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는 어슬렁
아기들에게 흔히 보여주는 책 중에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책 중에
의성어 의태어로 가득한 그림책이 몇 권 있었다.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보여주면 글자를 모르는 아이여도 “젖소 음매, 강아지 멍멍” 하며 곧잘 말하기 때문에 동영상으로 한 편 잘 찍어 양가에 전송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그림책을 열어서 보여주며 “병아리?” 하면 “삐약삐약” “고양이?” 하면 “야옹” 하는 손주들의 재롱에 양가 할머니들은 천재라는 둥 영재라는 둥 감상평을 톡으로 보내주시곤 하셨다. 혀는 조금 짧아도 괜찮다. 나중에는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귀여움이니까.
문제는 의태어였다.
“토끼는?” “깐총깐총”
“사자는?” “어-흥” “음.. 아니, 이건 어슬렁이야” “어슨녕!”
“거북이는?” “엉금엉금” “옳지!”
“나비는?” “훠얼-훨”
“애벌레는?” “꿈틀꿈틀”
동영상을 촬영 중이던 엄마는 신이 나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펼치며 이 정도면 ‘양가 전송용’이라고 생각했다.
“물고기는?”
“(자신있게)물꼭물꼭”
아! 이번 영상은 양가 전송 전에 인스타에 먼저 올려야겠다. 인스타에는 그냥 자랑만 하기 좀 쑥스럽고 웃음을 한 스푼 넣은 영상이 은근슬쩍 자랑하기 더 좋으니까….