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이방인이 머물다간 자리는 휑하니 썰렁하다. 일부러 모른 척하고 2층에 와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 왠지 낯선 공간이다.
새로 이사 올 가족을 위해 따뜻한 공간을 만들려고 여기저기 공사를 시작한다. 오래된 단독주택이다 보니 갈색 알루미늄 새시를 입은 창문 교체와 곰팡이가 피어 쾌쾌한 냄새가 나는 욕실 공사를 하려고 준비가 분주하다.
어느 햇살이 가득한 가을 요일에 욕실공사를 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부부사이에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벽 넘어 저편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서로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일을 하면서 하나하나 설명하고 소소한 거까지 묻는 남편의 다정한 말씨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이 벽을 넘어서 까지 전달된다.
쿵쿵 쾅쾅 소리 사이사이로 주고받는 부부의 이야기가 정겹다.
아내는 현장일을 함께 한지 얼마 안 되었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상담을 할 때는 여사장님이 방문을 하여 일차 설명을 하고 사이측정, 내부 제품 사양 등을 설명하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상담을 하다 보니 배관이 문제라 차선책이 없을까 궁금하여 사장님이 방문하여 현장을 보고 가능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하니 늦은 시간이라도 괜찮다면 저녁에 오겠다고 하고 방문하여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업체에서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여 최대한 가능한 범위에서 공사를 하려는 마음이 느껴져 의뢰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욕실장도 더 꼼꼼히 알아보고 욕실 사이즈에 최대치를 선택하여 의견을 조율하는 부분까지 하나하나 세심한 안내와 설명이 감동이었다. 다들 처음 선택사양에서 바꾸려 하지 않고 바로 일을 진행하여 마무리하기 일 수 있은데 말이다.
나는 현장일을 좋아한다. 할 줄도 모르면서 말이다.
일에 몰입하고 있는 작업자들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혹자는 그럴 것이다. 본인이 하는 일이 아니고 바라만 보는 입장이라 좋게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작업 내용은 모른다. 하지만 작업을 하기까지 작업자는 사전에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다.
욕실공사만 해도 현장에 방문하여 의뢰인의 니즈를 파악하고 어떻게 진행하는 게 최대의 결과를 얻을지 고심해야 하는 부분부터 작업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준비와 대처방안을 알아야 작업을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거 같다. 작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하나씩 맞아떨어지는 게 나는 놀랍고 신기하여 현장일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내가 계획을 새운일도 내 마음처럼 처리 안되어 중도에 포기하거나 단념해야 하는 일들도 생기고, 의도치 않은 일도 생기는 경우를 봐와서 누군가 주어진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내가 못하는 일들을 남이 하는 걸 보고 대리 만족하는지도 모른다.
나도 저들처럼 일을 망설임 없이 두려움 없이 일 처리를 하고 싶은 바람이 커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