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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꿈 Apr 14. 2023

또 다른 나

거울 속 나

김수정 글, 김형준 그림, 『루시의 거미줄』, 월천상회, 2023년


여기 이 장면

‘내 집은 완벽해야 해!’

  여기 항상 완벽을 추구하는 거미가 있다. 휘어진 거미줄은 루시를 초조하게 만든다. 먹이를 사냥하는 것보다 반듯한 거미줄 치기에 더 집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거미가 눈에 들어온다. 우산살처럼 촘촘히 엮어 비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을 것 같은 멋진 거미줄에 루시는 초조해한다. 샘이 났다. 내걸 다시 보니 너무 마음에 안 든다. 새 거미줄을 친다.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완벽한 거미줄을 짰다. 뿌듯한 마음도 잠시, 그 녀석의 거미줄을 슬쩍 곁눈질하다 눈이 마주치곤 놀라 다리를 헛디딘다. 그러다 거미줄이 엉켜버렸다. 화가 나 거미줄을 몽땅 먹어 치웠다. 처음부터 열심히 다시 해보지만, 마음에 들지 않고 그 녀석의 거미줄만 떠오른다. 내 건 어쩐지 초라해 보인다. 이젠 집착하게 되었다. 내 집은 완벽해야 한다며 매 순간 결의를 다지고 나를 다그치고 깎아내린다.     


  원래도 자신에게 엄격했던 루시는 남과 비교하며 계속 더 불행해졌다. 그 녀석의 거미줄을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고 초조해졌고 짜고 있던 거미줄을 걷어치워 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자신에게 계속 외친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엉켜버려 쓸 수 없게 된 거미줄이 바로 루시의 마음 아닐까? 녀석의 완벽한 거미줄만 떠오르니 멋진 내 거미줄도 초라해 보인다.      


  뛰어다니는 강아지에 의해 뭔가 깨져버리고 녀석의 거미줄은 사라진다. 뭐지? 창문이 깨졌나? 창문인 줄 알았는데 거울이었다. 그럼, 그 녀석은? 그 녀석이 놀란 눈으로 루시를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껏 질투하고 미워했던 그 녀석은 바로 자신이었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비교하며 계속 “처음부터 다시!”를 외쳤다니. 그 녀석이 바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었다는 걸 알고 난 뒤, 루시는 어떻게 되었을까? 허탈한 헛웃음이 났다. 조금 부끄럽기도 했겠다. 이제 루시는 바뀌었다. 삐뚤빼뚤 거미줄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다. 다행이다. 행복하게 웃는 루시의 “어서 옵쇼!”라는 인사로 책이 끝난다. 남에게 적대적이던 루시는 이제 환영하는 인사를 할 줄 아는 넓고 평온한 마음을 지녔다.        


   

책을 읽곤

  루시는 항상 완벽을 추구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자로 잰 듯 반듯하고 똑바르게 되어 있어야 했다. 이 책은 비뚤어진 거미줄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반듯한 거미집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거미 루시를 통해 완벽을 추구하는 강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만든 그 틀에 갇혀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게 된다. 강박을 한 번에 없애기는 어렵더라도 조금씩 아주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어떨 때는 잠시 잊기도 하고 해방되기도 하며.      


  나를 보고 나를 질투하다니! 마지막 반전이 참 재치 있다 느꼈다. 그야말로 마지막 한 방이 있는 반전이었다. 결국 루시를 힘들게 한 건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스스로가 만들어낸 문제였다. 스스로를 옥죄는 강박은 결국 나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마지막 반전으로 확실히 알려줬다. 루시가 이렇게 남과 비교만 하다 거미줄 치기가 내가 못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될 것만 같아 걱정이었다. 영영 그렇게 자신을 그 틀에 가둬 버릴까 봐. 다행히도 루시는 이제 더 이상 남을 의식해 자신을 잃어버리지도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불행하지도 않다.


  내내 루시의 표정은 찡그린 표정, 퉁명스러움 그 자체였는데 책 끄트머리에 가자 어느덧 웃고 있다. 깨지는 소리에 깜짝 놀란 루시의 당황스러운 표정부터 뒤이어 사실을 알게 되자 머쓱해하는 표정까지 루시의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토록 실감 나는 거미의 표정이라니. 마지막에 루시가 활짝 웃고 있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루시 같은 아이들이 보인다. 이 아이들이 자신에게 조금만 더 관대해졌으면 좋겠다. 이 책으로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나를 가장 믿고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니까. 너를 좀 더 사랑해보렴. 같이 노력해보자. 좀 더 나를 사랑하도록.



#서평단 #그림책


나의 공간에 나의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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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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