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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쓰홀릭 Jun 02. 2022

반짝반짝 빛나는 너의 말 #015 엄마의 직업

누나는 알고 있었어?

예전에 신규 교사였을 때, 새로 오신 선생님들과 만나는 3월 전입 인사를 듣다 보면 어떤 선생님들은 참 센스 있게 말씀 잘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이 낳고 휴직 복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한 선생님이 있는데 성함은 기억나지 않고 전입 인사만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안녕하세요? 두 아이를 낳고 6년 육아휴직을 하고 이번에 복직한 OOO입니다. 다섯 살 둘째에게 어젯밤에 사실 엄마는 선생님이라고 고백했더니 믿지 않더라구요. (웃음)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가 없으니 지금쯤은 사실로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신규가 된 것처럼 떨리네요. 모르는 것 투성이라 많이 여쭤보겠습니다.


나는 두 아이 모두 1년씩만 휴직하고 어린이집에 보내며 복직했기 때문에 계속 워킹맘으로서의 모습만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동생이 태어나던 시기에 한 해 정도 엄마가 집에 있었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고, 말이 빨랐던 두 돌 무렵부터 엄마는 회사가 어딘지 무슨 일을 하는지 초등학교는 몇 살 때 가는지 수없이 물어봤기에 엄마의 직업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편의상 우리 부부는 ‘회사에 간다’는 표현을 아침마다 쓰곤 하는데 어느 날 둘째가 나에게 묻는다.


“엄마, 오늘은 어디 가는 날이야?”

“어른들은 회사 가고 누나는 유치원 가고 너는 어린이집 가는 날이지.”

“엄마 회사가 어디야?”

“엄마 회사는 저~쪽에 있는 가까운 학교야.”

“왜?”

“음… 엄마가 선생님이니까?”

(두다다다다 거실로 뛰어나가며)


“누나아! 엄마가 천챙님이래! 누나아”

“누나는 알고 있었는데?”

“엄마는 왜 선생님이 돼찌?”

“아… 이번에 된 게 아니라 우리 낳기 전부터 선생님이었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선생님 되는 학교를 다녔대. (오래전에 한 이야기를 꽤 정확히 기억한다)”

“그더엄. 혹띠… 아빠는? 아빠도 천챙님이야?”

“응! 아빠도 선생님이야! 너 몰랐어?”

“왜애?”

“……(갑자기 놀라며) 근데 어떻게 엄마랑 아빠는 하필 선생님끼리 결혼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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