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는 옛말:한국골프 혁신 없인 공멸의 늪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렸던 한국 골프장 산업이 이제 그 후폭풍에 시달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비단 어제, 오늘의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 그 불안함의 강도가 피부로 느껴지게 다가오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해외여행길이 다시 열리자, 비싼 비용과 불편한 서비스를 감수하며 국내 골프장을 찾을 이유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골프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라운딩 제비용, 고객을 '봉'으로 여기는 듯한 불친절한 태도, 그리고 시대착오적인 캐디 의무고용 시스템 등은 골퍼들의 불만을 넘어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멈추지 않는 '고가 불량' 늪, 골퍼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주말 골프 라운딩 비용이 1인당 30만 원을 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그린피 외에도 카트비, 캐디피 등이 포함되며, 수도권의 경우 1인당 총비용이 40만 원에서 50만 원을 훌쩍 넘는 사례도 흔하다.
조선일보 2025년 5월 15일 자 기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유명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마친 A 씨는 저녁 식사까지 골프장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강압적인 요구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클럽하우스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주문한 불고기 전골 4인분 가격은 무려 26만 원에 달했으며, 하루 총비용이 1인당 45만 원을 넘어섰지만 다음 부킹을 생각하면 항의조차 언감생심이었다고 한다.
골프장들은 연단체 회원의 경우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해결하고, 심지어 골프장에서 판매하는 고가 선물 세트까지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많은 골프장에서 1인당 식음료 객단가를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정해놓고 이를 채우도록 은근한 압력을 가하는 것도 다반사다. 이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강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불합리한 관행도 골퍼들의 불만을 키우는 일등공신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 라운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취소를 받아주지 않거나, 3인 플레이 시 4인 비용을 청구하는 등의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골퍼들은 봉이고, 골프장은 갑"이라는 푸념은 이제 일상적인 이야기다.
코로나 특수 기간 동안 쌓아 올린 높은 수익률에 안주하며 고객 만족은 뒷전으로 밀려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 백서 2025'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무려 30.3%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호텔 및 기타 레저 서비스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인 10%의 3배 이상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수치는 국내 골프장들이 서비스 개선이나 시설 투자에는 소홀한 채, 오로지 '배짱 영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둬왔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3년간 국내 골프장의 서비스 관련 민원 건수는 매년 평균 15%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불친절과 가격 불만이 전체 민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탈(脫) 한국 골프' 가속화, 정말 심각하다! 위기의식 없는 안일함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내 골프장들의 행태에 실망하고 지쳐버린 골퍼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골프 전문 H투어의 해외 골프 상품 예약 건수는 2024년 대비 2025년 1분기에 63%나 증가했으며, 태국, 중국, 베트남, 일본 등 기존 인기 지역 외에도 라오스, 필리핀, 캄보디아, 대만 등 다양한 국가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고령화로 인한 골퍼 감소로 위기를 느낀 골프장들이 외국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 골퍼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으로 골프 여행을 다녀온 김 모 씨는 한국 골프장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인 20만 원 안팎으로 숙식과 온천까지 즐길 수 있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다음 해외 골프 여행 역시 일본이라며 엄지 척을 내보인다.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코스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맛집에서의 적정 수준의 일본 음식, 온천과 관광까지 곁들일 수 있다는 장점은 국내 골프장과 확연히 비교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1인당 평균 라운딩 비용(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포함)은 한국 대비 약 4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 역시 무비자 입국 시행 이후 한국 골퍼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1인당 40만 원 안팎의 초저가 골프 여행 상품은 가격 경쟁력 면에서 국내 골프장을 압도한다. 물론 중국은 기본 골프 투어 비용 외에 캐디피, 전동카트비, 캐디 팁 등을 별도로 눈에 안 보이게 가린 채 높게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지만, 설령 모든 제반 비용을 모두 합한다 해도 국내에서의 라운딩 비용보다 경쟁력이 월등히 높다.
2025년 5월 황금연휴 기간 해외 골프 여행객의 행선지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5%에서 2025년 26%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물론 한시적 한국인 중국입국 비자 면제라는 베네핏이 있어서 중국행 러시가 이루었자고 볼 수 있지만, 이는 더 이상 국내 골프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님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실례다.
