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0일의 파행
대한민국 헌정사에 법치가 승리한 날로 기록될 뻔했던 2026년 2월 19일의 법원판결은 하루 만에 정쟁의 늪으로 추락했다.
서울중앙지법(재판장 지귀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정하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튿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사법부의 판단을 수용하는 대신 ‘판결의 허점’을 정조준했다.
장동혁의 위험한 도박 : “판결문에 양심의 떨림이 보인다”
장 대표는 2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당의 입장을 뒤집을 근거가 부족하다”며 사실상의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판사 출신인 그가 “판결문 곳곳의 논리적 허점은 판사의 마지막 양심의 흔적”이라는 자의적인 해석을 내놓은 것은 충격적이다.
이는 당내 소장파들의 ‘정윤(絶緣)’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할 집권 여당이 사법 단죄의 본질을 부정하는 위험한 도박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장 대표는 오히려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소리 없는 내란’이라 규정하며 공세의 화살을 돌렸으나, 이는 내란 수괴로 지목된 전직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인과 다름없다.
정청래의 파상공세 : “윤장동체(尹張同體)의 망언”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격렬했다. 정 대표는 장동혁 대표의 회견을 “역사 인식의 부재이자 민심에 대한 배신”으로 규정하며, ‘윤장동체’라는 신조어로 여당을 몰아붙였다. 민주당은 장 대표의 발언을 기점으로 국민의 힘을 ‘내란 동조 정당’으로 규정하고 정당해산심판 청구까지 거론하며 압박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정 대표의 발언은 지지층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으나, 동시에 이 사안을 정략적 도구로 삼아 여권을 궤멸시키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사법적 판결이 정치적 청산의 불쏘시개가 되면서, 대한민국은 ‘내란’의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더 깊은 분열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 : 진실은 사라지고 진영만 남았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사법의 정치화’를 넘어선 ‘진실의 파편화’다.
법원이 증거와 논리로 확정한 ‘내란’이라는 실체적 진실은 야당의 ‘무죄 추정’ 논리와 여당의 ’ 정당 해산’ 주장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야당은 생존을 위해 법치를 흔들고, 여당은 심판을 위해 헌정을 흔든다.
우리가 가야 할 길 : 다시 ‘헌법의 상식’으로
이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정치는 법정의 판결을 정쟁의 소재로 소비하기를 멈춰야 한다.
야당의 환골탈태 : 국민의 힘은 판결문의 ‘허점’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자당 출신 대통령이 왜 내란 수괴로 선고받았는지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여당의 절제된 권한 : 민주당은 판결을 여권 궤멸의 수단으로만 삼지 말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복원하는 입법적 책임에 집중해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성 수호 : 정치권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도 상급심 재판부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판결을 확정 지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2월 20일 장동혁 대표의 회견은 우리 정치가 아직 ‘내란의 강’을 건널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방증했다.
과거를 부정하는 정당과 과거를 무기로 쓰는 정당 사이에서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제는 ‘누가 죄인인가’를 넘어 ‘어떻게 이 나라를 정상화할 것인가’라는 헌법적 상식에 정치가 응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