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성역 없는 책임의 무게를 물을 것 인가?
시사칼럼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 이른바 ‘법 왜곡죄’를 바라보는 시선이 뜨겁다.
판사와 검사가 법을 부당하게 적용하거나 사실을 비틀어 해석할 경우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이 법안의 핵심은 단순한 처벌 조항 신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권력 집단 중 하나인 사법부에 대한 시민적 감시와 견제의 목소리가 입법화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사법권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판검사에 대한 겁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왔다.
수사 결과나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할 경우 법 집행자들이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다.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왜곡’이라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 또한 무시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러나 눈을 돌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고민은 비단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독일 형법 제339조는 법관이나 공무원이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결정을 내릴 때 법을 왜곡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법치주의의 수호자인 이들이 오히려 법을 파괴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법 독립을 해치지 않기 위해 극히 제한적이고 엄격한 해석이 뒤따른다는 점은 우리 법조계가 참고해야 할 지점이다.
결국 이 사안을 둘러싼 대립의 본질은 권한의 크기에 걸맞은 책임의 무게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있다.
무소불위로 여겨졌던 기소와 재판의 권한이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도적인 오류나 편향에 눈을 감는 것은 사법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 법 개정은 사법 종사자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처벌의 공포를 심어주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수사와 판결이라는 엄중한 과정마다 단 한 치의 소홀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국가적 선언과도 같다.
앞으로 판검사들이 각자의 직무에 임할 때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적용에 있어 보다 깊은 성찰과 고뇌를 거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변화는 우리 사법 시스템의 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기점이 될 것이다.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