 공원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그런데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한 사람이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곰이 있어요! 곰이 나타났어요!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말고 나오세요!”
처음엔 그 사람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곰’ 'Bear'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진짜 곰이 있었다.
요즘 곰들은 먹을 것이 주변에 많다 보니, 겨울잠도 자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동네에도 가끔 곰들이 찾아 내려오곤 하는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눈 주변에 멍이 든 너구리 같이 생긴 라쿤 친구들도 우리 동네에 들렸다가 간 적도 있다.
나는 주저할 틈도 없이 곰을 집 근처 공원에서 보는 순간, 소피를 안고 앞만 보고 줄행랑을 쳤다.
다행히 소피는 곰을 보지 못해 짖지도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감사했다.
공원을 빠져나오는 동안, 나의 온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아빠와 동생에게 “집 근처 공원에서 곰을 봤다”라고 나도 소피도 식겁하는 줄 알았다"라고 급히 이야기했다.
그날은 내게 ‘소피와의 산책’이라는 일상 속에 숨어 있던 위험을 실감한 날이었다.
나는 뒤늦게 '휴대폰을 가져와서 사진이라도 찍어놓을걸' 하고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곰을 볼 수 있어 놀랐지만 기분 좋게, 다치지 않게 소피랑 같이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