생존을 위한 한국 골프장의 절박한 혁신,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국 골프장 산업이 이대로 안주한다면 머지않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건 자명한 사실이다. 높아진 고객들의 눈높이와 해외 골프장의 매력적인 조건 앞에서 국내 골프장의 경쟁력은 점차 약화되어 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혁신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첫째, 가격 정책의 합리적인 조정이 시급하다. 단순히 수요에만 의존하는 고가 정책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탄력적인 요금제를 도입하여 비수기나 특정 시간대에는 할인율을 높여 더 많은 골퍼를 유치하는 방안을 채택하여야 하며 또한, 불필요한 강제 서비스 비용을 없애고, 투명한 요금 고지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물론 일부 지방 골프장들은 탄력요금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안된다. 보다 더 세분화된 가격탄력제의 도입을 의미한다.
퍼블릭, 즉 대중골프장의 이름값을 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회원제가 아닌 까닭에 너도 나도 가서 칠 수 있는 곳이 곧 퍼블릭인데도 문턱이 너무 높고, 가격 또한 엄청 비싸다. 대중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대중의 마음속에 다가올 수 있게끔 대중골프장의 가격조정은 필수다.
일몰 후 자기가 치고 싶은 홀까지만 칠 수 있게 상품을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트와이라이트 요금제(Twilight rate)‘라고 해서 일몰 후 저렴한 가격으로 몇 홀이 됐던, 자기가 원하는 만큼 칠 수 있게 하고 있음을 벤치마킹 하자는 의미다. 참고로 여기서 트와이라이트는 땅거미를 의미한다.
둘째, 고객 중심의 서비스 혁신도 필수다. 불친절한 태도를 개선하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객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서비스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식음료 강매와 같은 불공정한 관행을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본다. 고객 만족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보자.
셋째, ’ 캐디 선택제 도입‘등 유연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캐디 선택 면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함을 의미한다.
캐디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노캐디 시스템이나, 스크린 골프처럼 태블릿을 활용한 스마트 캐디 시스템 도입을 심도 있게 검토하자. 전동 카트 역시 강제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전환하여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골퍼들에게 비용 절감과 함께 더욱 자유로운 라운딩 환경을 제공하면서 충성고객으로 이끄는 장기적인 포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시설 투자와 서비스 품질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최상의 골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활한 경기 진행'이라는 명목하에 너무나 많이 설치된 오비(OB) • 해저드 말뚝들을 과감하게 뽑아내는 골프장의 용단도 필수이며, 골퍼들이 스스로 자신의 풀 카트를 끌면서 페어웨이로 진입할 수 있는 '자유로움'도 선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낙후된 시설을 보수하고, 벙커, 그린 등 코스 관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전반적인 골프 코스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고객 편의를 위한 라커룸, 샤워실, 식당 등 부대시설의 위생과 서비스 수준도 개선해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변화와 혁신을 외면한 채, 과거의 핑크빛 영업 호황에만 안주한다면, 한국 골프장 산업은 머지않아 '공멸'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우리 모두 인식하자. 지금이야말로 위기의식을 갖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이다.
‘배짱 영업'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서비스만이 한국 골프장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본다.
골프장은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 맞다나, 호황 분위기에 만취한 입장을 고수할 수도 있겠지만, 그 물이 썰물의 속도보다 더 빨리 언제 빠질지 모름을 지금부터 경계하고 미래의 영업 상황을 조기 점검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너도나도 “골프 라운딩 가격 하향 무한 경쟁”에 돌입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미리미리 선점적인 친고객 정책을 펼쳐 골퍼들이 "비행기 타고 고생하면서 굳이 해외에 갈 필요가 뭐 있나? 이번 연휴 국내에서 여러 번 라운딩 하자"라고 동반 골퍼들에게 제안하게 하는 것이 나을지, 이는 골프장 운영 주체의 몫이지 않나 싶다.
과연 한국 골프장은 지금의 위기를 기회 삼아 혁신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아니면 '공멸'이라는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